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톰 울프
1931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태어나 예일 대학교에서 미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6년 [스프링필트 유니온]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울프는, 1960년대에 [워싱턴 포스트] 라틴 아메리카 통신원으로 일하던 시절에 쿠바 관련 보도로 워싱턴 신문협회 외신기자상을 받았다. 이후 [헤럴드 트리뷴] 기자 시절에 [뉴욕 매거진]과 [에스콰이어]에 기고한 플랑부아 양식에 관한 소논문 형식의 기사 모음집을 계기로, 논픽션 부문의 선도적인 저자로 떠올랐다. 이후 저널리스트 특유의 현장감 넘치는 입담과 명쾌한 통찰력, 위트 넘치는 문체로 펴내는 논픽션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중 1975년에 발표한 역작[현대미술의 상실]은 미술계에 대단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된 바 있다. 한편 소설을 쓰고 싶어 했던 그는 1984년 6월부터 1985년 8월까지 27회에 걸쳐 [롤링 스톤]에 미국 사회를 폭넓게 관찰한 소설을 연재하게 되었고, 2년 후인 1987년에 단행본 [허영의 불꽃]으로 출간했다. 그 외에 [한 남자의 모든 것](1998), [내 이름은 샬럿 시먼스](2004), [귀향](2010) 등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현재 가족들과 함께 뉴욕에서 살고 있다. 책은 상당히 두껍다. 읽는데 무거워서 팔이 아픈게 흠이다.이 책은 사회성이 아주 강한 책이라 하겠다. 각 장마다 중심이 되는 인물이 번갈아가며 나오고 그네들의 입장과 생각을 늘어놓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있다. 이러한 방식이 구성이 탄탄하다면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자칫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느낌을 줄수도 있는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하지만 이 책은 구성이 탄탄할 뿐아니라, 각 문맥에서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각 성황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놓았다는게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은 너무 길다. 그 상황 및 배경 설명에 대한 저자의 노력인지 집착인지 모르겠지만, 그 설명을 하는 곳에서 너무 긴 지문을 할애했다는 점에서 실망이다. 그 점은 이 책이 연재를 한 후 책으로 나왔기 때문이란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하고 추측해본다. 각 장마다 분량이 일정하다는 느낌도 들고 해서 살짝 뒤져보니 연재되었던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약간의 이해가 되더라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긴 지문을 쓸데없이 나열해 놓았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몰입도 가 좋은 극적 구성의 짜임새와 흥미로운 전개방식 그리고 각 인물의 설정에 대한 묘사, 마지막으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사회 전반에 대한 비판의 통쾌함등이 압권이기 때문이다.단순히 속도감있고 법정에서의 반전이 후련한 그런 영미소설의 형식을 빌어 더러운 정치적 모략과 미국 사회 계층간의 불화, 인종적 갈등, 빈부의 격차, 중산층의 허영과 위선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채권 트레이딩 회사에 다니는 우주의 지배자라는 착각에 빠진 셔먼과 중산층 가족들,백만장자 할아버지를 남편으로 두고 온갖 남자들과 불륜을 일삼는 미인 마리아,인권운동이라는 팻말을 앞세워 기부금을 빼돌리는 흑인목사,정치 출마로 성공을 하고픈 검사장,배심원으로 출석한 미인을 꼬시고 싶은 검사,특종을 노리는 알콜중독증 기자,돈을 좀 밝히고 재판의 승리를 위해 불법도 불사하는 변호사 등 이들의 목적은 바로 출세와 성공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셔먼의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흑인이 피해자인 뺑소니사건을 이용하여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이득과 성공과 목적으로만 생각하고 사건을 이끌어가려한다. 이러한 모습을 저자는 리얼하고 세밀하게 묘사하며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것은 진실과 정의가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이해관계이며 그들의 이해관계만 성립이 되면 진실은 덮어두어도 무관하다는 비열함과 위선을 비판하고 있다.전력 저널리스트 였던 저자의 책이라 그런가 상당히 사회성이 있는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사회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흥미와 몰입을 이끌 정도로 구성이나 전개가 상당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20세기 후반의 소설 중에서 이 작품이 왜 모던 클래식으로 선정이 되어 출간이 되었는지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을 그런 인상깊은 작품으로 남았다.
