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게 써내려간 대한민국 1982년생 김지영씨의 이야기는 너무 담담해서 소름돋았다.  대전으로 출장을 가는 KTX에서 읽어 내려갔다.  어쩌면 남보다 나은 현실일 수도 있는데, 그 뒤에 숨어있는 여성혐오의 행간들이 읽혀서 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살아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아무 이유없다 당하는 여성혐오 뒤에서 여성은 여성끼리도 손가락질 하는 거였다. 

 

내가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내가 무슨일을 당하고 있는 건지 자각하지 못한채, 그 당당하지 못한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왔던 내가 너무 부끄럽기도 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공지영의 시대에도, 그러했고, 2017년에 서있는 오늘도 그러하고, 더 올라가서, 여류작가라고 평가받는 강신재의 시대에도 그러했다.  모더니즘이라고 불리우는 시대에 들어선 시대가 어언 100년이 넘어가는데도, 여전히 그러한 것이다. 

 

내가 어디 서있던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던지, 그 모든것은 내 의지대로 이며, 그 누구의 손가락질을 받을 필요없는 나에게 의미 있는 결정이다.  

 

오늘 내가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내가 조금 받고 더 열심히 일하여 내는 성과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보이지 않는 가해자와 싸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92년생 김지영씨아 02년생 김지영씨의 삶은 우리의 과거와 오늘과는 다르기를 바라지만 않을 것이다.  반드시 다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누구나 다 읽는 베스트 셀러를 나까지 읽어야 하나 싶긴 했는데, 첫장을 넘기고 마지막 까지 재미로 계속 읽게 된 책이다.

 

이렇게 쉽게 책을 쓸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그들의 고민이라는게.. 참..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고민이라는건 어느 사회, 어느 시간에나 다 가지고 있는 것이고, 타인의 고민을 신실하게 들어준다는것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큰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잡화점은 어떤 잡화점인지 정확하게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그려지지 않는데, 문방구 인것 같다.   우리네 잡화점에서는 양말, 스타킹, 스카프, 손수건, 속옷등을 파는데,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필통과, 편지지를 파는 것을 보면 문방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버지도 문방구를 하셨는데, 사람들이 오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그들의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그런 조그마한 가게들이 지금은 찾기 힘든 그런 시절이다.  사람들도 있고, 시간도 흐르고, 고민도 있는데, 가게가 없다.  조그마한 가게가 없다.   지금은 어디에서 이 고민들이 해소되고 있는지....

 

사람들의 고민은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일까?  어제의 고민을 뒤돌아 봤을때, 가벼운 이유는 시간이 고민들과 나를 풀어내어서 그런것인지.  책속의 인물들 처럼, 우리의 삶과 시간과 관계는 그렇게 서로 서로 얽히고 섥혀 살아내고 있는 것이라는 공감으로 마무리 한다.

 

 

아주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남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참을 읽다가 뭔가 잘못읽었나 싶어 앞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몇번.. 큰 울림이 남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는 선물같은 소설이다.

 

뿌넝쉬 - 정말 새로운 시각의 새로운 이야기 였다.  역사가 어느 한방향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님을 비로소 깨닳았다.  시간이 모두 공평하게 누구에게나 흐르는 것임으로, 역사도 누구에게나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먹먹한 이야기 였다. 삶과 죽음, 평화와 전쟁 그 모든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살면서 겪을 수 없는 이야기들도 가득차 있었다. 전쟁과 죽음, 상처, 배신, 이별, 희생, 등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간다.  나이가 들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깊어진 것인지,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진것인지.. 나의 일이 아니니 절망할 필요도 슬퍼할 필요도 없이 그냥 담담하게 읽어 내려가는 것이 왠지 서글프다.  어쩌면 나의 일이였을 수도 있는 그 거짓말들 때문에 마음이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