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몬"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멜랑꼴리 함을, 작가는 길 위에다 강력하게 붙여뒀다.

어찌 할 수 없는 자기 내부의 결정과는 상관없는 "길"이 가져다 주는 자유애에 푹 젖어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노란 중앙선을 밟고, 누워 읽으면 어떨까? 하는 자극을 받는다.

이 사람 꽤나 자극적인 구석이 있는데? 하던 마음은 그의 다른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자신감 넘쳐 보이는 그.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의 이력으로 손색이 없다.

그 손색 없는 이력에 질투를 하기도 한다.

길 위에서의 자유를 택한 그의 의지가 "그럴만하네~"하고 질투가 났다랄까?

 

여행책이 그와 관련된 에세이가 난무한다.

사진에 혹해 집어 들었다가, 결국 사진만 눈으로 읽고, 책장으로 밀려 난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문자화보다 이미지화에 익숙해져버린게 아닌가 하고, 스스로의 판단에 질책을 할 때도 있다.

 

이 책은, 이미지 전에 작가의 이름에 눈이 갔고, 글 다음으로 순간의 컷에 눈길이 갔다.

요즘의 시류를 무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쫓아가려 애 쓰지도 않은 한권의 책이다.

때론 너무 개인적인 일이라 동감 할 수 없는 얘기도, 길 위에서 일어난 순간 순간의 솔직함으로

받아 들였다.

 

수동 카메라를 재 정비 중이다.

쌓아둔 새 필름들도 유통기한을 넘길 판이다.

나는 그만큼 자유의지에 게을렀다.

 

여름 끝 능소화가 지고, 이웃한 골목마다 새벽기운부터 별밤의 기운까지, 모두가 다른 모습이다.

그저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내 길도 보일 것을,....

나는 길을 따라 걷는 수고로움을 잊고 살았다.

 

지리적 이동이 가져다 주는 수직 상승 기운을 이 여름이 가기전에 맛보려 한다.

아마 그리스인 조르바를 옆구리에 끼고, 한적한 시골길에서 길과의 수평을 꿈꿀지도 모른다.

 

아마, 그 길에 내가 있으리라 믿으며, 노동효의 자극을 감사하게 될 것이다.

미래형의 안부보다 현재성에 박수를 치게 만드는 책.

읽어 보시라~ 당신도 로드 페르몬에 홀리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

 

'호모 부커스'의 저자라는 이유만으로 책을 선택하기엔 충분했다.

그런, 사전 만남 이후의 지독한 믿음이란 다음 책을 선정하는 중요한 코드가 된다.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부터 나와서 내심 더 반가웠다. 목차에 제목들을 훑어 내리며,

내가 읽은 책은 몇권이지? 수를 헤아린다. 다행히, 최소 삼분의 일만큼은 체크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책을 읽은 후, 교감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작가가 권하는

또 다른 세계의 책을 맛보기에도 좋았으나, 먼저 독서 후, 내가 느꼈던만큼의 공감대나

다른 생각들을 비교 할 수 있었다.

 

출판계의 어려움을 배제하고도, 하루에 출간되는 책은 상상 이상이다. 책 한권을 택하는

기준을 누군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싶은 기대감을 이권우 저자가 들려준다. 이런 이런 책에

선 이런 이런 느낌이였다고, 자신의 독서일기장을 펼쳐 보이며,....책 권하는 사회를

권장하는 작가의 매서운 눈과 표현력에 질투가 났다. 생각지도 못한 표현에 밑줄을 긋는다.

 

책 한권을 읽고, 그저 마지막 장에 눈인사를 나누고, 수없이 지나온 밑줄들을 고스란히 남겨둔채,그대로 덮어두는 독서는 남는 것이 없다. 내것이 되는 독서를 암묵적으로 알려주는 작가. 책에 수록 된 일부를 제외하고, 수록되지 않은 수많은 노트들이 떠오른다. 껌 같은 작품/ 칡 같은 작품,...

저작을 오래 할수록 더 깊은 맛이 나니 입이 아프도록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 표현에서속으로 박수를 쳤었다. 처음엔 쓰지만, 씹을수록 득이 되는 칡과 책과 독서라는 어울림의 표현들에 밑줄을 그을 수 밖에 없었다.

 

내 텅빈 독서일기장을 보며, 조금 더 분발해 볼 것을 다짐한다. 작가가 달려간 독서길이 자극이되는 만남이였다. 만나지 못한 책들은 궁금증으로 리스트에 올려 둔다. 수많은 책 중에, 책에 꼭 수록한 책들은 분명 이유가 있을터이니,..... 기대감으로 책을 덮는다. 그리고, 이 독서일기를 시작으로 다음 장들도 채워지길 마음을 독려하는 책이다.

책 제목에 혹했고, 그 다음은 작가의 이름에 혹했다. 그 사실을 밝혀 둔다.

비둘기 똥구멍과 디자인과는 무슨 관련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매달 인테리어 잡지를 찾아 읽는다. 그 이유는, 그 곳에 디자인이 총집결 해 있기

때문이다. 색의 조화와 쉬이 볼 수 없는 재질의 가구와 예외성들을 총 집합한, 운이

좋은 달은, 많은 것을 얻어 가기 때문이다. 누가 보면, "디자인 공부 하세요?" 할 만큼은

까지는 아니지만, 디자인을 눈으로 읽는 일을 즐긴다.살면서, 내 몸에 걸친 것과 눈으로

보여지는 것이 디자인을 빼 버리면, 뭐가 남지? 반문한다.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의 자판

마저도 디자인과 실용성을 제외 할 수없는 품목이니 말이다.

먼저 읽었던 책들로, 그의 이력은 습득한 셈이고, 이 책은 디자인보다, 디자인을 만드는

자부심과 애국심에 대해서 작가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다.

 

20년이 넘는 트렌치 코트를 입고 동창회에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만큼의 자신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역사를 귀히 여기는 사람이다.

글자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모르면 몰랐을까, 알고도 써지는 옆나라의 상품들과

명함 하나에도 글자 하나에도, 그 표현의 한계는 없다는 사실.

 

이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 장소는 박물관이였다. 바람 솔솔 불어오던 그날, 토요일 오후를

책과 함께 내가 모르던 디자인 세상과 시각적인 글들로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의 고초와

역시 남다르다고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고집들을 읽을 수 있었다. 전문적인 분야이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친절하게 설명 해준 꼭지들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박물관에 오래 된 유물들 하나에도 디자인은 살아 숨 쉬고 있었으니, 과거로부터 모태가

되어 온 흔적들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소설의 등장하던 인물이 떠올랐다. 김중혁 소설 속 디자이너와 디자인을 의뢰한

PD,....한 사람의 글을 읽고, 여러 사람과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고 하면, 이미 이 책은 내게

많은 느낌을 준 것이 아닐까?

 

또 앞으로의 10년 후에도 그가 오래된 코트를 입고, 당당하게 자기 자신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 이미지를 끌어 당기는 지금의 느낌 다음으로 더 큰 파장을 일으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