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앞에 수많은 길들이 열려 있을 때, 그리고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모를 때,

그냥 아무 길이나 들어서진 마. 내가 세상에 나오던 날 그랬듯이, 자신있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잠시 기다려 보렴. 어떤 것에도 흔들지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고 또 기다려. 네 마음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 그러다 네 마음이

말을 할 때, 그때 일어나 마음 가는 대로 가거라."

 

공지영 작가의 글에서 보았던건지 <마음 가는 대로>는 이미 책을 만나기 전부터, 그 단락을

기억하고 있었다. 연극처럼, 몇 안되는 사람의 등장과 정작 공연을 끌어 가는 주체는 단 한

사람밖에 없는,....

 

엄마 와 딸, 할머니와 손녀.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써두는 것처럼, 죽음 이후의 누군가에게 살아온 얘기와 살아보니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노란 포스트잇에 열여덟번의 가위질을 하고, 밑줄 긋고 싶은 부분에 붙여둔다.

그리고, 한권을 다 읽고, 그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 아주 천천히 특별한 의식을 치루듯이,....

 

나와 엄마의 거리도 가깝지만 일정부분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질긴 간극을 가지고 사는데, 수산나 타마로 작가는 아주 세세하게 감정선을 건드린다.

마치, 지금도 경험하고 있지 않냐고, 무덤덤하게 툭툭 건드린다.

 

25조각의 노란 자국이 책 밖으로 삐져 나와 있다.

 

"사람들이 항상 저지르는 실수가 뭔지 아니? 삶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일단 어떤 트랙에 들어서면 그 라인을 끝까지 따라갈 거라고 믿는 거란다. 하지만 운명은 때로 우리 자신보다 상상력이 풍부하지. 더 이상 도망갈 데가 없다고 생각 될 때, 가장 깊이 절망했다고 느낄 때, 모든 것이 돌풍처럼 빠르게 변해 버리거든. 모든 것이 뒤집히고, 우리 앞엔 새로운 삶이 펼쳐진단다. 153p

 

불행은 모계를 따라서 이어져 온다는 말.

불행은 더 큰 불행을 불러오기 마련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찾지 않으면, 인생은 계속 그 자리를 맴돌게 될거라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껍질째 씹는 사과의 맛은 단단하다.

지금, 밑줄을 다시 밑줄삼아, 마음 가는 대로,...

마음의 지시등을 찬찬히 바라보고있다.

 

짧은 커트머리에, 커다란 눈을 가진 "빨간 머리 앤"이라 불렀던 그 작가.

수산나 타마로를 만나보길 권한다.

 

혼자 밥을 먹는데 2년, 글씨 쓰는데 5년,...

 

나는 그에 비하면, 처음부터 100%를 보장받고 태어난 사람이다.

우리는 결핍에 대해, 타인을 거울삼아 비춰보는 것인지,....

이미 가진 것에 대하여, 한번도 심도 깊게 감사할줄 몰랐다.

 

미술시간 데생을 기초로 한 모델.

사지의 길이가 다르고, 부자연스러운 그 모습이 한번도 왜 저리

생겼을까 반문하지 않았다. 그의 별명이 토르소맨인걸 알기전엔,...

 

"그가 싸우는 상대는 단순히 같은 체급의 레슬링 선수가 아니라

그의 팔다리를 자른 운명일지도 몰랐다."

 

"더스틴은 짧은 팔다리만을 사용하는 신체 사용설명서를 가졌다.

그것뿐이다. 하지만 그의 메뉴얼이 더 짧고 간단하며, 그 결과 이루어지는

동작과 성취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우수할지도 모른다." 55p

 

"어떻게 챔피언이 되는가?

포기하지 않는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안돼.'라고 말하지 않는다!

결심

커다란 심장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 69p

 

뭉툭한 팔로 키보드를 눌러 컴퓨터 모니터에 쓴 더스틴의 글

 

"팔다리가 있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누군가 저에게 다시

팔다리가 있는 삶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저는 싫다고 할 거예요.

