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쪽

왜 전에는 깨닫지 못했을가? 기대치로 현실을 나누면 행복 지수가 얻어진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방정식을 뒤집어, 현실로 기대치를 나누면 행복의 반대가 얻어지지 않는다. 얻어지는 정답은 희망이란 걸, 루이스는 깨달았다. 순수 논리학으로는 이렇다. 현실이 한결같다고 가정하면 기대치가 현실보다 커야 낙관주의가 생긴다. 반면에 비관주의자는 기대치를 현실보다 낮게 잡는 사람이다. 일종의 수확체감의 원리다. 그러나 인간의 조건은 이 기대치가 0에 가까워지기는 하나 결코 0에 이르지는 않는다는걸 의미한다. 따라서 실제로는 희망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는다. 희망은 어떤 자극에도 물밀 듯 다시 몰려들 수 있을지 모른다.

- 책에서는 행복에대한 의미와 행복이란 어디서 찾아야하는가라는 아주 원론적인 부분의 질문을 하고 있다. 살인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용의자의 아버지로써 그리고 교수로써 논리적으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대해 고뇌하는 부분이 잘 그려져 있다. 자세히 읽어보니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이 작가 참 똑똑한 듯.. ㅎ

 

284쪽

그녀의 가슴속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걸 아들에게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것은, 내 자식이 아무리 눈부시기를 바란다 해도, 내 자식만큼은 완벽하다고 아무리 자위하려 해도, 결국에는 아이들에게 실망하게 되어 있다는 것. 가놓고 보면,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우리를 닮아 있다. 속속들이, 상처투성이다.

- 부모로써 상당히 공감이 가는 글이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또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 상당히 있고 또 독자의 그러한 생각을 의도적으로 끌어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장르소설이 이상의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교 1등을 하고 하키에서 언제나 골을 넣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작중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작중 피터의 엄마는 조산소에서 일하는 육아에 무엇보다 충실한 부모였으나 결국 피터의 파탄을 막지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잘 묘사해주고 있다.

 

319쪽

"형은 내가 입양된 애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내 진짜 엄마는 정신나간 창녀라면서, 그래서 내 머리가 나쁜 거라고 했어요. 어떤 때는 내 바로 앞에서도 나늘 놀려댔는데, 내가 화를 내며 달려들면 그저 웃으면서 내 엉덩이를 걷어찼어요. 그리고 '내 말이 틀림없지'하고 말하는 것처럼 친구들을 뒤돌아봤어요. 그러니, 내가 형이 보고 싶겠어요?" 피터가 조던을 똑바로 쳐다보며 덧붙였다. "난 형이 죽어서 기뻐요."- 중략 -

희망이 있을 때는 실망에도 대비하라.

"피터, 그래서 죽이기로 작정한 거였니?" 조던이 나직하게 물었다.

조던은 이내 자신을 저주했다. 그것은 피터에게 고의성을 인정하도록 유도하는, 변호인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이었다. 그러나 대답 대신 피터는 마치 답을 뒤흔들 듯이 조던에게 질문을 던졌다. " 흠,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어요?"

- 작중 변호사 조던과 용의자 피터의 대화이다. 마지막 질문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러한 배경을 점차 알아가는 독자에게 당신이 만약 피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직접적으로 묻는것이라 생각되어 인상에 많이 남는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피터에게 동정심이 생기고 한편으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하는데... 오랜만에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책을 잡았다.

아싸~!

 

 

저자 - 오가와 이토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작가지만 왠지 사진을 보니 이웃집 승원이 엄마랑 똑같이 생겼다. 헐..

 

요리라는 분야에 대해서 다시 한번 놀라게 한 작품으로 기억이 남겠다. 이 작가가 요리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이 많고 취미로 즐겨한다는 소리를 듣고 이만한 작품이 나올만했다라고나 할까. 일본 작가의 층이 두터워 충분히 이런 독특한 재미를 불러 일으키는 책들이 양산된다는 면에서 상당히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겠다. 일본 도서 뿐아니라 만화, 애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토리라인이 구성될 수 있다는것은 그만한 저력이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깊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 비슷한 소설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조경란의 혀.

하지만 비슷하지만 이와 다른 맥락의 책인것으로 느낌이 남아있다. 똑같이 실연의 아픔을 요리로 승화시키려는 의도는 같다지만, 인간적 용서와 화해, 포용, 마음의 치유라는 측면에서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해야하겠다. 음식으로 상처받은 사람과 동물들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이 상당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해주며, 요리를 통해 자신의 실어증까지 치료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 다 읽고 난 후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걸 느낄 수 있다. 갈등의 구조는 엄마와의 대립이지만, 늘 그렇듯 사랑으로 극뽁~!

