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앉은 자리를 중심으로 삼성 14인치 LCD모니터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너머에는 후지쯔에서 나온 PDP TV 4대가 각각 다른 채널을 방송하고 있었고,
마지막 TV에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CCTV를 정확히 4등분하여 주변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뒤쪽 자리에는 한 직원이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그의 모습은 파티션에 가려 앉은 상태에서는 보이지 않고
가끔 들리는 목에 낀 가래를 정리하는 헛기침 소리만이 그의 존재를 알릴 뿐이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에 뒤쪽에 앉은 직원이 뭔가 할일이 갑자기 생각난 듯 벌떡 일어선 후 주변을 둘러보고 그의 자리로 왔다.
그가 하고 있는 일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고 그저 앞에 항시 켜있는 PDP의 방송 채널을 한번 스윽 둘러본 후 재미없다는
듯 한숨을 짧게 쉬고는 슬리퍼 뒤축 소리만 남기고 뒤쪽으로 점점 멀어져 간 후 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그가 사라지고 몇 통의 잘못 걸린 전화를 받느라 팀장이 그의 뒷자리에 있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것조차 눈치 채지 못했다.
팀장은 그의 근무 상태를 힐끗 바라 본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걸고 내일 있을 약속 장소를 변경하고
다시 한통의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아 다시 전화를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