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어제 개봉했고,
그의 신작 <브루클린의 소녀>가 지난주에 출간되었다.
그의 팬인 나는 생각지 못한 연말 선물을 두 개나 받은 것 같다.

 

 

코트다쥐르 해안에서 늦여름의 마지막을 만끽하는 한 커플이 등장하며 소설은 시작한다.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은 행복해 보였다.
싱글인 내가 서서히 질투를 느낄 때쯤, 남자는 여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안나, 우리의 결혼식이 3주 앞으로 다가왔어.
조만간 우린 부부가 될 테고, 난 적어도 우리 사이에 아직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당신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속 시원하게 털어놔 봐."

한참을 고민하던 여자는 마음 깊이 숨기고 있던 비밀이야기를 털어놓기로 한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을 남자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내가 저지른 짓이야."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남자는 가방을 집어 들고 펜션을 도망치듯 나가버린다.
그러나 곧 잘못을 깨닫고 다시 돌아오지만, 여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누구에게나 과거와 비밀은 있다.
우리는 상대의 과거와 비밀을 알아내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어린 시절의 나도 그랬다. 상대를 살살 꾀보기도 하고, 신경질적으로 캐묻기도 했다.
애인의 과거는 흔히 판도라의 상자라고 한다.
호기심에 상자를 열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라파엘은 아무래도 판도라의 상자를 연 거 같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온 위기와 조우하게 된다.
수풀 한가운데에 떨어진 담배꽁초가 하루아침에 나무가 울창한 숲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듯
갑자기 찾아온 위기가 우리의 존재 기반 자체를 송두리째 허물어뜨리기도 한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안나는 완전히 사라졌다.
라파엘은 이웃인 전직 형사 마르크의 도움을 받아 안나를 찾아 나선다.
안나를 찾는 과정에서 그녀가 납치되었고, 10여 년 전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그녀가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그녀를 납치했으며, 10여 년 전 사건이 이제 와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안나가 라파엘에게 보여준 사진은 어떤 사진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읽는 내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언젠가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 이런 댓글을 본 적 있다.

기욤 뮈소의 작품은 뻔한 설정인데도 뻔하지가 않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작품을 모두 읽어본 나 역시 공감하는 글이었다.
뻔한 설정에 지루함(?)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는 거로 안다.
그런데 이번 신작 <브루클린의 소녀>는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판타지와 로맨스적 요소는 줄였고 스릴러적 요소를 강화했다.
작품 스타일을 바꾸려는 그의 시도와 노력이 엿보인다.
그의 팬이라면, 그리고 그를 잠시 멀리했던 독자라면 기욤 뮈소식 스릴러 소설을 읽어보길 바란다.
마지막에 울림은 멋진 연말 선물이 될 것이다.

기욤뮈소신작, 브루클린의소녀

 

 

 

나는 책을 고를 때 작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다음으로 출판사를 본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표지 디자인을 보는 버릇도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표지가 이쁜 책은 곁에 두고두고 읽고 싶어진다. ㅎㅎㅎ
제인 셔밀트의 <사라진 딸>은 출판사와 표지 때문에 읽게 되었다.
작가의 이름은 낯설지만, 표지가 예쁜 책이다.
몽환적인 느낌도 나고, 색감도 좋다.
다양한 방식의 범죄 스릴러 소설을 출간해온 북플라자에서 출간했다고 하니 믿을 만했다.
책을 덮을 때 가슴이 막히는 듯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마음에 드는 작가를 또 하나 발견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가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가족이란 뭘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 그래서 서로 익숙하고 편안한 사이?
정상적인 가족이라면 그럴 것이고, 당연히 그렇다고 믿고 지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제니도 그렇게 믿고 지냈다.
자신의 가족은 행복하고, 평범한 가족이라고…….
그러나 딸이 사라지고 나서, 콘크리트처럼 견고하다고 믿었던 가족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가를 깨닫는다.​​​​

