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유명한 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작품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학창시절에 워낙 유명한 고전이기에 어설프게나마 <햄릿>을 읽은 기억이 있다. 평소 분석을 하고 기억하며 읽는 스타일이 아닐뿐더러 초등학교 수준으로 얄팍하게 읽어나갔음이 틀림없기에 지금에 와서 <햄릿>이라는 작품을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하지만 <햄릿>이라는 제목에 친근한 마음이 남아 있기에 다시 한 번 <햄릿>을 펼쳐 들었다.

 

유명한 고전답게 시중에서 많은 <햄릿>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난번 <데미안>을 통해 한 번 경험해 본 꿈결 클래식 시리즈의 <햄릿>을 선택했다. <데미안>과 마찬가지로 장면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기 쉽도록 삽화가 포함되어 있고, 왜 이렇게 번역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섬세하게 달려서 읽고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는 문학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책을 즐기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전을 읽을 때 이런 설명 없이는 진도가 안 나가는 스타일이기에 탁월한 선택이었다. 뜬금없는 독해력 부족 고백 ㅡ0ㅡ;

 

아무튼, 돌아가신 선왕(햄릿의 아버지) 유령을 목격한 호레이쇼(햄릿의 친구)는 이 사실을 햄릿에게 전한다. 아버지의 유령과 마주한 햄릿은 아버지에게서 현재 왕의 자리에 있는 클로디어스(햄릿의 삼촌)가 자신을 추악하고 패륜적으로 살해했으니 복수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삼촌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왕위를 차지한 후 어머니인 왕비와 결혼했다. 형사취수…. 근친상간…. 이러한 상황에서 햄릿의 광기는 배신에 대한 분노, 원수에 대한 복수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특히 햄릿의 분노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어머니인 거트루드의 재혼 사실이었다고 저자는 덧붙이고 있다. 나는 처음 햄릿의 광기가 아버지에 대한 복수에서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햄릿의 분노 절반 이상을 어머니의 재혼 사실이 차지하고 있다는 해설에서 사실 햄릿은 어머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차지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극 중 내내 "완벽"한 사람이라 그려지는 햄릿의 아버지와 비할 바 없는 클로디어스와 재혼한 어머니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광기의 근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 와 다시 읽어 보니 인간의 탐욕과 욕망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가끔 잊고 지내던 고전을 꺼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햄릿

 

미국의 추리 작가 협회로부터 그랜드 마스터 칭호를 수여한 베스트셀러 작가,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가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가 보다. 항상 말하지만, 나는 독서 끈이 짧아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나 유명 고전 작품을 읽더라도 처음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살인과 창조의 시간>은 내가 매튜 스커더라는 인물을 처음 만나게 된 작품이 되겠다. 매튜 스커더… 나처럼 매튜 스커더 시리즈가 처음인 사람이 있을지 몰라서 덧붙이자면, 요즘 상영 중인 영화 <툼스톤>의 리암 니슨 형님이 맡은 역할을 생각하면 되겠다. 리암 니슨 형님 이야기가 나오니 이 책에 급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가? 영화 <툼스톤>는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무덤으로 향하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살인과 창조의 시간> 역시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 한 작품이다. 아무튼,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이 책과 <어둠 속의 일격>을 읽었는데, 읽고 나니 왜 이 시리즈가 그토록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더불어 이 시리즈는 모두 소장해야겠다는 욕심도 들었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어둠 속의 일격>은 다음 서평에서 소개하겠다.

 

 

 

 

소설 <살인과 창조의 시간>은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전직 경찰 출신인 무면허 탐정, 매튜 스커더를 찾아온 의문의 사내. 스피너라 불리는 의문의 사내는 매튜에게 어떤 정보가 담긴 봉투를 안전한 곳에 보관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봉투를 열어서 자신이 남긴 부탁을 들어달라고 덧붙인다. 내 예상대로 스피너는 연락이 끊기고 결국 시체가 되어 강에서 발견된다. 스피너의 죽음을 확인한 매튜는 그가 맡겨둔 봉투를 열고 내용을 확인한다. 봉투 안에는 스피너에게 약점이 잡혀 그의 목숨을 노릴 수밖에 없는 세 사람의 정보와 함께 그를 대신해 복수해 달라는 메시지와 의뢰금이 동봉되어 있었다. 이쯤에서 세 사람의 정보를 잠깐 살펴보도록 하자. 첫 번째 용의자는 헨리 프레이저라는 인물이다. 그의 딸이 면허 정지된 상태였던 데다 약물에 취해 세발자전거를 타고 있던 아이를 차로 친 후 뺑소니를 쳤으나, 하느님보다 돈이 많은 프레이저는 사방에 돈을 뿌려서 딸은 체포되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번째 용의자, 에스리지는 포르노 영화에 나왔던 여자로 지금은 신분 세탁 후 상류층의 남자와 결혼해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용의자, 휘센들은 어린 남자애들에게 환장하는 변태 동성애자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휘센들이 주지사가 되려고 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스피너는 그동안 세 사람에게 이를 빌미로 돈을 갈취하고 있었고, 그들이 자신의 목숨이 노리고 있다는 것에 위기를 느끼고 매튜에게 의뢰했다. 매튜는 스피너의 후임자인 것처럼 행동하며 세 명의 용의자를 차례대로 만나 누가 스피너를 죽인 범인인지 추리하기 시작한다. 범인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매튜는 자신을 노리는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는데…

