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마저 포기해야하는 비정한 <잠자는 숲속의 공주> 프리마발레리나의 꿈"

 

히가시노 게이고(저자)

요즘 신작들이 쏟아져 정신없이 예약하느라 분주한 필자 기쁨에 비명을 지른다... 올레~

 

서 평 ---------------------------------------------------------

 

발레라는 분야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그녀들의 희생은 과연 어디까지 가야하는 것일까?

비단 발레뿐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에서 자기 희생의 조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 발레만을 알고 발레만을 위해 살아가는 댄서들의 이야기가 있다. 뭐 생각해보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버려야하는 것이 발레뿐이겠는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지독한 여인의 이야기....

 

히가시노가 탄생시킨 감상적이고 인간적이고 너무나 형사답지 않은 푸근한 인간미가 매력인 가가형사. 그가 일반인들이 다가가기 힘든 발레라는 주제로 펼치는 추리의 향연. 그 매력에 올 여름 푹 빠져보고 싶다면 서슴없이 이 책을 들고다니라고 말하고 싶다.

 

갑자기 불어닥친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다카야나기 발레단. 그 속에서 일어나는 배신과 음모와 사랑을 담은 이야기를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발휘하여 독자들을 묘하게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의 압권은 역시 마지막 엔딩이 아닐까? 생각한다. 용의자X의 헌신에서 보여주었던 범인의 사랑에 대한 울부짖음이 가슴 찡하게 하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가가형사가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약속과 이루어지는 키스신은 이 작품의 추리소설에서 볼 수 없는 또다른 매력을 발산한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이렇듯 히가시노의 마지막 엔딩이나 결말에는 항상 독자들을 가슴아프게 하거나,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하는게 특징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약간 있는데... 그동안 보여주었던 여러 추리소설의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불만족스럽다. 뭔가 독창적인 기법이나 독특한 반전이 전작에 비해서 약하다고 봐야할 것이고, 전작에서 많이 보았단 탐문수사와 범행의 트릭은 그리 내 시선을 잡아끄는 뭔가가 부족했다. 뭐니 뭐니해도 히가시노라 하면 이야기 중간에 뜻하지 않게 비틀어버리는 사건의 진행은 보기 힘들었다. 이런 점에서 약간 불만족이었지만,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이 놈의 등장인물과 이름이 매칭하지 못하는 능력때문에 앞장 등장인물 설명란을 열심히 넘겨봐야했고 워낙에 일본인 이름들이 그게 그거 같아서 꽤 곤욕을 치렀다는...

 

가가형사 시리즈로 4권이 나왔는데 차례대로 못읽는다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예약대기중이니 가슴뿌듯할뿐이다. 또다른 가가형사 시리즈가 참으로 기대된다.

모리미 도미히코(저자)

태양의 탑 저자.

 

서 평 --------------------------------------

 

그녀를 짝사랑하는 그의 이야기. 로맨스 빤타지 소설이다. 뭐 이 작가는 태양의 탑에서 감탄해 마지 않았던 기억이 있던고로 많이 기대를 했건만, 이 책을 읽고는 좀 실망이다. 이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의 참신함이 없어서 그런가? 이 작가의 연속된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태양의 탑에서 만큼은 아닌 것 같아서...

 

난독증에 걸린 환자처럼 읽어내리기가 상당히 힘들었다는... 특히 헌책방에 관한 에피소드에서는 일본 문화가 짙게 드리워져 있어서 그런가.. 더 흥미를 잃었다는...

 

구성은 참신하게 되어 있다. 짝사랑하는 클럽 선배가 미모의 후배를 쫓아다니며 일어나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 시점이 남자와 여자를 번갈아가며 서술해 놓아 웃기는 연출이 많다.

이족 보행 로봇 스템이 특기인 그녀~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

 

단순히 웃기려는 설정들이 작위적인게 많아서 ... 실망스러운 면도 없잖아 있지만,

이 작가의 매력은 태양의 탑에서 완전 연소가되는 듯 하고 이 책에선 왠지 불완전 연소로 검은 연기가 발생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70쪽
빌어먹을. 이런 놈들에게 아끼는 나의 애장품을 호락호락 내줘야 하다니, 하고 고민스러운 마음을 누르며 꼼짝 않고 앉아 있던 도도 씨가 결국은 툭 하고 자제의 끈을 끊었다. 처자와는 이별하고 이백 씨에게는 빚을 지고 비단잉어는 사라지고, 거기에 이제 곧 뿔뿔이 흩어질 컬렉션. 이런 생각이 한꺼번에 도도 씨를 덮치자 그는 모든 게 지겨워졌다.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애장품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깎이는 굴욕을 맛보기보다는 차라리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처리하고 뒤이어 나 자신도 처리해버리리라.
: 도도씨의 악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 ... 코믹한 상황연출이 압권임. 

 

김탁환(저자)

역사소설의 대가.

 

서 평 -----------------------------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등 역사소설을 주로 다루는 저자의 최신작이다. 나오자마자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오르고 영화화가 되는 걸 보면 꽤 흥미로운 소설이 아닐까 하고 도서관에 부랴부랴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금새 읽어버린 책이다.

