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사실 제목이 맘에 들어서 구입하게 된 책이다. 삶이 팍팍하고 직장생활은 찌질하고 책읽기도 버거워지는 때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니.. 이렇게 한가롭고 문학을 즐기는 뉘앙스가 어디있단 말인가.

이책은 장영희 교수가 2001년부터 조선일보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라는 북칼럼에 게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책으로 낸 것이다. 영문학을 가르치던 저자가 쓴 책이기 때문에 주로 영어권 문학의 고전들이 많이 소개된다. 생활의 단상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글귀나 책을 독자들에게 쉽게 스스로에게 얘기하듯이 서술한다.  사실 저자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면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 글을 써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읽으본 책도 안읽어본 책도 있고, 얼려운 책부터 어릴때 부담없이 읽었던 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짧게 소개된다. 아까 말했듯이 책 전체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는 생활의 단상에서 생각난 글귀를 중심으로 작가에 삶에 대한 설명들이 두세페이지의 짧은 공간안에 쉽게 펼처진다. 아쉽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쓴 책에 대한 심도깊은 설명이 아니라 내가 그 책을 읽고 싶게 하는 짧은 각성이니까.. 그리고 그 책을 읽고 장영희 교수처럼 소소한 삶의 경험중에서 그 책의 잔상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자세니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약간은 시달렸던 나에게 책을 즐수 있는 삶의 여유를 준 책인 것 같다.

항상 세상의 눈에 다른 사람의 눈에 신경쓰게 된다. 내가 우스워 보이지는 않을까, 저사람은 나를 바보로 아는걸까.. 그리고 그 눈에 얽메이게 된다. 바보빅터는 세상의 편견에 얽메어 17년간을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그리고 평생 자신을 못난이로 알았던 노라의 이야기이다. 빅터는 항상 더뎠다.. 말도 더듬었고 행동도 느렸고 엉뚱했다. 이런 선입견에서 모든일은 시작된다. 학교에서 아이큐 테스트를 하게되고 아이큐테스트 결과가 오게되자 빅터가 항상 바보라고 생각해왔던 한 선생은  173이라는 숫자를 당연히 73이라고 읽게 된다. 이 선생도 선입견에 얽메이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다른 학생이 알게되고 빅터는 바보 빅터라고 불리며 놀림을 당하게 된다. 학교도 그만두게 되고 정말 바보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래도 천재성은 감출수 없는 것인지 좋은 회사에 취직하게 되지만 거기서도 항상 자신의 아이큐가 밝혀져 바보라는게 탄로날까봐 노심초사 하게 된다. 빅터의 아버자와 또 한 선생은 빅터에게 자신의 가능성을 버리지 말라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자신을 맡기지 말고 자기 자신을 믿으라고 하지만 빅터는 그럴수가 없다. 결국 빅터의 아이큐가 73이 아니라 173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야 빅터는 자신이 바보가 아니라 오히려 천재라는 것을 알게된다. 노라는 항상 못난이로 불려왔고 아버지는 항상 니까짓게 뭘 할 수 있냐고 비아냥거린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의 재능을 믿지 못하고 항상 못난이로 살고싶지 않아 성형수술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못난이로 불리게 된 이유가 어릴적 유괴당할 뻔 했는데 그 이유가 로라가 너무 이뻐서라고 생각한 부모가 안타까운 마음에 못난이로 불렀던 것이라는 것을 본인은 모른다. 이 두사람은 진짜 천재고 진짜 이쁘고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오해를 산 것이었지만 만약 천재가 아니고 이쁘지 않은 사람이었을지라도 사람들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한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상상하고 읽었지만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의 책이다 유지라는 어린 소녀가 실종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끝까지 유지가 왜 실종이 되었는지, 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부유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가족이 사실은 그렇지 않고 각자 어두운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지를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유지가 실종된 것을 알았을때 아버지와 의붓언니는 자기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아버지는 자신의 일때문에 유지가 희생되었다고 생각하고 의붓언니 의성은 예전에 새엄마와 유지를 미워해 친구들과 함께 장난이긴 하지만 꽤나 정교하게 유지를 납치해 아버지에게 돈을 받아낼 계획까지 세운적이 있다. 유지의 엄마는 대만사람이며 유지가 실종될 당시 대만에서 예전의 연인인 밍을 만나고있었다. 의붓오빠는 의대에 합격했으나 식구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나가지 않고 있다. 평온해 보이는 이 집에는 굉장히 많은 사연들이 숨어있고 사건을 계기로 수면위로 드러나게 되며 오히려 가족들이 서로 단합하게 되는 전환점이 된다. 아직도 유지가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밍은왜 죽은채로 발견됬는지 전혀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단지 밍이 유지가 돌아오게 되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것과 예전과는 같지 않지만 일단 유지가 돌아왔고, 가족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세상을 체념 한듯이 조용히 살아가던 밍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