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울리카와 크리스티나, 이렇게 두 명의 여자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된다.
첫 장은 크리스티나의 이야기였다.
크리스티나의 첫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거 큰일이다 싶었다.
딱 두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이야기가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저자가 첫 두 페이지를 통해,
크리스티나의 상황을 얼마나 함축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려 했는지 알 것 같다.​​​​​​​​​​​​​​​​ 

 

 

 

누구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장소가 있다.
친구들과 뛰어놀던 공터나 아지트, 여행 장소 등 말이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곳을 한 번쯤은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해서 굳이 그곳을 찾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이 주인공 울리카가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장소를 찾으면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울리카는 두 아들과 함께 25년 만에 조가비 해변을 찾는다.
그녀가 추억에 젖어 있을 때, 아들이 해골을 발견한다.
민족학연구소의 연구원인 그녀는 그 해골이 마야의 실종 사건과 연관이 있을 거라 직감한다.

25년 전, 울리카의 가족은 여름마다 조가비 해변에 있는 별장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안네 마리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친구가 되었다.
외동딸인 울리카는 대가족인 안네 마리를 동경했다.
안네 마리 가족은 그녀가 꿈꾸는 가정의 롤 모델이였다.

한편 또 다른 화자 크리스티나는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그녀가 누구인지, 울리카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질 때쯤 마야가 안네 마리 가족에게 입양된다.
마야는 말귀는 알아듣지만,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또한, 감정표현에 매우 인색한 아이였다.
어찌 보면 마야는 완벽해 보이는 안네 마리 가족과는 상반된 인물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이런 불안은 하지제를 즐기는 동안 사건으로 이어진다.
해변에서 마야가 실종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안네 마리 가족은 절망과 상심으로 여름을 보낸다.
기적적으로 마야가 돌아왔지만, 한 번 와해한 가족이 다시 완벽한 가정을 이룬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안네 마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울리카는 민족학 연구원이란 직업을 가지고 있다.
내게는 다소 생소한 직업으로, 북유럽에서는 산으로 납치된 사람들에 관한 연구를 하는 직업이란다.
다양한 국가의 소설을 읽으면 이렇게 평소 접하기 힘든 직업을 간접 체험하는 즐거움이 있다.

해골을 발견했을 때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성장 소설에 더 가까웠다.
마음속 깊이 간직해두었던 어린 시절 추억을 한 번 꺼내볼 수 있는 선물 같은 책이다.
이렇다 할 사건 없이 잔잔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마리헤르만손, 조가비해변

 

 

 

나는 조카 바보다.
요즘은 우리 부모 세대처럼 형제가 많지 않다.
그래서 조카를 끔찍이 생각하는 삼촌, 고모, 이모들이 많을 거다. ​
​인터넷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조카 녀석들의 옷이며 장난감 등을 장바구니에 담곤 한다.
어제도 운동화, 레고, 기차놀이 등을 잔뜩 들고 동생네 다녀왔다.
아이들 장난감은 왜 그렇게 비싼지…. 덕분에 지갑은 가벼워졌다. ㅡ0ㅡ! 후~​
고작 이런 것으로 삼촌으로 해야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잘 몰랐을 뿐이다.

 

 

 

그러다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를 만났다.
녀석들과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몰랐던 내게 가뭄에 단비 같은 책이었다.
이 책은 0~2세, 3~4세, 5~6세 이렇게 전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읽은 책은 5~6세, 그러니까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책이다.
이맘때가 또래 친구와 함께 놀 수 있을 정도로 언어와 사회성이 발달한 시기라고 한다.
자존감을 형성하는 시기인 만큼 놀이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얼마나 조카들과 놀아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때와는 다를 거다.

 

 

 

 

오감 발달 신체, 소통 발달 언어, 호기심 발달 탐구, 사회 정서 감성 발달, 예술 창의 발달 이렇게 다섯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챕터마다 국가에서 제시하는 유아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참고하여 정리한 학습 목표 체크 리스트가 실려 있다.
아이를 관찰하고 그에 맞는 놀이를 찾아 체계적으로 학습(놀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전문가에게 관리받고 있는 느낌이랄까? ㅎ

 

 

 

 

사방치기, 딱지치기, 공기놀이 등 내게도 친근한 놀이가 보인다.
사방치기는 내가 어릴 적 '땅 따먹기'라 불렀던 놀이다.
아무래도 동네마다 이름이 다른 것 같다.
바닥에 돌이나 분필로 선을 그려놓고 얼굴이 발갛게 상기될 정도로 뛰어놀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는 약속하지 않아도 골목에 나가면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사방치기는 한 발 뛰기, 양발 뛰기, 방향 바꾸기 등의 이동 운동과 조작 운동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한다.
별 생각 없이 하던 놀이가 성장 발달에 이렇게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미처 몰랐다.​
이 책은 일반적인 놀이 방법이 아닌 응용한 방법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딱지치기의 경우 밀어내기, 날려 먹기, 딱지 삼각형 치기 등이 응용한 놀이다.

