책을 읽는 건 좋아하지만, 서평을 쓰는 건 좀 꺼려진다.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을 읽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반, 글 쓸 때의 귀찮음 반 때문이다. ㅎㅎ
그런데 서평을 써서라도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을 만날 때가 있다.
바로 <영국 양치기의 편지>가 그런 책이다.
너무 괜찮게 읽은 책이라 소개하고자 몇 자 적어본다.

 

 

이 책은 영국의 한 양치기 농부, 제임스의 이야기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양치기 농부였던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목장 일을 하면서 살아왔다.
보고 자란 것이 양치는 일이라 그의 삶은 목장 일에 집중돼 있었다.
어려서부터 학교 공부보다는 목장 일을 우선으로 했고, 자연스럽게 전업으로 택했다.
물론, 중간에 심경의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수입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도시의 전문직 종사자들을 보며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는, 스물한 살에 옥스퍼드대에 들어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도시에서 성공만 좇는 현대인들을 보고,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다시 양치기로서의 삶을 산다.

 

 

 

 

양치기란 말은 우리에게 익숙한 듯하면서 생각해보면 꽤 낯선 단어다.
양치기라고 하면 나는 넓은 들판에 누워있는 목동과 한가로이 풀을 먹는 양 떼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양치기 농부로서의 삶은 그렇게 한가롭지만은 않았다.
여름이면 털 깎기 준비를 하고 건초를 모아 겨울을 준비하며, 가을이면 경매에 나가 좋은 양을 사들이거나 판다.
그렇게 가을이 지나면 혹독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었고, 구제역이 발생이라도 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산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고향에서 양을 치는 지금 삶이 좋다고 말한다.
저자가 양들을 몰고 산으로 올라갈 때면 참 행복해 보였다.
탁 트인 들판에 개들과 함께 양을 몰고 다니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 도저히 알기 힘든 기분일 것이다.

도시에서 직장인의 삶은 참 치열하다 못해 처절할 정도이다.
멀리서 찾을 것 없다. 당장 나부터 눈앞의 성과와 승진에 매달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가끔 지칠 때면, 이렇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걸까? 맞게 살고 있는 거겠지? 하며 스스로 묻곤 한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과 인생을 새로운 의미를 제시했다.
처음엔 양치기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그의 삶에 빠져들었다.
사실, 영국의 한 양치기의 이야기가 이렇게 내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산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꼭 한번 권하고 싶은 책이다.

권하고싶은책, 영국양치기의편지

 

 

 

연말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 술자리가 잦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직장 동료와 대화를 나누다가 적잖이 놀랐던 일이 있었다.
내가 존경하고 동경하던 선배를, 그 동료는 나와 전혀 다르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정된 시간, 제한된 공간 속에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타인을 판단한다.
그래서 타인의 본연의 얼굴을 오인하기도 한다.
거기에 감정이란 MSG까지 더해지면 전혀 다른 평가를 하게 된다.
나와 동료가 같은 사람을 전혀 다르게 평가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는 부부의 연을 맺은 경우라해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은 시상식 날 밤에 시작됐다.
가정 폭력 다큐멘터리로 상을 받게 된 로라는 그날 처음 휴고를 만난다.
휴고는 로라가 그때까지 만나봤던 어느 사람과도 달랐다.
그는 세련되고,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었으며, 꿈에서나 봤을 법한 사람이었다.
이 만남은 결혼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런데 대중에 알려진 것과 달리, 보이는 것과 달리 휴고는 존경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사실 다른 사람을 자기 뜻대로 휘두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 변태였다.

정말 중요한 사건은 늘 닫힌 문 안에서 비밀리에 일어나는 법.

로라는 주변의 평판도 좋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으며,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말 그대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의 인생은 휴고가 들어오면서 돌변해 버리고 만다.
이렇게 우리는 '보이는 모습'만 보고 타인의 본연의 얼굴을 오인하곤 한다.
로라는 이상한 것을 느꼈을 때, 재빨리 그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배려와 통제는 종이 한 장 차이.

그래서 자신의 감정에 맞게 휴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한 번의 실수가 그렇게 그녀의 인생을 망쳐 버렸다.​​​​​​​​​​​​​​​​​​​​​​​​​​​​​​​​

 

 

 

 

재벌 가문이자, 명망 있는 자선 사업가의 변태적 죽음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건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다.
온 나라가 떠들썩했고,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되었다.
소설은 경찰의 조사, 그리고 그녀가 쓴 편지를 바탕으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씩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휴고에 관한 불편한 진실들이 마치 양파를 까듯 속속 밝혀진다.