73쪽
코비츠키는 창문에 들러붙어 빽빽한 철망 안으로 적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했다. 이윽고 그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콧물이 함께 들어가면서 폐와 목구멍에서 그르렁 소리가 크게 들렸다. 저렇게 왜소한 몸뚱이에서 화산처럼 큰 소리가 나다니 믿기지 않았다. 잠시 후 코비츠키가 퉤하고 침을 뱉었다. 호송차의 창문을 향해 엄청난 가래 침이 날아갔다. 굴 같은 누런 가래는 철망에 들러붙은 다음 서서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씹다 버린 꺼림칙한 껌이나 녹아버린 사탕처럼 축축 늘어지며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호송차 안으로 햇살이 스며들어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가 느긋하게 생각에 잠겼을 때까지도 가래침은 거기에 남아 햇빛에 반짝거렸다.
: 판사가 출근길에 야유하던 수감자 호송차량에 침을 뱉는 장면인데.. 이 소설에서 정말 섬세하게 그리고 마치 한 장면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자세한 장면묘사가 무척 두드러져있다. 읽는 내내 두꺼운 책이란 느꼈지만 이러한 묘사들이 많이 있기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읽어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묘사가 많다. 작가의 유머도 곳곳에 나타나 읽는 재미가 나름 있다.
314쪽
"솔직히 말하시오. 나도 솔직히 말하겠소. 헨리 램은 저명한 시민이 아니오. 저명한 시민의 아들도 아니오. 하지만 휼륭한 청년이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고, 퇴학을 당한 적도 없소. 그는 한때, 아니 그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중이었소. 아무 문제도 일으킨 적이 없는 아이었소. 하지만 그는 에드가앨런포 주택단지 출신이오. 에드가 앨런포 주택단지, 거기 출신의 흑인 청년이오. 자, 이 문제를 잠깐만 입장 바꿔 생각해 봅시다. 헨리 램이 백인이고 파크애비뉴에 살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가 예일 대학교에 진학할 예정이었고 파크 애비뉴에서... 음, 음, 메르세데스가 아닌 폰티악 파이버드를 탄 흑인의 차에 치었다고 합시다. 그리고 헨리 램이 자기 엄마에게 한 것처럼 그 청년이 자기 엄마에게 말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신은 그 경우에도 승산이 없다고 할 거요?"
: 베이컨 목사의 설득력이 있는 대사이다. 인종차별 및 사회계층적 차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작중 베이컨 목사는 이 사건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한 정계로 진출하려는 목사로 비유되고 있고, 그러한 표현이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382쪽
셔먼은 그의 도넛, 베르나르가 프랑스인이 만든 그 모던하고 산뜻한 빌딩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아래... 아래... 수만은 소형차들이 빵빵거리며 조그맣게 경적을 울리고 다니는 거리도 ... 셔먼의 시선은 아래로 표류하다 바닥에 놓인 신문에 닿았다...
팔뚝의 털들이 곤두섰다. <시티 라이트> 3면 꼭대기의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모범생의 어머니,
경찰이 뺑소니 사건 손 놓고 있다고 진술
: 우주의 지배자. 주인공 셔먼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채권투자회사의 구두닦이가 보는 신문에서 자신의 범행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는 기사를 보고 충격에 빠지는 장면이다. 주인공의 우주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자만과 허영으로 가득한 상태어서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다.
390쪽
그 상황에 대한 공포로 셔먼은 또다시 질식할 것만 같았다.
"미안해요, 하지만 이번 일을 도 닦기 위해 활쏘기를 하듯할 수는 없어요, 셔먼. 당분간 관망해야 해요."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맙소사, 당분간이라니, 언제까지?" 그 사람들이 자동차 2500대를 모두 조사할 때까지?
