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할둔이란 이름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아랍의 역사가, 
그것도 14세기 인물. 도대체 한국에 사는 내가 어쩌다가 4백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어본다 했을까? 


어찌어찌한 이유로 최근 세계사의 조류가 유럽중심주의를 벗어나 그야말로 
빅 히스토리, 모든 대륙의 역사를 담은 지구촌의 역사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중심주의 역사가 시작된 건 고작 19세기 부터라고 한다.
그럼에도 나 역시 단 한 번도 그리스, 대로마 제국이 태반을 차지하는 세계사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본 적이 없다. 


내가 이 책을 집은 건 세계의 샌드백인 이슬람을 대변해줄 대역사가의 재등장에 
호기심이 동했고, 

좀더 나아가자면, 

케인즈도 마르크스도 폴라니도 구하지 못하는 지구의 미래를 설명할 혜안이
궁금해서 였다. 


그런데, 말이다.
이븐 할둔은 14세기 북아프리카의 발전을 저해한 내부 요인을 지적한다. 
북아프리카는 왕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왕권 국가가 아니었다. 자립도가 강한
유목부족들의 집합체로, 유목부족들은 각자의 군권을 갖고 서로 대립하면서
부족의 결속만을 다져나갔다. 유럽에서는 시민이 성장하여 부르주아지가 되고
그들이 귀족을 배제하는 한편 왕권을 지지하여 강력한 왕권이 가능했지만,
북아프리카에서는 불가능했다. 부족의 수장들, 귀족들의 힘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것이 제3세계의 저개발을 설명하는 이븐 할둔의 혜안이라고 한다. 
책의 표지에서, 광고에서 궁금증만 자아내고, 답을 주지 않은 이븐할둔의 혜안은
그것인 것이다. 얼핏 제국주의자들의 논리로 이용당할 것 같기도 하고.
식민지의 내부가 열악했으므로 식민지로 귀결된다는 식의.


나는 좀 혼랍스럽다. 마르크스는 자본가의 착취가 극에 달하면 혁명이 일어나
공산주의로 향한다고 했다. 그런데 14세기 이븐 할둔에게는 자본가의 착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다만 시민 자본가, 브루조아가 나타나서 왕국을 
강건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논리라면 한국의 재벌들이 등장해서
나라의 부를 늘려 놓았으니 그 기여가 컸노라, 겠네?


제 3세계에 할 충고는 이런 것? 일단 파이가 커져야 하니까,
자본가들을 만들자고. 드라마 <선덕여왕>처럼 서민층의 자영농 숫자가 늘어나면
더말할 것도 없이 이상적이겠지만, 어디가 그리 호락호락했던가.


사람이 돈만 갖고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이상주의자 폴라니는 참신하고 희망이 
있었건만 이븐 할둔은 음... 이슬람의 마키아 벨리가 아닌지. 그가 말한 자본가는
도덕성 문제에서 중립적인데, 오늘날에 사는 내가 이미 눈이 흐려져 절망스런 자본가만
생각하는 것인지, 내가 속독을 했기에 정독한 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이븐할둔, 알마

이 음반에서 누구나 알만한 곡은 영화 스팅의 주제곡 "The Entertainer"
미미 블라이즈는 그 곡을, 딱 그 분위기에 맞게, 흥겹게 신나게 연주하고 있다.
이 타이틀 ’시네마테크’에서 차용해, 그 곡들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묘사해 보자면,
어느 붐비는 작은 재즈 바에서, 낡은 스탠드업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박하게 섹시한 30대 초반의 여자가 떠오른다. 

블라이즈의 연주곡들은 누구든지 맥주나 데킬라 한 잔 마시면서, 
친구나 지인과 격의없이 떠들 때, 깔릴 배경  음악으로 퍽 잘 어울릴 것 같다. 

미미 블라이즈는 랙 타임의 디바로 불린다. 랙 타임은 블루스처럼 재즈의 한 장르인데,
엔터테이너에서 딩동거리는 왼손 반주 느낌이 랙 타임이란다. (지식in 참고)
그녀의 전작 Dancing Piano는 우리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랙타임으로 표현했다는데
관심이 간다. 

내가 즐겨듣는 피아노 음반은 냉철한 빌 에반스, 정신줄은 하나하나 잡아당기는 
글렌 굴드 것이 전부였는데, 환한 날 나의 오후를 빛내줄 레파토리를 건졌다!!!





재즈, 랙타임, 미미블라이즈, 피아노, 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