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더글라스 케네디
: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난 저자이지만, 프랑스에선 명성이 자자한다고 한다. 여러가지로 귀욤 뮈소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아무런 정보없이 단지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고 소설이라는 장르에 있기에 갈무리 해놓은 기억이 난다. 역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릴만한 흥미와 몰입을 가지고 있다. 책 표지의 그림을 보고 빅픽처라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했는데 읽고 난 후 손에 피가 묻은걸 봤다는... ㅎㅎ 어찌되었건 영화든 책이든 게임이든 사전에 어떤 예고라던가 스틸샷이라던가 띠지 뭐 이런 것들에게 노출당하지 않고 접하면 재미가 출중하다는 것이다. 고맙게도 아무런 정보없이 이 책을 접하는 행운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살아가다보면 선택의 갈림길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러한 갈림길이라는 것이 확연이 드러나는 순간이 떠오르게 마련인것 같다. 내가 어떤 길을 가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했다한들 그 순간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아쉬움을 남긴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택했던 나머지 가보지 않은 길에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한 점이 이 소설의 모티브이리라 추측해본다.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벤. 가보지 못한 사진작가의 길을 항상 꿈꾸는 벤의 일상속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아내의 불륜. 그를 계기로 발생하는 돌이킬 수 없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저자는 이래나 저래나 별반 다를게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스릴러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고있는 철학적 깊이만큼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런 소설이다. 이 소설속의 주인공 벤이 살아가는 모습이 읽고있는 나와 비슷한 나이이고 비슷한 환경에 처해있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완전한 몰입과 동화가 가능했던 작품이라 읽는 내내 제발 잡히지마, 제발 행복하게 끝이 나야해 그러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고 주인공의 범행이 끝내 발각되지 않기를 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읽고 난 후에는 주인공 벤처럼 이렇게 끝이 불행하지 않고 이런 저런 인생을 살아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하지만, 저자는 어퍼치나 매치나 똑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벤의 모습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야 니가 그쪽으로 가지 않고 이쪽으로 가도 마찬가지야. 똑같이 자신의 삶을 벗어나서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도 마찬가지로 또 다른 삶을 추구할껴~" 라고.
그래서. 현실의 모습에 충실하라고.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삶에 충실하며 지금 가족에게 충실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틀만에 거침없이 읽어내려간 소설. 개인적으로 사진에 취미가 없어서 감흥은 별루 없던 사진에 대한 묘사는 사진에 취미를 둔 사람들에겐 또다른 재미를 부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 현재의 나와 현재의 내 인생에 만족하는 것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것이다~"
49쪽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 주인공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의연중에 잭에게서 듣게 되는 순간이다. 공감이 가는 한마디임에 틀림없다.
116쪽
빌은 돛을 올리자마자 닻을 올렸다. 그리고 큰 돛을 조절했다. 휙 소리와 함께 돛은 바람을 받아 안았고, 요트는 항구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빌이 키를 돌리자, 블루칩 호는 25도로 기울었다. 몇 분 안에, 우리는 뉴크로이든 항구를 완전히 벗어났다.
빌이 소리쳤다.
"이리 나와봐!"
나는 우현에 빗자루 대처럼 흔들리며 서 있었다. 서쪽에서 또 다시 바람이 불어와 배는 동쪽으로 움직였다.
빌이 급히 소리쳤다.
"키를 넘겨받아."
내가 키를 잡자마자 바람은 5노트 정도 더 빨라졌고, 우리는 앞으로 돌진했다. 블루칩 호는 물거품을 남기며 동쪽 망망대해로 나아갔다.
: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장면이다. 요트를 타고 바다를 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요트를 한번도 타보지 못했지만 왠지 이 장면에선 몰입하여 내가 모는듯한 느낌이 든다. 별루 자세한 묘사는 아니지만, 앞뒤 문맥상 이 시점에서 요트의 매력 빠지는 주인공과 동화되었다고나 할까...
117쪽
빌과 나는 한시간 가까이, 말 한 마디, 눈길 한 번 주고받지 않았다.
전진을 방해하고 한계 안에 가둘 울타리나 장벽이 없는 삶이었다. 속도감이 주는 감각에 흥분한 채 앞만 바라보았다. 빌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왜 멈추어야 하나? 동쪽으로 가서 대서양을 가로지르지 못할 이유가 뭔가? 이대로 계속 달리지 못할 이유가 뭔가?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지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말인듯 하다. 표지에도 나와있고... 뭔가 탈출하고 싶어하는 일상을 잘 묘사해놓았다. 동감 200%
188쪽
열린 창문 사이로 바람 소리가 윙윙거렸고, 거리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음이 시끄러웠다. 나는 허공으로 뛰어내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게는 최후의 낙하를 결행할 용기도 포기도 부족했다.
: 용기도 포기도 부족했다는 표현이 눈에 남는다..
251쪽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채울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 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 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 스릴러적 소설에서 철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부분이다.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준다. 독특하네~
485쪽
어쨌든 그 옛날과 달리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은 많이 사라졌다. 가족의 덫에 걸렸다는 느낌도 없었다. 두 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사람에게는 달리 달아날 만한 곳도 없으니까.
그러나 떠나고 싶은 충동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떠나고 싶은 충동이 도사리고 있었다.
: 그 어떠한 삶을 살고 있건 누구에게나 이런 생각은 가지고 있으리라.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대여 그대의 삶에 충실하라. 그대의 삶이 지겹고 따분하고 별볼일 없다고 해서 현실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간들 또다시 그런 현실이 다시 다가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홀연히 떠나고 싶은 마음은 한켠에 놓아두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