"음, 다음 주나 그다음 주. 기껏해야 3주에요."
: 셔면은 채권 매각과 관련한 전화통화를 하는 도중 자신의 처지를 어떻게 대처할까하는 갈등을 하고있는 모습이다. 작가가 정말 이러한 심리적 갈등상황을 잘 묘사했다. 이러한 부분 말고도 1권에서 느껴지는 셔먼의 갈등상황을 이러한 방식으로 깊이있고 리얼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415쪽
그는 계속해서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더욱 의미심장하게.. 하지만 사실 그는 허둥대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법정에 있던 사람들이 눈치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그는 그것 때문에 허둥대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연히 그의 개미 소굴로 데려갈 수는 없었다. 그럼 호텔? 그건 너무 속 보이는 데다가 그에게 그만한 돈이 있던가? 설령 2등급 호텔이라고 해도 방 하나에 족히 100 달러는 지불해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레스토랑 식사비가 얼마나 나올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메뉴판에 적힌 투박해 보이는 손글씨가 크레이머의 중추 신경계에 경고를 보냈다. 돈! 많지 않은 경험에 의하면 이렇게 하찮아 보이는 것일수록 돈이 들었다.
: 작중 크레이머는 검사로 나오지만 아주 경제적으로 찌질한 검사로 나온다. 갈색 립스틱을 한 매력적인 배심원 여인을 꼬시기 위해 법정에서 그의 권력을 맘껏(그것도 당연히 유죄라고 인정될수밖에 없는 사건을 통해) 휘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그 여인을 유혹하는 장면이지만 내내 그의 머릿속에선 부족한 돈타령만 하고 있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렇듯 작중 주인공들은 한가지씩 자신이 정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게 음흉하고 어두운 곳을 향하고 있고 겉모습은 허영과 자만과 위선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이러한 그들의 이중성을 상황적 설정과 배경과 사건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허영과 위선의 표현이 이 작품의 묘미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2권 217쪽
셔먼은 벨트를 풀어 고리에서 잡아 뺐다. 그러자마자 바지가 엉덩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이 트위드 정장을 한참 동안 입지 않아서 몰랐는데 허리가 너무 컸던 것이다. 그는 얼른 바지를 끌어올려 셔츠를 바지 않으로 넣었지만 바지는 다시 내려갔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바지 앞 춤을 잡고 있어야 했따. 구두끈을 뺄 때는 쪼그려 앉았다. 이제는 마틴과 골드버그 발 앞에 비참하게 웅크린 짐승 꼴이었다.
- 구속 되는 셔먼의 처참한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런 셔먼이 기소에서 무혐의로 풀려나기 위한 갖은 노력을 하게된다는 독자의 설득력을 구하기 위한 듯 셔먼이 바닥으로 추락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의 허영과 위선의 말로가 처참하다.
2권 354쪽
만일 노인이 당신의 테이블에서 몇센티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카펫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옳을까? 그래도 식사 시중을 받겠다고? 하지만 이미 테이블 사이의 통로는 혼잡해졌다. 테이블을 치우고 그에게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한 다음 식사를 마쳐야 한다고? 그런데 티에블을 치운들 그 남자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드라마가 끝나고 노인이 눈앞에서 치워질 때까지 식사를 중단해야한다고? 하지만 이미 주문은 들어가서 식사가 도착하기 시작했으며 지연될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와인 값까지 추가해서 음식 값이 족히 일인당 150달러는 될 것이다. 애초에 이런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는게 아니었다. 그럼 시선을 돌리라고? 음, 아마도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라라. 그래서 사람들은 시선을 돌리고 자기들의 그림 같은 접시만 바라보았다.
: 뉴욕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죽어가는 노인을 앞에 두고 음식 서빙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매정하고 비정한 그네들의 인간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네들의 허영과 위선과 가식을 비판하고 있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넌지시 던지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