 

여기저기 책 속에서는 요리와 음식의 비유가 상당히 살갑게 다가온다. 맛있는 표현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그렇게 딱 들어맛는 입맛처럼 맛깔스런 표현을 쓰는지. 이는 옮긴이의 능력이기도 하고, 그만큼 뛰어난 저자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까지 읽어보니 음식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옮긴이의 저력도 이 책 내용이 원서에 가깝도록 번역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겠고, 일본 문화가 우리와 크게 별반 다르지 않아서이기도 하겠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소설은 뭔가 우리와 유사한 감성코드가 맞는듯한 느낌이다. 게임에서건 애니메이션이건...

다만, 영화는 그런데로 참을만 한데 드라마는....... 쫌.......

 

드라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기 엄마의 러브라인이 지금 방영하고 있는 김선아가 주인공인 드라마와 일치한다. 뭔가 여기서 가져온듯한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12쪽

어둠 속에 어렴풋이 비치는 내 눈을 바라보며 입을 크게 벌려보았다. 마치 한 입에 대량의 물고기를 삼키는 흑고래처럼 흑백의 경치를 잇달아 삼킨다. 그때, 나는 과거의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순간적인 일이었지만, 코끝을 창에 묻고 도시의 불빛을 꿈꾸던 10년 전의 어린 내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고속버스 안에 있는 것 같았다.

당황해 돌아보면서, 스쳐지나간 버스를 눈으로 좇는다. 하지만 두 대의 버스는 맹렬한 속도로 각기 '과거'와 '미래'를 향해 멀어질 뿐. 창에는 다시 물방울이 가득 찬다.

-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 잘 드러난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여성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이 이 책의 특징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버스를 타고가며 자신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장면을 감각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다.

 

16쪽

집을 떠난 것이 불과 엊그제 일 같이 느껴질 만큼 풍경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색연필로 그린 풍경화를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그저 색채만 전체적으로 허옇게 바랬을 뿐.

-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집에 대한 전체적 표현이 참신하고, 매력적이다.

 

46쪽

문득 고개를 드니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 끝으로 이제 곧 해가 지려 하고 있다.

막 낳은 달걀의 노른자처럼 매끈하고 짙은 오렌지색 태양.

62쪽

롤 케이크처럼 이불을 둘둘 만 채 혼자 손가락을 튕겼다.

- 이 책에는 배경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많이 있고, 또한 그 배경을 전체적인 책 내용과 걸맞게 음식으로 묘사한 부분이 많아 전체적 주제와 잘어울리게 맛깔나게 표현해주고 있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59쪽

모계 가족의 기질은 반드시 대를 걸러 유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엄마는 너무도 정숙한 외할머니에게 반발하여 그것과는 정반대로 파란만장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고, 그 엄마 밑에서 자란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반발하여, 또 그것과는 정반대인 평범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오셀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어머니가 하얗게 칠한 부분을 딸은 열심히 검게 덧칠하고, 그걸 그 딸인 손녀는 다시 하얗게 칠하려고 노력한다.

- 여성 작가가만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감칠맛나는 표현과 적절한 비교가 이 책의 묘미다.

 

62쪽

그 작은 공간을 란도셀(일본의 초등학생들이 등에 메는 가방:주)처럼 등에 짊어지고, 나는 지금부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와 식당은 일심동체.

일단 껍데기 속에 들어가 버리면 그곳은 내게 '안주의 땅'이다.

- 달팽이라 이름짓는 이유.

 

186쪽

세상에는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건 안다.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은 극히 미미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은 큰 강물에 휩쓸려 흘러내려가면서, 내 뜻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커다란 손바닥 안에서 좌우된다.

인생에는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훨씬 많다. 내 인생은 특히 그런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작은 행ㅂ고을 찾아가면서 살아왔다.

- 999% 동감이다.

 

188쪽

작년에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하고 싶다고 아르바이트로 번 용돈을 모아서 달팽이 식당에 와준 고등학생 모모 양이 "너무 맛있었어요."라며 또 둘이서 예약을 넣어 주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달팽이 식당의 제1호 커플이 된 후계자 씨와 선생님이 두 사람의 결혼식 사진을 보여주러 오기도 했다. 또 첩 할머니가 연하의 남자 친구를 대동하고 오기도 하고, 거식증 토끼를 데리고 왔던 고즈에가 아버지가 출장 간 동안 어머니, 토끼와 셋이서 내 요리를 먹으러 와 주기도 했다.

- 이 책의 옴니버스식 줄거리에 해당하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