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 만큼 동시대의 사랑이야기의 디테일을 모두 살려내는 작가가 또 있었던가 싶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사랑의 패턴은 이 도시 안에서 그렇게 지지고 볶고 구질구질하게 찌질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그게 바로 오늘 84년생들이 겪는 그 사랑이다.

 

민아가, 출근전에 아침 화장실에서 겪는 그 찌질한 감상은 떠나고 싶고 벗어나고 싶지만, 어쩔수 없이 그 그림에 익숙해지는 삶인 것이다.

 

준호가 걱정하는 모텔 대실비 3만원은 10번에 30만원으로 그마저 아껴야 하는 우리 청춘들의 단상이다.

 

정말 잘 그려내었다.  1번 사랑부터 2번 3번 4번 그리고 아직오지 않은 5번 6번까지.  왠지 슬픈 우리네 단상들이지만, 그 사랑이 꽁냥꽁냥은 그렇게 피고지고 피고지고 하며 시간이 흘러간다.   사랑과 함께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의 삶이 곧 다가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20세기 초반의 일제치아에서 나라의 독립을 바라며 저항했던 그 청춘들도, 연애가 잘 되지 않는 그 슬픔의 이유를 나라탓으로 돌렸다.   독립한 나라에서 마음껏 연애할 수 있기를 바라던 그 청춘들이 만든 오늘, 독립은 되었으나, 여전히 마음껏 연애가 내탓인지 나라탓인지 헷갈리는 오늘이다.

지한과 수향...

읽기 전에는,역사물을 가미한 판타지 소설인가..아. 무슨 내용일까 너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도중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어떠한 가상의 무엇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여, 구체화 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었다. 

 

소설이 끝나기 까지 수향은 등장하지 않는다.  시간을 너머너머의 사랑이 흘러가는 이야기 였으나, 등장하지 않았다.  

 

영원불멸을 꿈꾸는 VIP는 영원불명을 이룬다.   삶이 아름다운것은 딱 한번이기 때문이라는 진리를 깨닳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욕심이란 본래 그런 것인가.    영원불멸에서 오늘 갈등해결자로 지한이 추적해 나갔던 것이다.  

 

한국 소설에도 이러한 장르가 있구나 알게된 소설이며, 20세기 초반의 삶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연구대상이며, 그 고단한 갈등이 오늘 우리를 만들고 있구나 생각했다.     영화가 아니라 소설이라서 좋다.  구체화 할 수 없는 미래의 그것을 한번 그려보는 나만의 상상의 나래가 열리게 되는 그 독서의 순간이 좋았다.

 

사람에게 시간이란.. 그 때가 있다는 것을 크게 생각해 본 독서였다.

전쟁을 도시에서 겪는 일이란?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걸어다닌 그 서울의 곳곳은 전쟁의 세월을 지나온 것이라는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20살을 갓 넘으면 청년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소녀였다.  이 글의 화자는 소녀의 그 예민하고 자존심과 변덕을 부리던 그대로 가지고 있는 소녀였다.  소녀가 겪는 전쟁이란, 정말 꿈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은 악몽 그 자체 였을 것이다.  다리에 총알 구멍이 있는 오빠와, 하루하루의 끼니 걱정을 하고, 다른 이의 물건에 손을 대어야 한다는 그 양심의 울부짐을 그대로 모두 견뎌내어야 하는 악몽이다.  깨고 싶지만 깰 수 없는 현실 그 것이 전쟁이였던 거다.   오늘의 나에 대입해 본다.  전쟁통에, 먹을 것이 없는 곳에, 텅빈 도시에 들어있을때, 옆집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이 양심에나 찔릴까...글쎄올시다..  전쟁을 겪었지만 우리는 그런 자존심으로 살아왔다. 

 

화자가 기술한 서울의 곳곳, 파주 지역 그리고 한강이남.. 그 모든 내나라 내땅이 풍요로만 뒤덮여진 것이 아니라, 전쟁의 상흔을 갖고 있는 역사의 기록들위라고 생각하니 먹먹하다. 

 

그때도, 아귀같이 남과 북이 싸웠다.  같은 형제였는데,  여전히 같은 형제인데, 죽일넘들이라고 외치는 족속들이 있다.  그 때도, 돈때문에, 내가 살려고.. 그랬었는데... 이념때문이 아니었다.

 

그 시대 소녀가 본 군상들은 책속에서 생생히 살아나 전쟁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박완선 선생께서 돌아가니던 그 날, 나는 겨울산행 나들이 중이였는데, 그때, 가셨다는 소식을 버스 안에서 듣고 그렇게 가시는 구나.  우리에게 상처를 기록으로 남겨,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시고 가시는 구나.  돌아가시던 그 날이 기억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