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을 할때, 그는 항상 나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입버릇 처럼 하곤 했는데
나는 그와 연애를 하는 6~7년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말해주지 않았다.
한결같이 그를 사랑했기에 떨리는 마음때문에 쉽게 내뱉을수도 없는 단어였기도 하거니와
(연애3년차에도 삐죽-나온 콧털조차 터프하다고 느꼈을 정도였으니까.-_-)
그 말을 하면 왠지 내가 여기에서 여기까지, 또는 무게로 따지자면 몇 그램정도로 사랑한다고
딱- 규정을 지어야 될것 같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왠지 그렇게 되면 그것 이상으로는 사랑하면 안될것 같아 그게 싫었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알랭 드 보통처럼 내가 그에게 느꼈던 감정들을 그 세글자로 표현한다는것 자체가
그에 대한 내 마음과 나에게 느끼는 그의 마음을 진부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생각하였던 것 자체가 진부한것이였던 건데...
느끼던 감정 그대로 표현했다면 그가 그렇게 잡은손 놓아달라 떼를 썼을까. 싶기도 한게...
뭐 어쨌든,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이 20대에 쓴 책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내가 지금 느끼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시멜로 하는것'에 대한 생각과 너무도 비슷해서 이부분을 여러번 읽었는데,
'마시멜로 하는것'은 나와 상대방만이 알수 있는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정답도 없고, 반대로 모든것이 정답이 될수도 있다는 게 바로 그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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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랑을 말하기
식당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낭만적인 배경때문에 사랑이 너무 두드러졌고, 따라서 진지하게 느껴지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스피커에서 쇼팽의 '녹턴'이 흘러나오고 우리의 탁자에서는 하트 모양의 초가 타오르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하트 모양이 아니라 음경 모양이었어야 한다고 농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다원주의자 였나보다].
내 사랑을 'ㅅ-ㅏ-ㄹ-ㅏ-ㅇ'이라는 말 속에 담는 동시에 가장 진부한 연상들은 스레기통에 버릴 방법이 없는것 같았다.
그 말에는 이질적인 역사가 너무 풍부했다.
음유시인들로부터 '카사블랑카'까지 모든 것이 그 글자들을 이용해 왔다. 나
자신의 감정의 저자가 되는 것이 나의 의무가 아닐까? 클로이의 톡특함에 상응하는 고백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우리 상황의 세속성을 의식하며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20세기 말의 어느 날 밤 서구의 중국 식당에서 생일을 축하하는 남자와 여자, 연인들.
아니야, 나의 의미는 결코 'ㅅ-ㅏ-ㄹ-ㅏ-ㅇ'을 타고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다른 운송수단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순간 나는 클로이의 팔꿈치 근처에 있던, 무료로 나오는 작은 마시멜로 접시를 보았다.
갑자기 내가 클로이를 사랑한다기 보다는 마시멜로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시멜로가 어쨌기에 그것이 나의 클로이에 대한 감정과 갑자기 일치하게 되었는지 나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남용되어 닳고 닳아버린 사랑이라는 말과는 달리, 나의 마음상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 같았다.
더 불가해한 일이지만,
내가 클로이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 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가 평생 들어본 말 중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사랑은, 적어도 클로이와 나에게는, 이제 단순히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입에서 맛있게 녹는,
지름 몇 밀리미터의 달콤하고 말캉말캉한 물체였다.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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