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길만큼 열이 나기 시작한다.

이미 한웅큼의 약을 집어 삼켰고, 도착한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새 그녀의 동화같은 진심이 활자화 된 책을 덮는다.

 

라면 한그릇이 먹고싶다.

그녀가 단 한번의 면접으로 자기만의 책을 가졌을까?

그 꿈이, 이상이, 현실과 배합된 지난날이 기특하기만 하다.

 

오늘따라, 나는 조금 우울했다.

"꿈이 뭐예요?" / "하시는 일이 구체적으로?"라는 질문을 받게 될

관계의 시작. 나는 나 자신을 드러내는일에 떳떳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어느 누구의 삶에도 개입 되기 싫은 초연한 의지인가?

 

의담의 글과 서연과 수진의 그림.

꿈의 노트처럼, 그 제목만큼 나를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유영하게끔 한다

 

감기 기운이 사라지고, 거울을 똑바로 쳐다 볼 수 있을 때, 나는 이 책을

펼쳤어야 했는지 모른다. 나의 얼굴과 거울 안에만 존재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난 여전히 괴물과 싸우고 있다." 9p

 

하루에 꼭 한번 들리는 장소가 있었던가?

매일의 앞마당은 나만의 우리 가족만의 공간이니, 너무 근거리의 상황이고, 내가

편애하는 한곳. 딱 하나의 장소를 묻는 질문에 어영부영 넘기고 만다.

 

생의 애착과 가지런한 기록들을 그녀처럼 해두었더라면,...

 

조금은 어둡고, 밝은 햇살이 열리기 전의 암흑일지라도, 나도 나만의 기록장이

있었더라면,...지금의 그녀가 이토록 부럽진 않을테다.

 

꽃비가 내리고, 조금 흐리기도 한 하늘.

감기약과 범벅 된 그녀들의 상상이 나에게 치명적 독으로 다가온다.

유치한 과장이지 않고, 감각적 에세이의 한 단편.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31p

 

<몰랐어요>

........즐거움을 알지 못했습니다.

꿈꾸는 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좌절하는 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미소 짓는 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나누는 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기쁨을 배로 만드는 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나와 놀아 주는 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사람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습니다.

증오의 대상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나를 알지 못했습니다. 32p

 

나를 알지 못했다는 죄가, 나의 처음을, 나의 청춘을 이토록

아리게 할 줄 몰랐다. 지독히, 타인이 아닌 나의 얼굴만 보아와도

죄가 되지만, 지극히, 타인의 시선에만 쫓았던 과거는 나를 잃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지나친 고백을 이 글과 함께 남기는 이유는, 나의 아픈 구석을

그녀가 그녀의 꿈이 건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땅히, 나의 아픔도 그녀가 아파해주리라 믿는다.

 

빈벽을 채우려는 욕망, 치타와 말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솜씨.

우리는 특별하지 않아도, 정말 나만의 특별한 한틈을 가지고 있다.

아마, 나에게도 나에게 꼭 맞는 지게가 다가와 속삭이길 기다린다.

 

"넌, 나와 적격이야!!!"

 

뒷등을 탁 치며, 아는 체를 하고, 평생의 몫을 동조할 지게 말이다.

나는 누구의 지게도 탐하지 않겠다.

그저, 나의 순서와 차례가 닿을 때, 내게 말을 걸어줄 세상에게

온전한 내편에게 의지하고 싶다.

조금 더디가고, 느린 걸음일지라도,...

 

김의담 작가의 7년만의 첫 외출. 난 그녀의 외출에 박수를 보내고,

나머지의 박수를 내게 보낸다.

지금부터 "꿈"을 써야지! "꿈"을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지.

 

"쟈! 지금부터 용기를 내자!"

 

 

 

 

한잔에 그치던 커피를 세잔째 가져다 둔다.

이미 식은 커피, 한모금 머금다 내버려 둔 커피,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커피.

결국 나는 완벽한 한잔을 마신 것은 아니다. "가져다 둔다."에 의미만 구체화 될 뿐,...

 

작가의 나이로만 호기심을 품었던 나의 가벼움을 후회한다.

