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웨이워드 파인즈 3부작의 최종편이 출간되었다.
많이 기다렸기에 책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버렸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놓을 수가 없었다.

 

 

 

비밀수사국 요원 에단 버크는 실종된 전 파트너 케이트를 찾기 위해,
웨이워드 파인즈라는 작은 마을을 방문한다.
하지만 일이 이상하게 꼬여 케이트를 찾기는커녕 꼼짝없이 마을에 붙들리고 만다.
겉으로는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마을이지만,
마을 전체가 전기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등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에단은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출구를 찾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러다 마을 밖에 어떤 존재가 있고,
필처 박사와 그 일당이 마을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아보시겠어요?" 테드가 물었다.
"마이크로칩이군요."
"우린 현재 460개의 신호를 잡고 있습니다. 하나가 모자라는군요."
"내가 여기 앉아 있기 때문인가요?"
"맞습니다." (2권 p.140)

에단은 모든 사실을 마을 사람에게 밝히고 필처 박사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이에 필처 박사의 가혹한 신 놀음이 시작되는데….

​

여기까지가 첫 번째 책 <파인즈>와 두 번째 책 <웨이워드>의 대략적인 이야기다.

 

 

 

 

필처 박사는 마치 심시티 게임을 하듯 담장의 전기를 끊고 문을 열었다.
마을 사람을 보호하고 있던 보호막을 해제한 것이다.
그의 행동은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 오만했다.
마을 밖 존재, 애비는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희생자는 수백에 달했다.
완벽하게 보이던 마을이 한 사람 때문에 한순간에 무너졌다.
사람들은 나약했다. 그들은 자유를 찾아준 에단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평화롭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긴장감이 팽팽해지면서 소설의 주제가 드러난다.

에단은 자신을 지켜보는 눈에서 분노와 비난을 감지했다.
그 가운데 진실로 그를 향한 분노와 비난은 얼마나 되고, 그가 상상한 부분은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p.144)​

사람들과 에단의 갈등이 대립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파인즈 시리즈는 작은 마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자칫 늘어질 수도 있는데, 간간이 등장하는 회상 장면과 마을 사람을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풍부하고 입체감 있게 그려냈다.
특히, 추격전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을 수 없었다.

<파인즈>와 <웨이워드>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어떤 결말이 될까 궁금했다.
그리고 내가 마주한 결말은 충격적인 반전까지는 아니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다.
이렇게도 끝낼 수 있구나… 놀라웠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나은 결말은 없어 보여 만족스러웠다.
SF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SF소설, 라스트타운

 

 

 

오랜만에 SF 소설을 읽었다.
웨이워드(미드 웨이워드 파인즈 원작)를 끝으로 3개월만인 것 같다.
부러 SF 소설을 피했던 건 아니다.
요즘 범죄 스릴러 소설에 빠져 지내다 보니 그렇게 됐다.
기분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이 책을 펼쳐 들었다.
퓨어,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정화와 치유가 절로 될 거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독서가 되었다.​​​​​​​​​​​​​​​​​​​​​​​​​​​​​​​​​​​​​​​​​​​​​​​​​​​​​​​​​​​​​​​​​​​​​​​​​​​​​​​​​​​​​​​​​​​​​​​​​​​​​​​​​​​​​​​​​​​​​​​​​​​​​​​​​​​​​​​​​​​​​​​​​​​​​​​​​​​​​​​​​​​​​​​​​​​​​​​​​​​​​​​​​​​​​​​​​​​​​​​​​​​​​​​​​​​​​​​​​​​​​​​​​​​​​​​​​​​​​​​​​​​​​​​​​​​​​​​​​​​​​​​​​​​​​​​​​​​​

 

 

 

모든 것이 오염된 미래.
더는 정상인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된 환경 속에,
정상인 부부들은 퓨어바디 시스템, 즉 정상 생식세포에서 배양한 정상아를 주문 입양해야 했다.
한편, 정상인과는 다른 부류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외형과는 사뭇 다른 이형인.​

이형인들이 하나둘 다가와 빈을 둘러쌌다.
좁은 보폭으로 알짱대며 다가온 난쟁이, 커다란 돼지코를 가진 사내,
거구에다 눈이 넷인 사내, 팔이 넷인 사내……. (p.39)​

​

지하세계에서 난민처럼 살아가는 그들은,
정상인들과 달리 꾸준히 그 수를 늘려서 이제 정상인들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인구정책상 이형인 부부의 네 번째 아이는
인구조절부에서 거두기로 한다….

