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뷰에서 습지생태보고서란 만화를 그린 최규석에 대해 알게 됐고
만화를 읽은 뒤엔 그는 뭔가 다른 만화가란 생각을 했다.
잊고 지내던 중 회사 동료가 빌려준 100℃를 주말에 읽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말에 읽고 월요일에 가져오란 동료의 말에 알았다고 웃어넘겼다.
심야영화를 보고 온 새벽 4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만 보겠다던 내 생각은 실수였다.
두 시간동안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한 페이지, 한 컷,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정도로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인 내가 가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유치원생이었던 나에겐 당시의 기억이 없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기억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당연하게 이끄는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악인 vs 선인의 구조도 아니고, 풍부한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도 아닌 이 만화는
1987년 같은 2009년을 살고 있는 나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99℃까지 올려놓았다.
이제 남은 건 1℃다.
이 1℃는 옳고 그름을 가르는 것도,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는 기준도, 오븐처럼 스위치를 돌린다고 해서 저절로 높아지는 정신도 아니다.
그것이 이리도 손에 쥐기 힘든 건 전두환과 이명박이 가지지 못한 무엇이고 때문에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꼭 가져야 하는 것이며, 이것을 통해 지금 이순간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고 희망이기 때문이 아닐까.
99℃를 가진 우리는 지금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1℃가 가장 고프다.
“99와 100의 차이는 크다. 99를 향해 달리는 사람은 여유가 있지만, 100을 향해 달리는 사람은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