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 혁명가 체 게바라
혁명가, 여태까지 '체 게바라' 라는 이름을 들었을때
내가 떠올릴수 있었던것은 오직 혁명가라는 단어 하나 뿐이였다.
수없이 그 이름을 들으며 살아왔지만 한번도 제대로 그가 누구인지
어떤일을했는지 알아보려고 한적은 없었다.
'체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은 이런 나에게 있어 '체 게바라'가 누구인가 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넘어 단지 혁명가로서의 체 가 아닌 감성적인 인간였던 체 로써의 면모까지 알게해주는 책이였다.
체게바라가 죽기전 가지고 있던 홀쭉한 배낭,
그속에서 발견된 녹색노트에 적힌 총 69편의 필사된 시들을 체게바라의 행보와 심경변화에
연관지어 해석한 이책은 체의 행보를 '아프리카시절' '쿠바 시절' '볼리비아 시절' 이렇게 3기로 나누어 시를 통해 그의심경을 유추한 여태까지와는 다른시각에서의 체를 바라본 책이다.
또한 시와 연관된 체 의 사랑 이야기와 전장에서 혹은 평소 주변사람들이 목격했던 체의 일화 등이 실려있어 다른 많은 체 게바라의 책들과는 차별되는 요소를 갖고 있다.
전쟁과 시.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이 둘은
황폐하고 급박했던 전쟁 통에 어째서 그가 69편의 시들을 자신의 노트에
필사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내려 가게 만든다.
"난 많이 좌절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염세주의에 빠진다. ....그럴때면
난 마테와 시 몇줄로 마음을 달랜다."
책속의 체가 의과대학시절 여자친구였던 티타 에게 띄웠던 편지중 한구절이다.
자신이 직접 쓴 시도 아니고 단지 필사한 시들일 뿐인데
그것이 체 의 행보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체는 이토록 시를 사랑했던 사람이였기에, 충분히 암송을 할수도 있었던 시들을 필사해서 들고다닌것은 체 에게 어떤 영감이나 심경의 변화를 주었을것이라 저자는 생각했던것이 분명하다.
'회색빛아, 날 동정하지마
네 검은 성체를 다오, 네 마지막 빵을...
반환점도 없고 기억도 못 할 꿈.
저 검은 우물에 빠지게 내버려둬
진흙과 구더기가 있는 저, 저 아래....
생은 푸른 유령이 되고 마는 곳,
아무도 보지 못한'
체가 필사 했던 시들 중 '레온 펠리뻬'의 <네 검은 성체를 다오>의 전문이다.
이시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섬뜩함과 공포인데 실제로 이무렵에 쓴 체 의 일기 역시
읽는 이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낼만큼 급박한 상황이 적혀있었다.
"대원들 모두 영양실조와 병에 걸려 전의마저 상실한듯하다. 어쩌면 우린 이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부지할 마지막 기회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있는 것이다.
아니다! 우리는 우리자신에게 완전이 포위되어 있는 것이다." -체의 일기中
이렇듯 그가 필사했던 시들은 당시의 그의심정과 행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책은 그런점에서 이런부분을 잘 파악하고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 되있는것 같았다.
또 비록 많은 부분이 나오진 않았지만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체의 사랑이야기였다.
그도 몇번의 사랑을 했었지만 더큰사랑인 혁명을 이루기 위해 모든걸 포기해야만했던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더욱 그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진정 그는 현재는 너무 유명해 모두가 알고있는 이름 '혁명가 체 게바라' 였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체의 이미지와 이름이 상업적으로 남용되는 일들 때문에 그의 이런 업적과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있다.
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다니고 그의 이름을 딴 상품들을 보는 사람들 중 과연 몇이나 체 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있을까? 이책은 그에대한 우려를 내비치고있다. 나 또한 이부분을 읽으면서 실제로 직접 봤었던 체의 얼굴이 그려진 티나 양말 따위를 떠올리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체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은 읽으면서 인간 체는 어떤사람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수있게 해준 책이였던것 같다.
"이봐 친구" 라는 소탈한 뜻 을가진 '체'라고 불리길 좋아했던 에르네스토 게바라
동물을 사랑하고 독서를 사랑하고 시를 사랑했던 체 게바라
이책을 읽고 난후 내가 떠올리는 체에 대한 이미지이다.
혁명가로써의 체 가 아닌 해학과 낭만을 즐기던 휴머니스트 혁명가로서의 체,
이런 그가 궁금하다면 이책은 그런 독자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는 책이 될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