 

 

 

 

여느 때처럼 특별한 일이 없던 밤이었다.
제니의 딸 나오미는 연극의 주인공으로 공연 중이었고, 마지막 공연을 앞둔 저녁, 친구를 만나러 나간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오미가 사라진 것은 계획적이었을까, 아니면 사건에 휘말린 것일까.​
누군가에 의한 것이든, 어떠한 사정으로 스스로 자취를 감춘 것이든, 자식이 사라진다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미혼인 나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이러한 실종은 대개 범죄와 연결된 경우가 많아서 이해한다는 것조차 미안하다.​​

소설은 딸이 사라지기 전과 사라진 후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된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이야기를 그려낸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
그런데도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딸 나오미의 행방을 묘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라진 딸을 찾는 엄마를 통해 미스테리 소설의 기본 요건을 갖췄다.
작가는 자기가 몰랐던 딸의 흔적을 추적하는 엄마와 사라진 딸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탐정이나 형사 한 사람의 탁월한 재능이 아니라,
엄마라는 존재가 직접 뛰어 찾아낸 단서를 통해 가족의 진실한 모습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딸 아이의 친구와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몰랐던 딸의 모습을 알게 되고 실종 사건의 전모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장르의 특성상 결말이 어떻게 그려질지 예상되었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모로 탄탄한 구성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올랐던 작품이 있다.
니콜 키드먼 주연, 제작으로 영화화 결정이 되었던 작품, <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2013).
영화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소설에서도 딸을 잃은 엄마가 딸의 생전의 행적을 좇는 과정이 그려진다.
10대들의 무모함에 초점이 맞춰진 소설이긴 하지만, 딸에 대해 엄마가 몰랐던 사실들이 알아간다는 것 때문에 떠올리게 된 것 같다.

나는, 내 가족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미스테리소설, 사라진딸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나는 읽은 책은 책장에, 읽지 않은 책은 책상에 두는 버릇이 있다.
생각난 김에 펼쳐 든 책이 셀레스트 응의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작가도 낯설고, 제목도 낯설다.
그런데 한장 한장 넘기다 보니 이상하게 내용이 익숙했다. 응?!

 

 

익숙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알았다.
주인공 부부의 딸 리디아가 <사라진 딸>의 나오미처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탓이다.
딸의 실종이라는 소재가 겹친다.
제인 셔밀트의 <사라진 딸>은 얼마 전에 읽은 책이다.
다른 책을 읽고 나서 읽어야 하나 망설였지만, 그리 오랜 망설임은 아니었다.
시대적 배경이 서로 달랐고, 무엇보다 리디아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예상과는 다른 전개로 흘렀기 때문이다.
덕분에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왜지? 여기서 시체로 발견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누가 죽인 거지?​​​​​​​​​​​​​​​​

 

 

 

 

 

제임스와 메릴린은 세 명의 아이들과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다른 가정과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남편 제임스가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거다.
지금도 인종 차별이 완벽하게 사라졌다고 볼 수 없지만, 소설의 배경이 1970년대 오하이오 주의 작은 마을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 당시 피부색에 상당히 민감했던 것 같다.
제임스는 외롭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상처를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부부의 둘째인 리디아는 엄마를 닮았다.
그렇기에 리디아에 대한 부부의 기대는 컸고, 딸 아이가 인기 있는 매력적인 아이가 되길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 리디아가 사라졌다.
방은 잠을 잔 흔적이 없고, 사라진 물건들도 없었다.
순간 <사라진 딸>의 나오미처럼 스스로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얼마 후 리디아가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흔히 부모님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닌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그래…….
자기 자식을 가장 모르는 사람이 바로 부모가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제목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나오미의 가족은 서로가 서로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었구나 싶었다.
가족이기에 더 대화가 필요하고, 이해가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한 것 같다.
가볍게 읽히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책이다.

미스터리소설, 내가너에게절대로말하지않는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