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나쓰카와 소스케
오사카 출신의 의사이자 소설가이다. 신슈대학 의학부 졸업 후 의사로 근무하면서 2009년 [신의 카르테]로 제10회 소학관 소설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대형 베스트셀러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2010년 ‘전국 서점인들이 뽑은 가장 팔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제7회 서 점대상 2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 9월 [신의 카르테 2]를 발간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선 그리 좋은 호감은 없다. 물론 그렇게 예전처럼 일본하면 처죽여야하고 때려죽일 놈들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생각의 배경은 인터넷에서 엄청난 양으로 떠돌아다니는 애니메이션의 영향이고 결정적인것은 일본도서에 영향이 크다하겠다. 언제부턴가 일본소설을 심취해서 읽고 있는데 이 일본소설의 매력은 바로 다양성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우리와 문화적 코드가 일치하고 있다는데 있다. 한마디로 궁합이 잘 맞는다는 말이다. 애니메이션 또한 우리와 궁합이 잘 맛는다. 과거에 접했던 양키들의 게임이나 에니메이션, 소설 등의 매체들이 나에겐 너무 헐렁한 기성복으로 다가온다. 너무 양키 냄새가 나는게 싫다.
일본 소설의 다양성은 그 저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누구나 책을 쓰고 그 책들이 출간되고 팔리고 하는 그네들의 사회적 배경이 새삼 부럽기만 하다. 회사원이 갑자기 추리소설가가 되버리지 않나, 이처럼 의사가 소설을 쓰지 않나, 하물며 단지 추리소설을 자주 읽어오던 할머니가 걸출한 추리소설을 막판에 내놓지 않나...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나도 언젠가 추리소설하나 썼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
어찌되었건...
이 책은 현직 의사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에 대한 전반의 이야기를 단편형식을 빌어 썼지만 단편이 아닌듯하다. 2권도 나왔다고 하던데 1,2권이 연결성이 없어 2권만 읽어도 가능할듯 싶기도 하고...
시골의사 아름다운 동행 비스므레 하지만 전체적으로 약간의 감동을 주기위해 더 노력한 기분이 든다. 오로지 에피소드로 나열했던 아름다운 동행과는 다르게 약간의 스토리와 주변 인물들을 통한 이야기 전개가 더 매력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저자의 유머코드가 나름 참신하고 매력적이기에 읽는 내내 재미는 보장할만하고, 중간 중간 일본어를 직역해놓은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일본 토착적 표현들이 많아 번역하기가 참 어려웠을꺼라는 추측이 든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꼈던 의사로써의 감정을 아주 잘 묘사한 소설이고, 그 외에 인생에 대한 고찰을 도와주는 몇몇 주제들이 눈에띄기도 하다. 의연하게 자기 죽음을 받아들이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내 생에 대해서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던 책이다. 한번 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듯..
13쪽
세상은 이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돌다가 내가 어딜 향해 가는지 알 수 없게 되는게 지금의 세상이다. 이럴 때 나만 멈추면 세상 사람들에게 괴짜 취급을 당한다. 나야 괴짜 취급을 당해도 상관없지만, 아내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일단은 같이 돌고 있다. 분명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불만과 불안을 안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 이 작가의 적절한 세상사 표현이 눈에 띄어서 발췌해본다. 이 작가의 매력은 표현을 감칠맛이 나게 한다고 해야하나? 표현이 재미있으면서도 공감이 가는 표현이 많이 볼 수 있다.
21쪽
무지막지하게 진한 인스턴트 커피는 괴수가 몹시 좋아하는 음식이다.
장난인가 싶을 정도로 다량의 커피 분말을 녹여서 대단히 쓰게 만든 다음, 이번에는 설탕을 듬뿍 집어넣는다. 그렇게 쓴 건지 단 건지 알 수 없는, 진한 스나야마 블렌드가 완성된다. 철야를 마친 입안에 이 커피를 주입하면 혀가 얼얼해지는데, 어떻게 평가해도 이 커피는 독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덧붙여, 철야를 마치고 판단력이 흐려졌을 때가 아니면 무서워서 절대 마실 수 없다.
: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는 모습과 전날 응급실 당직으로 인해 피곤에 머리가 띵한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해주고 있다. 점점 끌린다.
32쪽
따라서 이러한 중증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당뇨병 환자의 애로 사항이다. 즉, 식사나 운동지도를 행하는 교육 입원의 의의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먹지 않으면 떠든다. 교육 입원 환자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인데, 그들은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절대 걷지 않는다. 그래서 당뇨병에 걸리는 것이다. 따라서 지도하는 것은 두가지밖에 없다.
먹지마라, 움직여라
이상.
그러나 그녀들은 내 지도 같은 건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내 품평을 하면서 마구 흥분한다. 물론 주먹밥이나 과자 같은 것을 손에 쥐고 말이다.
무심코 거기에 응수하여 "제가 그렇게 인기인입니까?"라고 물으면, "어머, 선생님 너무하시네. 젊은 남자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어요."라고 대답한다.
과연 합쳐서 2백 년의 세ㅇ월은 겉멋이 아니다.
카르테에 기재했다.
'조기 퇴원'
: 이 책의 이러한 재미있는 표현의 정점이다. 69세 평균연령의 할머니 셋과 이치토의 대화를 통해서 이 작가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거참 여태 글을 쓰지 않고 무얼하다가 이제 나타나셨는지 쿡~
134쪽
"선생님, 역시 술은 못 끊겠습니다."
요코타 씨는 무서운 표정으로 불쑥 대답했다. 눈이 약간 노래진 것이 황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요코타 씨. 술을 끊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아직 간장이 원래대로 돌아로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요."
".... 선생님은 술을 마십니까?"
"그야 약간은요..."
사실 꽤 많이 마신다.
"그럼 선생님은 누가 술을 끊으라고 하면 끊으실 겁니까?"
"...... 물론입니다."
불의의 일격을 받고 다소 대답이 늦어졌지만, 나는 유유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요코타 씨는 노래진 눈으로 잠시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말했다.
"선생님, 세상에는 두종류의 의사가 있습니다."
"술을 미워하는 의사와 술을 사랑하는 의사입니다." 갑자기 시선을 나에게 돌리며 말했다.
"술을 미워하는 의사는 그런 타이밍으로 대답하지 않지요." 천천히 일어난 요코타 씨는 그대로 문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나가기 직전에 어깨너머로 나를 돌아보며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선생님도 몸조심하시길"
도대체 무슨 소리야.
: 이 작품중 가장 웃겼던 곳인듯 하다. 웃음과 감동과 삶에 대한 고찰을 넌지시 던져주는 저자의 능력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