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쪽

"범인 이름도 알았겠다, 동기도 있겠다, 고인의 신원도 밝혀졌겠다. 이 이상 뭐가 불마니야? 다른 일도 산더미란 말이야."

-중략-

"하지만 그 당시 모범수였기 때문에 노인을 아는 많은 사람이 나케카와는 살인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무슨 소리야? 실제로 죽였잖아."

"그렇기는 합니다만, 소비세 정도로 사람을 죽이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중략-

"그래, 사람을 죽이는 놈들은 모두 머리가 돌았어. 그런 놈의 동기 진술이라고 해봤자 유일무이한 것일 리가 없지. 본인도 잘 알지 못하는 거야, 자신의 심리를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는 적당한 곳에서 매듭을 지어야 해. 범인의 심층 심리까지는 이것저것 파고드는 일은 작가나 학자에게나 맡겨, 형사가 할 일이 아니라고."

"잘 알겠습니다만, 조금만 더 하게 해주십시오. 이대로는 직성이 안 풀립니다."

"이봐, 설령 동기가 따로 있다고 해도 그게 뭐? 사태는 전혀 변하지 않아."

: 소비세 때문에 사람을 죽였을 것으로 생각되는 작은 노인의 행방과 범행동기에 집요하게 집착하는 요시키라는 형사의 수사 동기에 대해 작가가 변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약간 설정이 억지스런면이 없지 않아 적어본다. 이 부분외에 중반으로 갈 수록 이런 의문에 대해 작가가 변명이라도 하듯이 요시키의 동물적, 사회적 형사의 감각으로만 설명하려하는게 좀 그렇다는 게다.

 

276쪽

스기우라의 수기가 만일 사실이라면, 쇼와 32년 1월 29일 밤 삿쇼 선 열차 안에서 피에로가 춤추고 나서 화장실에 틀어 박혀 권총으로 자살했는데 시체가 한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 후 철도 투신자살로 머리가 잘린 시체가 벌떡 일어나 비틀비틀 걸어 나오고, 결국에는 시체가 놓여 있던 1호 차량이 갑자기 하늘로 들려 올라가 645열차는 탈선했다는 것이된다. 이런 기묘한 꿈같은 이야기를 대체 누가 믿는다는 말인가. 도대체 이 사건은 뭔가. 어떤 이유로 괴담 같은 사건이 이렇게 눈에 띄지도 않는 홋카이도의 로컬 선에서 갑자기 일어났는가. 피에로의 시체 주위를 메우고 있었다는 양초, 도대체 그것은 무엇인가. 탈선 직전에 3호차의 왼쪽 창이 새빨갰다는, 스기우라라는 차장의 증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직후 1호 차량이 하필이면 하늘을 향해 들려 올라갔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전혀 영문을 알 수 없다.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리고 기관사 도쿠다이지가 탈선으로 운전석에서 튕겨 나와 의식불명에서 깨어났을 때 보았다는 하얀 거인은 또 무엇인가. 눈이 빨갛게 빛났다는데, 만약 그것이 환각이 아니라면 무엇을 의미하는가.

: 장황했던 팩스의 내용을 친절하게도 미스터리한 부분만 골라 추후에 간추려 설명해주는 저자의 센스. 이후의 이야기 진행은 아마도 이러한 미스터리 부분을 밝혀내는데 초점이 마춰지겠지....

15쪽

내가 고용되기 얼마 전에 열린, 지난번 개인전은 '숲에 물들다 전'이었다고 들었다.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숲에 있는 여러 나무들의 잎을 염료로 썼다는 '염색물'들 - 마사요 씨의 말에 따르면 '쉬크(chic)한 컬러'이고, 다케오가 나중에 그 작품들을 떠얼리곤 머리를 갸웃거리며 말한 바에 따르면, '구린색'이 나는 그 작품들-이, 전시장의 천정에서부터 늘어지게끔 장치한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는 나뭇가지와 천 때무에 거의 정글로 변한 갤러리 안을 걸을 때마다, 천들이 머리와 팔에 휘감기는 통에 빠져나오는 데 애먹었다는 것이 전시회를 나온 나카노 씨의 감상이었다.

: 처음 이 부분을 읽고 이 책의 전체적 윤곽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강렬하게.. 피식 웃었던..

 

81쪽

"식초는."

불쑥 다케오가 입을 뗐다.

"식초는,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다고 전 여자친구가 어디서 듣고 와서는 매일 억지로 먹였어요."

어어?

"나, 그런게 아니라, 그냥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아서 그런 거 뿐인데."

어?으응.

"제대로 설명을 못해서. 마지막엔 더 이상하게 꼬이기만 하고."

: 전체적인 흐름이 연애소설이지만, 밀고 당기는 남녀의 심리상태를 잘 묘사하고 있다. 도무지 속을 알수 없는 남자친구의 대사를 듣고 어안이 벙방한 주인공.

저자 - 시마다 소지

점성술 살인사건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이런 것이 정말 추리소설인거야 하며 읽었던... 독자에게 도전을.. 도전 받은 난? 아무생각 없었다.ㅎㅎ

 

아 뭔가요... 이거... 라는 대사가 책을 덮고 떠오른 한마디였다.

낚였다는 자책을 하늘에 대고 해야하나? 저주받은 책 선정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우선 특이한 것은 책의 간지가 기름종이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투명인간에 대한 뭔가 암시? 같은 것을 주려고 의도한건 같다. 뭐 착상은 좋다. 하지만,

 

책 내용이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억지스럽다는 것이다. 어느정도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좀 뭔가 추리하도록 유도하는 맛이 있어야 좋은 추리소설이라 생각하건만, 이건 뭐 주어진 밀실이 너무 완벽하게 밀실이라고 설명해 놓고 나중에 가서 요리조리 헛점들을 설명해 놓는다.(이게 뭐 추리냐 억지지... 여긴 완전히 밀실이야라고 앞서 말해놓고 여기 쪽창으로 나가면 되지롱~ 해버리는건 머냐고..)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은 환상과 악몽이었다고 말해버리는 그런 억지는 어쩌란 말이냐 어허~

 

이 소설은 전형적인 추리소설 방식을 취하고 있긴 하다. 사건이 터지고 마지막에 편지로 모든것을 설명해주는 형식. 추리소설의 오소독스~! 야구로 치면 우완 정통파 투수. 복싱으로 치면 라이트 훅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 뭐 이런거 되시겠다. 하지만, 내용은 영 실망이다.

 

독특한 점은 한국 이름이 나오는 것. 북한의 실상이 나오는 것. 이부분은 일본소설에서는 처음 본다. 신기했음.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휴먼다큐 같은 그러나 그리 공감이 가지 않고 감동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런 것들을 원하면 다른 소설을 읽어야지 추리, 장르소설을 통해서 감동을 기대하지 마시길..

 

시마다 소지의 신작이라고 해서 평점이 없는 책을 우선 갈무리했던 과거의 나를 비난해야지 누굴 비난하겠는가?

책은 그나마 읽기 쉬워서 6시간 만에 주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