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추리 스릴러 분야의 개척자가 쓴 한펴의 영화를 보는 듯한 스릴러 "
서미애(저자)
15년간 추리소설 분야에 몸담아온 저자가 드디어 장편을 출간했다. 그동안 단편으로만 일관하다가 드디 나온 장편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박진감있고 스릴이 있다. 그동안 극작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서 그런가 읽는 내내 영화 장면이 떠올랐고, 그동안 볼모지로 여겼던 장르문학에서 우리나라 작가로써는 꽤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추리,수사, 스릴러 작품이 나왔다고 평가할만 하다.
경찰 내부의 모습, 과학수사팀의 조사 방법, 뉴스를 제작하는 과정 등에서는 각 분야에 대한 사전조사와 분석을 통해서 이루어진 듯해서 저자가 사전에 준비작업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눈에 띄었으며, 시점을 오가며 서술해 놓았던 것, 시간대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술해 놓았던 것, 범인이 의외의 인물이었다는 것 등은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러한 기법들은 현대 스릴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구성이고 또 각광받는(물론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표현 기법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시간대를 오가는 서술은 양날의 칼처럼 내용을 정리하기가 힘들었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남을 수 있겠다. 읽다보니 과거였고, 읽다보니 현재였고 나중에 가면 현재인지 과거인지 모를 정도로 독자들에게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부제목으로 시간대를 적어주었다면 그래도 좋았을텐데 그렇게 적어놓지 않은것도 어쩌면 저자의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강형사와 범인간의 쫓고 쫓기는 설정은 좋았으나 후반으로 갈 수록 긴장감이 떨어지고, 지루한 느낌이 드는 것은 중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서술해 놓은 부분이 약간 느슨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스피드한 진행을 기대했건만 약간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범인이 사이코 패스적 경향으로 나오기때문에 범행동기에서라든가 섬세한 심리묘사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범인이 드러나는 장면은 약간 운에의해 밝혀져서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고, 좀더 수사에 의해서라든가 극적인 장면을 기대했는데 유연히 떨어진 열쇠고리를 발견하고서 범인이 누군가 밝혀지는 부분은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요소가 있었다.
여러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작품으로 이정도 높은 완성도로 이러한 작품이 나왔다는 것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고, 저자의 끊임없는 추리소설 분야에 대한 도전으로 이뤄낸 성과라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독창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고 영미스릴러 소설에서 많이 본듯한 설정들은 우리 스릴러 작가들이 풀어야할 문제로 남아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