팔다리가 없어도 저는 이미 모든 일상생활을 불편 없이 누릴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팔다리가 있으면 더 불편할 것 같아요. 아마 굉장히 낯설어할 것

같은데요. 저는 지금이 행복해요. 존재하는 것, 그 자체에 감사해요." 226p

 

"저는 아직도 꿈이 고파요. 레슬링을 비롯해서 아직 많은 것들이 부족하죠.

더 노력할 거예요. 그리고 계속해서 도전할 거예요." 240p

 

240p 한권짜리 책을 읽으면서, "의지"란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오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많은 밑줄 중에서, 더스틴이 레슬러로서의 삶을 택한 목표에서,

남들이 절대 절대 그러하지 못할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목표를 향해서, 팔이 없고,

다리가 없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준 책.

 

예쁜 여자친구와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조카들을 끌어 안고도 레슬링 얘기만 하는,

낚시와 인생을 비교할 줄 아는 꿈많은 청년. 그가 이제 대학생이 된다. 또 많은 과정을

거쳐, 단단한 토르소맨이 될 것이다. 아직도 꿈이 고프다는 청년의 말에서, 장애우로서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 아니라,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한 청년을 만났다. 부디, 꿈꾸는대로

꿈을 향해서 도전해주길 바란다.

 

꿈을 향한 그의 키워드를 보며, 나의 심장은,...삶을 향해서 긍정적인가 반문한다.

팔다리가 없는 레슬러가 내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국어 어휘의 절반을 차지 하고 있는 '한자어'

나는 그런 한자에게 등을 돌린채, 나의 어휘력이 짧은 이유를 지나치고 있었다.

 

수업을 받을 때, 지루한 선생님 탓을 했었고, 중간고사를 볼 때에는 잠깐의 암기력을

믿었었다. 그런 결과로 한자는 원점에서 원점으로 돌고 있었다. 부수를 기준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한자책들에 질려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나 시작에서 멀리 넘어서질

못했던 결과. 한때는 한글로만 읽혀지니 대중성에 큰 기여를 한다는 한겨레 신문만 읽었다.

한자와 멀어진 이유는 구차하게도 많았다.

 

이 책을 찾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조카의 공부를 봐준다고 그날의 학습지들을 차근 차근

풀어 나가다가, 영어, 국어, 수학, 과학,...거기까진 괜찮았다. 한자학습에서 딱 걸린것이다.

아주 기초적인 부분이였고, 읽어나가긴 어렵지 않았으나, 괄호 안에 주관식으로 써보기가

주어졌는데, 조카는 아주 척척 써내려간다. 학습지 앞페이지를 보고, 긴가 민가의 해답을

보고서야 안심했다. 들킬세라 한자학습은 혼자하게 내버려두었다.

 

아주 기초적인 한자가 쓰고, 읽는 일에 게을리하다보니, 생소하게 보였다.

그제서야 불필요하다고, 귀찮다고, 쉽게 살기 위해서 놓을 수만 없었다.

한때는 힘들어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옥편을 몇권씩 샀더란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속으로 응원을 해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만난 책이 <패밀리 한자>

패밀리의 친근함과 큼직 큼직 시원한 크기로 한페이지에 3~4자씩. 재촉하지 않는 책이였다. 형성원리로 만들어진 한자가 전체의 80%, 모양과 뜻, 대상, 소리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책. 나뿐만 아니라, 한자능력검증시험을 준비하는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에게도 권할 수 있는 책이다. 어렵고, 난해하다고 믿었던 한자가, 국어를 공부하고, 일상의 언어들을 이 해하는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시험에 나올법한 어려운 한자가 아니다. 읽고,쓰고, 생활하는데 득이 되는 한자어들 위주로 나와있다. 꾸준히, 학습하다보면, 한글신문만 읽던 습관에서 의미를 확실하게 알려주기 위한 괄호 안의 한자글까지 읽어볼 여력이 될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