 

 

 

 

예전에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자석 낚시 장난감을 선물한 적이 있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걸 산다고 조금 비싼 장난감을 골랐었다.
​그런데 굴러다니는 자석과 클립만으로 훌륭한 낚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하면서도 뭔가 허탈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놀이는 그리 복잡하거나 대단한 놀이가 아니다.
준비물과 놀이방법도 단순하다. 하지만 아이의 수준에 맞게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단계적인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
​글자낚시 놀이의 경우 소근육 운동은 물론, 글자가 모여서 단어를 만드는 것을 배우고, 읽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단순하지만 아이의 발달에는 상당히 효과적이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길 때가 있다.
나도 조카를 보면서 이 녀석은 왜 이런 질문을 할까? 하고 궁금해서 녹색창을 검색해본 적이 여러 번이다.
이 책은 챕터마다 "도와줘요, 장 박사님" 코너를 통해 궁금증이나 고민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아들만 셋인 동생네는 벌써 성교육을 걱정하던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육아책추천, 장유경의아이놀이백과

 

 

 

기욤 뮈소, 히가시노 게이고, 모리사와 아키오 등 믿고 읽게 되는 작가가 있다.
또 다른 한 명이 더글라스 케네디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더 잡>을 통해 처음 만났다.
책 표지에 끌려 구매한 것이 계기가 되어, <빅피처>, <모멘트>, <파이브데이즈> 등 그의 작품 모두를 읽었다.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에 밤을 새워 가며 읽기도 했고, 함께 나누고자 직장 동료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이제 그의 책이라면 어떠한 정보가 없어도 일단 집고 본다.​​​​

 

 

 

우리는 친구, 선배, 후배, 직장 동료 등과 만남을 이어가며, 누군가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가끔은 누군가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잘 안다는 건, 착각일 수 있다.
평생을 함께 지낸 가족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하물며 남은 오죽할까?​
책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보려고 하지 않죠."
​누군가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든, 아니든 결국, 자기 선택이다.
그 선택으로 인해 삶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결정하는 선택은 더욱더 제대로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로빈은 공인회계사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보헤미안 기질이 다분한 화가 폴을 만나 재혼한다.
남편 폴은 매력적인 남자였지만, 낭비가 심하고 책임감이 결여된 사람이기도 했다.
그녀는 전남편 도널드가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을 폴이 채워주었기에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남편 폴의 성격쯤은 자신이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폴은 로빈에게 모로코 여행을 제안한다.
사실 제안이라기보단 선언에 가까웠다.
어떤 상의도 없이 모든 예약을 끝내놓은 상태였으니까.
그렇게 로빈은 폴과 함께 카사블랑카로 떠난다.
하지만 낯선 환경부터 숙소문제까지 여행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숙소에서 로빈과 폴은 뜨거운 시간을 보낸다.
로빈은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폴은 그림을 그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도착한 한 통의 메일이 부부의 행복한 시간을 산산조각을 낸 것이다.
폴은 사라졌고, 로빈은 경찰에게 쫓기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로빈은 폴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지만, 일단 그를 찾기로 한다.
그렇게 낯선 타지에서 남편을 찾기 위한 그녀의 여정이 시작된다.
폴의 흔적을 쫓는 과정에서 그녀는 큰 사고를 당한다.
겨우 목숨을 구한 그녀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모로코를 탈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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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했듯이 누군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 수 있다.
설령 그게 몇 년을 함께 산 부부라고 해도 말이다.
로빈은 남편 폴을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남편의 성격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단점을 알고 있었으면서 좋은 면만 보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순간의 선택이 그녀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만약 그녀가 남편 폴의 배신을 알게 된 순간, 그를 떠났다면 더 이상의 불행은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안타까웠다.​

​

더글라스 케네디는 여성의 심리 묘사의 탁월한 작가이다.
이번에는 로빈의 모습을 통해 낯선 타지에 홀로 내몰린 여성의 심리적 공포감과 무력감을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읽는 내내 로빈에게 몰입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무섭다고 느꼈다.
동시에 가족과 타인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도 빼먹지 않았다.
오랜만에 더글라스 케네디다운 책이 나왔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팬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는 책이다.

 

 

 

 

 

 

이 책과 함께 <밤의 여행자들>이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비트레이얼>의 로빈을 보고, 낯선 여행지에 혼자 고립되어 엄청난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된 <밤이 여행자들>의 고요나가 떠올랐다. 아름다워 보이기만 했던 여행지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비트레이얼, 더글라스케네디, 더글라스케네디신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