제목이 가져다주는 모호함에 대한 흥미도 후회한다.

철저히, 문장과 소통과 관계에 대해 침묵하지만, 그 침묵으로 인한 섬세함을 잊지 못한다.

 

나도 쓸쓸한 노을처럼 철저히 쓸쓸해지고 싶다.

알아듣지 못할 클래식을 좀일 켜두고, 커다란 헤드폰을 짊어지고, 무표정한 거리를 활보하고 싶다.

 

그런, 그가, 그녀가, 내가, 우리가 라는 관계에 대해서,...

 

삼각형의 트라우마를 지켜본다.

둘은 완전하다. 그리고 하나가 되기도 하고, 어떤 관계의 부합으로 꼭지점이 삼이 되다가, 다시 둘, 하나.

결국은 완벽한 하나를 향해서, 기웃거리는 지도 모른다.

 

질문은 나타났다 사라졌고 질문을 갖고 있던 시간도 사라졌고 질문을 던졌던 시간도 없어졌다 83p

 

이미 많은 것을 떠났는데 또다시 떠나야 했다. 그 사실이 가슴 속 어딘가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108p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아무데나 갈 수 있잖아. 111p

 

을-민주-씨안, 프래니-주이-손님, 윤-바원-민주, 아버지-딸-손님

괜찮지 않음을 괜찮음으로 표면화 시키고, 내부의 비밀과 진짜 비밀을 침묵 속에 가두는 일.

 

어린 소녀였을 작가가 여행길에서 소스를 얻었다는 단편에서, 문장이 되고, 시나리오 같은 장면이

연출되기까지,... 작가의 내면에 있는 깊이를 해석하려 애쓰기 보다, 내가 느끼는 '2의 완전함'과

'3의 불완전함'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막다른 프레임을 만나더라도, 나도 나에게 용기를 주고싶다.

 

을이 기호의 등가물을 사랑하는 것처럼...

박고지금, 옛일을 널리 알면 오늘날의 일도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옛일을 통해서 오늘의 일뿐만 아니라 미래를 여는 지혜의 눈을

얻을 수 있다. 29p

 

생존의 비밀, 이 책이 내게 가져다 준 의미는 박고지금이라 할 수 있다.

과거사의 병란과 지금 현시대에 서서히 다가오는 병란의 징후들과 앞으로는

그 병란의 이전과 이후 마음가짐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의문점들을,..

 

문명은 질병을 만들어왔고,질병은 문명을 만들어왔다는 윌리엄 맥닐 교수의

말처럼, 과거사의 질병과 전쟁 그리고 문명의 진보와 후퇴까지, 공포스러울

정도의 역사 사실들을 증거로 다가올 미래에 물음표를 던진다.

 

상생. 살아가는 날들을 서로 돕고, 생명을 살린다는 의미이다. 우주의 1년 흐름을

보아 우리는 지금 열매를 잃고, 내려 앉은 낙엽과 같은 가을이라 전했다.

가을 이후 겨울. 사계절과 운명. 우린 여기서 무엇을 취해야 할까?

 

대병란을 넘어 생존의 길로 가는 길은, 미래의 영성으로 상제님의 말씀을 헛으로

듣지 말자는 해석. 경고에 대비하고, 마음을 닦고, 삶을 뒤흔들게 내버려 두지 말라

는 말씀을 하신다.

 

"훔치훔치 태을천 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 사파하~"태을주를 소리내어

반복해서 읽으면 그 소리에 내 몸 속에 있는 신성이 밝아지고, 우주 만물 속에 있는

신성과 교감을 하게 된다는 치유의 힘을 물의 결정체로 보여준다. 태을주의 수행법

으로 물과 불의 순환을 이루어 미래의 영성과 다가올 가을 대병란을 대비하라는

경고를 말해주고 있다.

 

종교적 색체와의 관련성은 둘째치고라도, 이미 역사적인 사실로의 질병과 문명이기의

발달로 인한 지구의 변동을 유심히 보게 만드는 책이다.

진정 이 병란의 공포가 다가올 미래라면 하는 물음표를 던져 두고,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