 

 

 

 

 

퓨어바디 시스템에서 태어난 빈은
이형인 부부의 네 번째 아이를 거둬가는 인구조절부 집행관이다.
이형인들에게 원한을 사는 직업이지만,
정상인들은 우월하다고 여겼기에 긍지를 갖고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사라졌다.
아버지의 흔적을 쫓는 동안 그는 모르고 지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정상인 당신들이 말하는 정상이니 전형이니 이런 게 대체 뭐냐구요?
어차피 그건 가상의 산물일 뿐 아닌가요?
이형인들이 없다면 정상이니 전형이니 따위가 무의미하겠죠.
당신 역시 이형일 뿐이라구요.
서로가 서로에게 이형일 뿐인 겁니다. (p.238)​​

우리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유난히 불편해한다.
저자는 이형인들이 가득한 미래도시를 통해
우리가 말하는 '정상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정상과 비정상은 결국 인식의 문제에 불과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다름은 나쁨이 아니라 인정해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
책을 읽는 동안 문득문득 장애를 가진 조카 생각이 끼어들었다.
어딜 가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아이.
그래서일까? 내겐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던 독서였다.

다름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이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SF소설, 퓨어바디

 

 

 

르네 나이트의 <누군가는 알고 있다>와 M. J. 알리지의 헬렌 그레이스 형사 시리즈까지,
요즘 스릴러 소설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이게 다 <언틸유아마인>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부터 스릴러 소설에만 손이 간다.
그래서 오늘은 스릴러의 세계로 나를 이끈 <언틸유아마인>을 소개하려고 한다.​​​​​​​​​​​​​​​​​​​​​​​​​​​​​​​​ 

 

 

 

스릴러 소설에는 대게 반전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반전을 기대한다.
<언틸유아마인>에도 반전이 있다.
독자를 속이는 방법 중 맥거핀 기법이 쓰였는데,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에서 유래된 방법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하면서 주의를 끄는 기법이라고 한다.
물론, 나도 검색을 통해 알았다. ㅎㅎ

 

 

 

 

 

한 여자의 고백이 담긴 프롤로그.
기묘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뇌리에 남아 잊히질 않는다.

​

나는 늘 아기를 갖고 싶었다.
아기가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도 아기를 갖고 싶었다.
그 욕망이 이제 뼛속까지 배어든 절절한 아픔으로 변해 사악한 기운을 뻗치며 온몸을 휘감는다.
혈관을 타고 수십억 개의 신경경로를 경유하며 호르몬으로 혼미해진 뇌를 뒤덮는다.
나는 그저 엄마가 되고 싶었다. (p.9)

​

소설은 강렬한 프롤로그를 뒤로하고 세 여자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첫 번째 여자는 사회복지사 클라우디아다.
만삭인 그녀는 남편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의 배가 점점 불러오자 육아를 위해 유모를 고용하기로 한다.​
유모로 들어온 조 하퍼가 두 번째 여자다.
그런데 그녀의 등장이 왠지 수상하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접근한 것이 분명하다.
그걸 눈치챈 것인지 클라우디아는 유모가 탐탁지 않아 한다.

한편, 클라우디아가 사는 마을에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피해자는 출산을 앞둔 미혼의 임산부들.
갑자기 엄마가 되고 싶다던 여자의 고백이 떠올랐다.
역시나 프롤로그의 그 여자가 연쇄 살인범인가?
이런저런 추측을 하는 사이 세 번째 여자 여형사 로레인의 수사 결과가 나왔고,
모든 증거가 유모 조 하퍼를 가리키고 있었다….​

​

출산이 임박한 클라우디아와 타이밍 좋게(?) 등장한 유모 조 하퍼,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한 여자.
책을 읽는 동안 범인의 흔적을 쫓느라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고 초~!! 집중해서 읽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범인을 추측했지만, 당연하다는 듯 틀리고 말았다…. ㅠ
맥거핀 기법의 진수를 본 것 같다.
통수를 제대로 맞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오랜만에 완성도 높은 스릴러 소설을 만난 것 같다.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꼭 읽어보길 바란다. 추천.

스릴러소설추천, 언틸유아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