 

처음 만나는 매튜 스커더라는 인물은 과거 자신이 저지른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직 경찰로 알코올중독 증세가 있는 인물로 보였다. 중후한 중년의 모습보다는 왠지 살짝 부랑자티(?)가 나는…. 어찌 보면 실패한 인물 보이지만, 자신이 정한 최소한의 정의는 지키려고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셜록 홈즈처럼 작은 단서 하나로도 사건을 척척 해결해나가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한편으로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직 경찰답게 직접 발로 뛰며 사람과 사람을 만나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하는 매튜의 모습에 왠지 정이 가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영화 <툼스톤>에서 리암 니슨이 보여주는 매튜 스커더의 모습도 기대된다.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부담 없는 분량 때문에 속도감 있게 책장이 넘어갔다. 책을 덮을 땐, 전작에서 매튜 스커더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사건을 어떤 스타일로 해결했는지 궁금해진다.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매튜 스커더 시리즈를 전부 모아봐야겠다.

살인과창조의시간

 

졸업 후, 첫 직장으로 들어간 건설사에서 중동 플랜트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잡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제안을 고사하고 지금까지 잊고 살았다. 그러다 부키에서 출간한 <나에게 중동이 있다>라는 책을 보니, 갑자기 과거에 중동 플랜트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던 아쉬운 기억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이불 킥을 ㅡ0ㅡ+!! 아무튼, 요즘 갈수록 구직이 힘들어지는 국내의 취업난 때문에 해외 인턴십, 취업, 워킹 홀리데이 등을 고려하는 취업 준비생이 많아진 것 같다. 그런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이 책은 일간지 기자였던 작가가 한국을 떠나 중동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8인의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모로코에서 배추와 무, 쑥갓, 부추, 파 등의 채소를 재배하고, 김치와 두부, 떡, 고춧가루 등을 판매하는 이종완 김명숙 부부. 이집트로 유학을 떠났다가 그곳에 자리를 잡고 섬유 산업으로 성공한 조경행 씨. 해적으로 위험한 소말리아 어장에서 성공한 김점배 씨. 배구 스타 출신으로 바레인에서 '친절'과 '믿음'이라는 경영 전략, 그리고 앞을 내다보는 탁월한 사업 센스로 호텔과 식당 경영인으로 성공한 오한남 씨. 건설 공사 현장 식당과 게스트 하우스, 그리고 한국 음식점 경영인으로 성공한 이말재 씨 등 한국을 떠나 중동에서 정착한 8인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특히, 내가 건축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중동에서 함바집(건설 공사 현장 식당)을 차려 대박을 터트린 이말재 씨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그는 돈을 벌고 싶으면 지금 당장 리비아로, 이라크로, 이집트로 달려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너지고, 부서지고, 혼란스러운 나라엔 반드시 돈이 땅에 굴러다니기 마련이고, 위기가 있는 땅이 곧 블루 오션이라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걸프전이 터지고 많은 사람이 중동을 떠났을 때 가족과 함께 남아 식당을 계속해서 큰돈을 벌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말재 사장은 중동 현장 근로자들에게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음식, 집보다 더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자연스럽게 굵직굵직한 공사 현장에서 그를 찾았다고 한다. 예멘의 아덴 항만 공사 현장 때는 무려 4,000명 인부에게 3년 동안 세 끼 식사를 제공했다고 하니 그가 벌어들였을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건설하는 사람이라면 알 거다. 함바집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

 

중동에서 성공한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위기와 마주했을 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확고한 신념으로 극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이들이 이룬 성공은 책을 읽듯이 쉽고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시련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국내가 아닌 중동이 더 많은 기회가 열려있는 블루 오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고한 자신과 목표 그리고 뚜렷한 경영 철학이 있다면 눈을 돌려 중동을 두드려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에게는중동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