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저자)
소설가. 1966년 전남 함평 출생이다. 광주기독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심사직으로 근무했다. 2001년 봄,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에는 국문과 친구들의 소설 숙제를 대신 써 주면서 창작에 대한 갈증을 달랬고, 직장에 다닐 때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홀로 무수히 쓰고 버리는 고독한 시절을 보내기도 하였다. 소설을 쓰는 동안 아이의 세계에 발을 딛고 어른의 창턱에 손을 뻗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의 성장 모습과, 스스로 지나온 십대의 기억 속에서 그 또래 아이들의 에너지와 변덕스러움, 한순간의 영악함 같은 심리 상태가 생생하게 떠올랐으며 덕분에 유쾌하게 종횡무진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입심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2007년 삼 년에 걸친 구상과 집필 끝에 탄생한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등단 이후 쏟아지는 원고 청탁을 거절하고, 치밀한 자료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내 심장을 쏴라』 집필에만 몰두해 다시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강렬한 주제의식과 탁월한 구성, 스토리를 관통하는 유머와 반전이 빼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출간작으로는 『열한 살 정은이』, 『이별보다 슬픈 약속』, 『마법의 시간』 등이 있다. [예스24 제공]
서평 ------------
제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 다소 생소한(물론 내게) 문학상 수상 작품이라.. 음 뭔가 포스가 흐르는 표지와 함께... 1억원 고료 라고 하니 작가는 돈방석에 앉았을까? 하는 의문이... 뭐 기타 다른 작품에서 인세며 뭐며 넘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두 젊은이의 처절한 인생의 탈출기를 그린 로드무비 같은 소설이다. 철저한 고증으로 만든 작품이라 그런지 정신병원을 그린 부분에서는 상당한 리얼리티가 좔좔 흐르는 것 같다. 간호사로써의 과거 경력을 바탕으로 이런 환자들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는 상당히 뛰어난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든다.
이 작품의 또다른 매력은 마지막 반전이 상당히 좋게 느껴진다는 것인데... 뭐 다른 영화나 매체에서 많이 다룬 반전효과이지만 그래도 전혀 그런걸 예상하지 못했던 나이기에 작가의 의도대로 뒤통수를 들이댔고 보란듯이 얻어맞고 나부라졌다는... 그리고 간혹 가다가 나타나는 블랙코미디와 유머러스한 표현은 상당히 내 코드와 부합하기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 하지만 간혹 느껴지는 지루함이란....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이 약간 지루하게 더디게 진행이되서 책을 잡고 상당한 기간이 흐른 뒤에 덮을 수 있었던....
문학상 수상작품 다운 작품이라 말할 수 있겠다.
독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흡입력과 작품의 탄탄한 구성과 이야기 내내 흘러 넘치는 현실성은 이 작품의 백미이고 마지막 반전은 독자들을 위한 뽀나쑤~~
하지만, 책이 두껍고 ... 내용은 길다~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두 젊은이의 분투. 그 운명에 가슴을 펼치며 "내 심장에 쏴라~"하고 외치는 부분은 감동의 물결, 닭살의 파동, 넘처흐르는 아드레날린~ 끓어오르는 젊은 피를 느낄 수 있게 해준 작품이겠다.
72페이지
수긍할 수는 없었으나 취지는 이해했댜. 스키조와 바이폴라 사이에는 계층적 갈등 관계가 존재한다. 바이폴라들은 기회만 생기면 자기 병명을 밝히려 든다. 이는 '난 나사가 빠진 게 아니라 변덕이 문제절랑'과 같은 말이다. 스키조는 스키조대로 콧방귀를 뀐다. 우린 미치기만 했지, 너네는 미친 데다 시끄럽기까지 하잖아.
"병실 귀환 기념으로 그놈 이야기도 해줄까 했는데, 면도날을 끼운 켈리를 가운 주머니에 담고 다니는 놈인데, 본 적이 있으려나?"
: 독특한 설정에서 코믹스런 상황을 연출하는데 그 글 맛이 감칠맛이 나게 착착 감기는 느낌이다.
74페이지
승민은 다리를 꼬고 내 손가락만큼이나 긴 발가락을 깐닥거리며 CC카메라를 쏘아보고 있었다. 표정이 말도 못하게 사나웠다. 쏘아보는 게 CC카메라가 아니라 제 코를 쥐어박은 누군가의 주먹 같았다. 그 쯤에서 탐색을 마쳤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도루하다 들킨 1루 주자처럼 허둥거리지 않았으리라. 승민이 턱을 틀어 나를 봤을 때,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쳐 왔을 때, 나는 꼼짝없이 녀석의 눈에 붙들리고 말았다.
땅거미 같은 눈이었다. 야밤의 도로로 튀어나왔다가 자동차 전조등에 갇혀버린 날짐승 같은 눈이었다. 그러나 미친 자의 눈은 아니었다. 그런 걸 어찌 아느냐고 묻는다면, 우리 편이 아닌 놈을 알아보는 동물적 직관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 표현력이 아주 맘에 든다.
135페이지
"원대한 포부야. 주정뱅이에 노숙자로 굶어 죽어가는 놈 데려다 치료해주고 일자리 줬더니 이렇게 훌륭한 재목으로 자랄 줄이야. 근데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달라면 주는 거래? 인생기록부에 권총 차고 있는 놈한테도 막 준대? 내가 알기론 너넨 이발사도 못하거든."
사악한 혀가 뭉게구름을 조각냈다. 포악한 손은 책을 쪼갰다. 네 쪽, 여덟 쪽...
"꿈 깨고 일이나 해, 세탁장에 말뚝 박아버리기 전에."
우울한 수험생은 팔을 떨어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미간에서 확홧한 것이 번득이는 걸 느꼈다. 분노였다.
"넌 네 앞가림이나 잘하시고, 응?"
점박이는 뜯어발긴 책장들을 손아귀에 말아 쥐고 내 뺨을 두 번 후려쳤다. 한쪽 뺨은 포핸드로, 다른 뺨은 백핸드로.
: 이 작가의 글은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지루한 표현의 일색이다가 가끔 써있는 유머가 압권인 듯 하다.
163페이지
'접촉하는 두 물체는 반드시 상대에게 흔적을 남긴다.'CSI가 맹신한다는 로카르의 법칙이 틀렸음을, 덩치 큰 야맹증 환자는 밤새도록 증명해 보였다. 승민의 발에 밟힌 물건들은 모조리 사망 선고를 받았다. 승민의 다리와 충돌한 각 침대들은 수도 없이 자리를 이탈했다. 벽이나 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슬렁어슬렁 걸어가 온몸으로 '뻑'소리 나게 들이받았다. 그때마다 방 전체가 뒤흔들렸다. 승민은 말짱했다.
: 이 저자는 참 아는 것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