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궁금함을 느꼈고,

표지에서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그래서 읽었다.

내용은 복잡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아서 술술 넘어갔다.

파일럿 피쉬의 생을 알고 난 뒤에는 그들이 서글프게 느껴졌는데

책장을 덮고나니 우리 모두 파일럿 피쉬와 인공수조의 생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을 위한 실험도구가 되기도 하고 그 실험도구를 부리기도 하는, 그런 먹고 먹히는 관계를 지속하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나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보였다.

야마자키와 유키코처럼 19년 전의 관계를 떠올리며 추억하는 또는 절대 추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갖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어리지만 과거와 추억이란 단어가 주는 아련함이랄까,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19년 전의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작위적인 연결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왠지 이 책을 읽고나니 이 책의 연장선이라 볼 수있는 <아디안텀 블루>가 읽고 싶어졌다.

서른살, 삼십대... 아직은 깊이 생각해 본 적도, 뼈저리게 느낀적도 없는 20대의 중심에 다다른 내가 왜 이 책을 읽었을까?
나름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와 단편집을 읽어본 적 있는 정이현의 책...이니까

라는게 이유의 전부였다.

그랬다.

처음 시작은 이렇게 별 이유 없이 아무 감흥 없이 였다.

생각보다 많은 페이지에 꼭 일주일안에 읽어내겠다고 다짐 할만큼 책자체보다 그 변두리에 신경썻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에 읽으면서 '어라, 이것봐라~'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수와 친구들 그리고 그녀 주변의 남자들은 사실 내 주위에서 찾기 힘들다.

서른을 훌쩍 넘긴 노처녀가 있긴 하지만 그들이 세명이나 뭉쳐다니는 모습은 거의 없다.

거기다 귀여운 연하남에 무난한 맞선남 그리고 여자친구 만큼이나 편한 just friend까지...

이렇게 누리고 사는 어린 처녀도 찾기 힘든데 노처녀라니...

이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한국판 색스 앤더 시티라고 하기엔 너무 구수하고 통속적이었다.

그런데 그래서 난 이 책이 좋았다.

새 삶을 개척해나가는 30대 여자! 만을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혹은 비굴하고 처절하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이 책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매력을 갖고있다.

그러나 그 알량한 매력만으로는 세상에서 승리하기 힘들다.

그래도 그들은 다시 한 번 부딪치고 도전하지만,

난 이들을 보고 독해지기로 맘먹었다!!

이런 말하면 오은수가 뒤집어질지도 모르지만 난 내인생의 청사진에서 그녀같은 모습은 꼭 빼고싶다~

지금 은수처럼 아니 그보다 더 열심히 부딪치고 도전해서 그녀 나이 즈음엔 허리에 손 얹고 콧방귀 끼며 웃어주리라!!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