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잡상인이 찾아가는 사랑과 가족애 "

우승미(저자)

지하철 잡상인과 행려환자들 과연 그네들의 인생이 실패와 좌절만 있겠는가? 사회에서 소외되고 퇴물로 취급받고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그들의 인생을 이야기한 책이지만, 그럽게 무겁지가 않다. 읽는 동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게 만드는 묘한 책이다.

비교적 무거운 주제로 평가받을 만한 주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무겁지 않고 그들의 인생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각 장들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단편이라고 봐도 무난할 정도로 구성되어 있고, 실패한 주인공의 지하철 잡상인 적응기를 적어놓았고, 또 지하철에서 만난 또다른 약자인 수지를 만나 사랑을 찾아간다는 그런 내용이 있다. 물론 그들 주변에 더 깊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들도 묘사되어 있다.

작가는 2005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당선되 무선운 신예라고 하는데, 이 작품의 글들이 기존 작가들에서 보기힘든 문맥들이 상당히 많다. 게임에 비유하여 묘사한 장면이라던가, 영화 장면을 예를 들어서 표현한 장면에서라던가, 개그 프로그램을 묘사한 장면에서는 신선한 느낌을 받았고, 일단 설정 자체부터 신예작가가 다룬 티가 팍팍 날 정도로 독창적인 면에서 우수한 점수를 주고 싶다.

주인공 김철이의 캐릭터 또한 아주 맘에 드는 캐릭터이다. 한편으로는 바보이고 한편으로는 모든것을 내어줄 정도로 순수한 청년이라 읽는내내 이 캐릭터에 묘한 애착이 갔으며, 부디 수지와 행복하게 엔딩이 되기를 기대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이 소설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는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생활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도록 유도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미스터 리의 미스터리한 매상을 올리는 물품이 랜턴과 후레쉬가 아닌가... 그가 파는 물건이 랜턴이 아니라 빛이라 말한 것처럼... 이 세상 어둡고 힘들 것만 같은 터널에 한줄기 빛같은 책으로 남아주기를 기대하며 저자는 책을 쓴것 같다.

128쪽

"사부님, 왜 지하철 잡상인을 해요?"

"거, '잡'자는 좀 빼면 안 되겠느냐?"

"이렇게 좋은 차도 있으면서, 지하철에서 1000원짜리 물건 팔아서 얼마나 번다고요."

"입때껏 물건을 판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랜턴이 물건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도대체 내 주위에는 왜 이렇게 덜 생겨 먹은 인물들만 즐비한 건지. 이어기 없어 사부님의 옆얼굴을 멍하니 봤다.

"나는 말이다, 빛을 파는 거란다."

180쪽

"사랑은?"

"사랑은 서로 동등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거지. 너, 나 좋아해? 나도 너 좋아해. 이렇게 시작하는게 사랑이잖아."

"나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 사랑이라는 것, 늘 동정과 연민에서 시작돼, 누구에게나 삶은 고달픈 거잖아. 상대방의 고달픔을 보고, 너도 힘들구나, 너도 나처럼 아프구나. 그렇게 생겨나는 감정이 동정이고 연민이야. 타인에 대한 배려든 사랑이든 희생이든 모두 동정과 연민의 바탕 위에 있어. 그러니까, 동정이든 연민이든 사랑이든 이름만 다를 뿐 결국 다 같은 거야. 철이씨, 사람은 누구도 다른 사람의 위에 설 수 없어. 우리는 모두 다 아래에 있으니까."

206쪽

'철이 넌 바보야.'

그래 난 바보야. 바보, 멍청이, 얼간이, 칠뜨기, 등신, 머저리, 맹추, 방퉁이, 아둔패기

'처음 만났을 때 너는 나에게 1000원을 주었어. 네가 갖고 있는 전부를. 너는 항상 네 전부를 던져. 사람들은 그렇게 전부를 던지지 않아. 자신을 위해서 조금은 남겨 둔다고. 바보처럼 너에게 내 전부를 던진다면, 받아 줄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