사건보다 놀랐던 것은, 그의 본연의 얼굴을 모르는 대중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었다.
휴고의 실체를 모르고 안타까워하는 대중들….
비단 소설 속의 일이 아닐 것이다.
아마 우리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타인의 '보이는 모습'에 속으며 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정말 불편한 사건을 담고 있는데도, 이 책이 끌리는 이유는 톰 더글라스라는 인물 때문이다.
그는 사람을 다룰 줄 아는 경찰이었다.
리더십이 무척 강했고, 동료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리더였다.
또한, 직장을 옮길 정도로 딸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가정적인 아빠이기도 했다.
사실 범죄 스릴러 소설에서 등장하는 수사반장들은 괴짜스러움(?)이 조금씩 있게 마련인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옆집 아저씨 같은? 그래서 자꾸 생각나는 인물이다.
이 책이 톰 더글라스 형사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하니, 그의 다음 사건의 활약도 기대해 본다.
범죄 스릴러 소설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범죄스릴러소설, 온리더이노센트

 

 

 

어린 시절,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무조건 암기하는 방법으로 공부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미련하게 공부를 했을까 한심스럽다.
공부법을 모른 채 살았던 것들이 속에서 쌓여 왔는지,
직장인이 된 지금도 공부법 관련 서적을 구해서 읽고 정리하고 또 읽기를 반복하고 있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공부 따윈 더는 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업무와 관련된 공부는 기본이요, 영어 점수도 부지런히 관리해야 했다.
최근 내가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공부법 서적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
그래서 본인의 공부 환경이나 마인드, 그리고 저자의 의도가 잘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
자칫 제목이나 홍보 문구만 보고 책을 골랐다가 별 볼 일 없는 내용에 실망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내게도 그런 책이 있었다.
파란색 펜으로 공부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었는데, 와세다 학원 홍보 책자를 돈 주고 산 것 같아서 엄청 실망했었다.
아… 지금도 깊은 빡침이 ㅋㅋㅋㅋㅋ
그 후로 공부법 서적은 될 수 있으면 서점에서 직접 확인하고 사려고 한다.

공부법 서적은 대부분이 학생이나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인지 직장인인 내가 그들의 공부법을 100%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만난 책이 <하버드 최강 공부법>이다.
이 책은 업무와 일상생활로 바쁜 사회인들을 위해 쓰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펼쳐보니, 공부법 서적의 저자들이 다들 그러하듯, 이 책의 저자도 엄청난(?) 사람이었다.
일단 본업이 의사다. 뭐… 머리가 좋다는 말이다.
그는 의사 업무를 쉬지 않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시에, 6개월 만에 보스턴 대학교 MBA에 입학했다.
음… 저자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평범한 머리를 가진 나로서는 감조차 오지 않았다.
그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서 공부할 시간을 만들었는지 이번 기회에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차분하게 읽어나갔다.

저자는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하는 방법과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물론, 다른 공부법 서적에서 다뤘던 내용이 없는 건 아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같은 내용이 공부법 서적에서 빠질 수 없으니까.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가 제안하는 공부법, 특히 시간의 활용 방법은 합리적이었고, 내 생활에도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은 효율을 극대화하는 72개의 공부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인상 깊었던 공부법이 하나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트리아지를 이용한 공부법이다.
트리아지(triage)란 생소한 용어가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쉽게 말하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봤다면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르크 지진 현장에서 강모연(송혜교 분)이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트리아지 분류를 지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을 바로 공부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중요성과 긴급성이 높은 부분에 포스트잇 등으로 트리아지를 해두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복습이 용이해지고, 공부할 필요가 없는 부분을 다시 공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일상 업무에서도 이 트리아지를 의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시간 낭비를 줄이고, 공부나 업무를 효율적으로 정비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실천한 것도 바로 이 트리아지 공부법이다.

책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저자가 내 또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업무 때문에 바쁘다고, 집에서 쉬어야 한다고, 시간이 없다고 이런저런 핑계만 대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와 동시에 자극을 받았다.
시간 없다는 핑계(?)로 무의미하게 하루하루 보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다가올 2017년을 준비하기에, 그리고 목표를 세우기에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사회인을위한공부법, 하버드최강공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