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제 서른 살이 된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린 일기장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순전히 표지와 '삼십 살'이라는 책 제목만 보고 호기심에 읽게 된 책이다. 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심지어 표지 그림을 보고 책을 펼치며 작가가 남자구나 했다. 하지만 작가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멘붕이….
작가는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 일기장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사건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아니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와~ 여자가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인가? 책장을 넘기면서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로 충격을 줄지 재미가 쏠쏠하다.

 

 

 

 

 

커피를 즐기는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서른 살.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서른 살 혹은 삼십 세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발 사이즈가 245mm가 아니라 255mm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서른 살에 알게 되었단다. 책장을 넘기면서 만화가인 작가의 삼십 살 이야기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 참 재미있게 사는구나. 그러다 서른 중반인 나는 지금 나이에 걸맞은 삶을 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서른 살의 삶은 남들이 정해놓은 표준 방식에 맞게 살고 있는 것인가. 아니 나는 가장 평범한 직장인으로 평범한 삼십 대의 삶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5년 동안 계획한 헬스와 요가를 등록한다. 그리고는 아침 7시에는 헬스, 저녁 9시에는 요가를 해야 하는 일과에 강박감을 느낀다. 과자 '노래방 포스틱'을 나흘 동안 먹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큰 한 봉지를 폭풍 흡입으로 먹어치운다. 얼마 전 나도 프링글스 양파 맛 4통을 사서 하루 만에 다 먹은 기억이…. 요즘은 중고사이트에 빠져 필요한 물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직거래의 저렴함과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기를 읽다 보면 꼭 필요한 물건만은 아닌 듯하다. 물건을 사들이고 그 물건이 있기 때문에 하는 행동들이 꼭 나를 보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철이 없어 보이지만 이런 생활을 하는 사람이 바로 서른 살의 앙꼬 작가다. 이렇게 사는 것도 다양한 서른 살의 삶 중 하나다. 나는 서른 살이라고 해서 따로 정해져 있는 생활 방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스무 살과 서른 살을 구분 짓는 것은 남들이 기대하는 성숙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이면 출근 준비하고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퇴근 시간에 집에 돌아와 쉬는 내 쳇바퀴 같은 평범한 삶도 서른 살의 삶이다. 어릴 때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서른 살이라고 하면 무언가 특별해 보이고 그에 걸맞은 행동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의 서른 살은 그야말로 인생의 한창나이다. 자신이 사는 그 모습 그대로의 '삼십 살' 인생을 맞이하고 즐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화가나 다른 이는 어떤 서른 살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많은 공감대를 느낄 것 같다. 아 그리고 반전이 있는데 작가를 검색해보니 만화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상당히 미인이더라.

 

 

 

 

 

 

삼십살, 앙꼬

 

로맨스 소설은 20대에 정말 즐겨 읽었는데, 30대 넘어와서는 조금 뜸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조선기생 홍금보>의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 조금씩 깊게 들어가 20대 때의 두근거림과 설렘이 일었다. 이런 감정 때문에 달콤한 로맨스 소설을 읽나 보다.
이 책을 처음 읽게 된 이유는 제목에 이끌려서였다. 홍금보. 이는 어릴 적, 성룡 영화에서 봤던 뚱뚱하지만, 행동은 날쌘 배우와 같은 이름이 아닌가. 조선기생의 이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매끄럽지 않은 조합이다. 우리가 보통 기생이라 하면, 아름다움과 지식을 겸비하고 뭇 남성들이 모두 한눈에 반할 미인이 아니던가. 실제 그 시절을 살아본 적 없지만, 영화나 책에서의 기생은 그런 이미지로 묘사된다. 그러나 작가는 이런 편견을 깨버리는 조선 기생을 등장시킨다. 이름 하여 홍금보. 붉은 홍(紅), 능금 금(檎), 보배 보(寶). 붉디붉은 능금 같은 보배라는 뜻을 가진 기녀.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그 당시 사람들이 볼 때, 그녀의 외모는 육 척의 키 독각귀(도깨비)를 떠올릴 만큼 무섭다. 상황이 이런지라 다른 기생들처럼 홍금보의 머리를 올려주겠다는 나서는 사람이 없다. 조선 시대가 아닌, 400년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슈퍼모델 감일 텐데….

시대를 잘못 타고난 홍금보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통사관(통역관) 장이강 오라버니다. 장이강은 홍금보를 친누이처럼 예뻐했지만, 연인으로서의 마음은 아니었다. 장이강은 기방 '장만옥'에 홍금보와 함께 있는 벙어리 기생 설향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짚신도 짝이 있다고 하듯, 그녀에게도 조선에 주둔해 있던 파랑국(포르투갈) 출신의 명군 통사관 박수타(바티스타)가 있었다. 박수타는 금보를, 금보는 장이강을, 장이강은 설향을, 설향은….

