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좋은 소설, 동주와 몽규 세트.2016
담백하고 가볍지 않은 흑백 영화, 동주
소설 동주와 몽규를 읽게 된 데에는 영화 동주의 힘이 컸다.
영화 동주의 배경은 암흑기였던 일제 강점기다.
영화는 동주과 몽규의 모습을 담백하고 가볍지 않게 담아내기 위해 화려한 색채를 빼고 흑백으로 제작됐다.
그래서 영화는 흑백이다.
흑백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영화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마음에 녹아드는 힘이 있었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 촛불이 일렁이는 어두운 방 안에서 사각사각 시를 써내려가는 동주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평소 시를 좋아하지 않던 나조차도 흑백영화가 주는 울림에 동주가 영화 중간중간 읊는 시가 좋아졌다.
영화가 끝날 무렵, 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꼭 한번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 동주와 몽규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 복원북과 함께 구성된 세트이다.
동주라는 영화 덕분에, 또 동주의 시집 덕분에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윤동주 단짝, 송몽규
'별 헤는 밤', '서시' 등 윤동주의 시는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의 생애는 모르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그보다 더 모르고 있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송몽규라는 인물이다.
나름대로 역사를 좋아하고 근현대사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낯선 이름이다.
고종사촌지간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두 사람은 성격이 전혀 달랐다.
내향적이고 감성적이며 조용한 동주와 달리 몽규는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며 도전적인 사람이었다.
또한, 몽규는 동주가 간절히 원하던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도 했으며, 일본유학길에 올랐을 때도 동주가 합격하지 못한 교토대학에 입학하는 등 동주보다 늘 앞서 있었다.
동주에게 몽규는 가족이면서 질투의 대상이자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었을지 모른다.
영화 동주와 이 책이 인상 깊은 이유는 동주라는 한 시인의 삶만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몽규라는 인물도 함께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좋은 소설
이 책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두 사람이 실제 다녔던 은진중학교와 그 시절, 그러니까 영화보다 어린 동주와 몽규의 성장(?) 이야기다.
열일곱의 동주와 몽규는 좋아하는 여자 아이 때문에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서로를 똥주와 멍구라고 부르며 끔찍이 생각하는 사이다.
어린 시절 문학에 뜻을 두었지만, 일제의 압박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자신들이 나아갈 길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주와 몽규는 독립군들이 일본 헌병대를 습격해서 빼앗은 금괴를 발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독립운동자금을 운반하기 위해 떠난다.
이 책은 무겁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것도 아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딱 좋은, 그 정도의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경쟁 속에 지쳐있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될 것이며, 역사 대해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흥미로운 근현대사 공부가 될 것이다.
아픈지만, 부끄럽지 않은 우리의 과거를 다룬 소설이기에 더욱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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