 

이 작가의 소설은 날이 갈 수록 재미있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특히나 영화화하기에 딱 맞는 소설처럼 보여지는데... 영화화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봐서 그런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내용이 많다. 뭐 약간 과장되게 말하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또한, 마치 역사적 사실이 그러한 것처럼 꾸며놓은 구성은 이 작가 장점인 것 같다. 이런 소설을 통해서 또 역사공부도 하고 좀 좋지 아니한가~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실존인물이고 또 몇가지 설정을 바꿔 긴장감을 더한 것과 희대의 사기꾼을 연출해낸 연출력 등은 참 대단한 것 같다.

이러한 설정들이 어우러진 역사소설의 비빔밥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하다. 날로 이 작가의 연출 및 각색 능력은 이 시대에 맞게 발전하는 것 같고, 책은 상당히 쉽게 읽히고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다.

 

평소에 역사소설은 별루 좋아하진 않지만, 마누라가 좋아해서 가끔 기웃거리는 정도다. 뭐 이런 사람이 재미있다고 하니... 꽤 재미있고 흥미있는 부류에 들지 않을까?

 

참. 노서가 가비는 러시아 커피의 한자식 발음인것 같다. 노서아 가비가 도대체 무슨 뜻일까? 했는데 ... ㅎㅎㅎ 책이 재미있고 글자수도 별루 없어서 반나절이면 다 읽는다.

 

11쪽
어둑새벽 눈을 뜨자마자 찾는 것이 둘 있다. 하나는 담배 또 하나는 커피.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던 시절이 절반.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셨던 시절이 절반. 그렇게 흘러갔다고, 감히 인생을 요약해버리는 여자의 속삭임이다.

91쪽
비싼 값을 내고 노서아 가비를 구해 마셨다. 그리고 급히 종이를 꺼내 끼적였다. 키피에 관한 단 한 줄의 깨달음은 이것이다.
                                                                                    
내가 아닌 것들이 들어와서 나를 바꾸려 한다.
: 이 책에서는 책제목에서 느끼다시피 커피와 관련된 여러가지 말들이 많이 나온다.

 

102쪽
내가 이반을 용서한 것은, 내가 상상한 여러 가지 변명거리로부터 그의 답이 너무 멀리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사기를 치기 위해 바빴다거나 새 여자가 생겨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적어도 뺨을 서너 대 때리고, 빼쩨프부르그에서 한양까지의 긴 이야기를 슬렁슬렁 풀기 시작했으리라. 그러나 이반은 '나랏일'을 들먹이며 '전하'라는 단어를 디밀었다. 내가 모르는 세계였고, 따져 묻는다고 해도 이해하기 힘든 세계였다.
: 김탁환님의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다.

 

123쪽
전하께서는 커피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스스로 답하셨다. 내가 노서아 가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말이다..... 이 쓴 맛이 꼭 내 마음을 닮아서이니라.
그 한마디에 전하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변덕이나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아버지를 욕보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지켜볼 일이다. 손탁에 의하면, 중전께서 비명에 돌아가시기 전까진 커피에 설탕과 우유를 듬뿍 타서 드셨는데, 공관으로 옮기신 후로는 늘 쓴 커피만 들이켜신다고 했다.
: 시대는 바야흐로 고종때로 민비시혜 사건과 아관파천 등 굴곡 많은 조선 말. 고종의 쓰디쓴 심정을 김탁환작가 특유의 작가적 상상으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124쪽
헌데 왜 과인은 하루에 예닐곱 잔을 마셔도 복통이 찾아들지 않을까? 고통스러워야 하는데, 그 고통 속에서 먼저 간 이에게 용서를 빌고 싶은데, 왜 멀정한 거지?
병을 앓기 위해 노서아 가비를 마시는 이는 없다. 대부분 삶의 활력을 얻으려고 비싼 돈을 내고 줄을 서서 가비를 찾잔 바닥까지 비우는 것이다.
전하! 고통을 원하시면 노서아 가비가 아닌 다른 물품을 택하시옵소서. 제가 만드는 가비로 인해 전하께서 병드는 것을 정녕 원치 않사옵니다.
무엇이라고?
분노를 담은 전하의 짧은 물음이 분위기를 싸늘하게 했다. 잠시 침묵이 맴돈 뒤 갑자기 큰 소리로 웃으셨다.
: 타냐와 고종의 노서아 가비를 통해 가까워져 가는 부분이 나에게 상다히 재미있게 다가왔다. 꼭 왕과 나를 보는 듯한?

 

219쪽
사기를 쳤으니 죄를 짓긴 했사옵니다. 허나 가장 중한 죄를 지은 이는 바로 전하시옵니다. 제 집에 들어온 도둑을 쫓아내지도 못하고 오히려 옆집에 숨어 도둑이 갈 때까지 벌벌 떠는 자에게 어찌 죄가 없다 하겠사옵니까? 옆집까지 도둑이 들면 달아나기 위해 사흘에 한 번씩 공사관 지하 비밀 통로로 내려가는 자가 어찌 죄가 없다 하겠사옵니까?
: 이반이 고종에 대한 독설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일리가 있는 말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