시대적 배경은 신분의 차이가 있던 조선 시대. 백성을 외면하고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임금을 끌어내고, 평등한 사회 율도국을 만들려는 활빈당이 활동하던 시대이며, 이순신이 등장하는 임진왜란 말기 명나라 군대가 주둔하고 있던 시절이기 때문에 유쾌한 로맨스만을 담고 있지는 않는다. 전쟁과 남인과 서인의 정권 다툼과 음모들. 이 와중에 매일 기방에서 살다시피 하는 한량 '허균'과 절름발이 서얼 '길동' 그리고 엄친아 샌님 '이강'이 절친한 친구로 등장한다. 홍길동전 저자 허균과 홍길동이 친구라는 설정을 보고 작가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두 캐릭터는 전혀 이질감이 없이 내용에 너무나 잘 녹아들어 있다. 허균이 친구 길동을 모델로 홍길동전을 지었나 하는 착각까지 든다.

 

 

 

 

 

책을 읽다 보면 '립신구(립싱크)', '소간지(소지섭?)' 등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문장 때문에 중간중간 큰 재미를 더한다. 제목만 봐도 그렇다. 요즘 무슨 책 읽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조선기생 홍금보> 라고 답하면 예외 없이 웃음으로 대답이 돌아온다. 이유 없이 웃긴단다. 하긴, 나도 처음에 웃었으니까. 내용을 보면 더 재치가 넘친다. 그중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부분은 명군 통사관 '박수타'가 홍금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써온 7장의 글귀들이었다. 온니유(Only you)를 온이유(溫而幽)로 표현하고 요즘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용어를 한시로 교묘하게 잘 지어냈다. 이거아심? 완전조아여. 조온나 귀요미. 온이유. 홍금보.
또 조선말을 빨간 책 '색주부뎐' 으로 배운 '박수타'의 아슬아슬한 色 드립은 '동엽신'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고 싶다. 진심.

 

 

 

 

 

총 2권으로 된 <조선기생 홍금보>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가슴속에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진한 여운이 느껴졌다. 이들의 뒷이야기를 더 들려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육시몬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검색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조선기생홍금보, 청어람

 

우리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유병장수시대'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지금, 뇌에 관련한 문제에서는 우리의 생각과 인식이 시대에 크게 뒤떨어진다. 나는 몇 살에 가장 똑똑했는가. 이 책의 저자는 이 질문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을 들은 사람은 예외 없이 현재보다 적어도 10~20년 전의 나이를 댄다고 말한다. 나 역시 10여 년 전이 가장 똑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전형적인 대답은 우리의 뇌가 전성기를 지났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우리 뇌 기능 저하의 주원인은 나이가 아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지적 사고의 중심지인 전두엽을 개발하면 지적 능력은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뇌의 기능을 신체를 단련하듯 훈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두뇌 안티에이징>은 우리가 뇌에 대해 알고 있는 그릇된 상식을 소개하며 해결방안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두뇌를 많이 사용할수록 튼튼해진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지금까지 뇌를 많이 사용해서 지속적인 자극을 주면 뇌가 좋아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는 '사용하지 않으면 못 쓰게 된다.'이라는 통설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바람에 역효과가 생긴 것이라고 하며, 저자는 오히려 뇌를 남용할수록 해로운 영향이 더 커진다고 경고한다.
우리 몸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면 극심한 피로를 느끼게 되듯이 뇌도 주어진 모든 문제를 구분 없이 모두 해결하려고 들면 극심한 피로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두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2013년 최근 통계를 보면,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7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한순간도 놓지 못하고, 지나치게 집착하는 스마트폰 중독률이 6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저자는 통신기기를 통해 많은 정보에 끊임없이 접근하게 되는 습관은 뇌 질병에 주범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소수 정보를 집중해서 생각하던 인지능력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많은 정보로 인해 뇌가 쉽게 지치고 집중력을 상실하게 한다. 물론, 스마트폰 중독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뇌까지 영향을 줄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우리가 현시점에서 뇌 건강을 위해 바로 고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대표적인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흔히, 치매라고 불리는 이 병은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일 것이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지만, 정신 자극을 통해 뇌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진행성 뇌 질환은 초기에 지속적인 정신 자극이 매우 중요하며, 다양한 사례들을 수록해놓고 뇌 기능 저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뇌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책을 통해 배운 대로 꾸준히 두뇌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을 만들고, 통합적 추론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실천한다면 우리 뇌는 지금보다 스마트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앞서 말했듯이 뇌를 너무 혹사하는 것은 금물이다.

두뇌안티에이징,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