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힘은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는 안다는 것과 믿음이라는 것의 경계를 흐리면서 때론 이성으로 믿음을 가졌고 때론 타성에 젖은 믿음을 자랑한 것 같아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어령 선생님의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나의 믿음에 대한 기본을 다시금 살펴보게 하였다.

주일학교를 통해 그리고 설교말씀을 통해 정리된 얕은 성경지식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려던 어리석음이 느껴져 부끄러웠다.

암기에 익숙해하던 학생시절처럼 성경의 살아있는 감동으로 만나기보다 약간의 지식으로 이해왔던 것이다.

수사학을 전공하셨던 선생님은 성경의 배경에 대해 이해가 쉽도록 설명해주셨다.

빵이냐 떡이냐의 개념을 통해 시대, 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성경의 배경을 원어에 가깝도록 설명하려는 선생님의 노력은 성경에 대한 쉬운 읽기와 깊은 묵상을 선물로 주었다.

성경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과 시대 상황에 대한 설명은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다.

특히 하나님과 접속한다는 표현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쉬운 설명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선생님의 책이 단순히 성경 강해나 주석은 아니다.

선생님이 후기에서도 밝혔듯이 신학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시면서 수사학으로서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이 결국 하나님을 만나고 깨닫게 된다는 것은 기본을 충실하게 하는 힘이다.

오랜 시간동안 예수님을 알지 못하였다는 선생님이지만 지성이라는 잣대로 성경과 예수님을 만나왔던 자산들이 이 책에 들어 있다.

그리고 예수님을 만난 후 다시 돌아본 성경을 통해 자신의 감동과 고백이 들어 있어 더욱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지성으로 대표되는 선생님의 진솔한 고백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어 그동안 감히 고백하지 못한 바리새인 같은 내 자신을 회개하고 돌아보게 하였다.

성경을 성경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아울러 예수님의 마음을 진솔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노년의 지성인의 진솔한 고백.

수사학과 비평가로서 만난 성경을 노년이 되어 하나님께로 돌아와 다시 펴는 성경의 감동이 부러웠던 시간이었다.

 

김탁환 선생님의 글은 항상 깊다. 처음 접하는 동화이지만 여전히 깊은 생각을 갖게 한다. 동화라는 특성상 아이들의 호기심을 잔뜩 불러 일으키며 탄탄한 구성을 갖고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품고 있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라는 제목에서 느끼듯 웅장함과 서글픔 그리고 당당한 기백까지도 짐작하게 한다. 숲에서 살던 왕대는 엄마의 죽음과 함께 동물원으로 잡혀오게 된다. 동물원에서 겪는 생존경쟁과 서열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서글픔도 느껴졌다.

 

야생동물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조선의 호랑이라는 존재는 자유와 자존감을 불러 일으키기게 충분한 주제이다. 비록 위험이 있고 날마다 끼니를 걱정하며 아무런 보살핌없는 생활이지만 숲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왕대와 동물원에서 보살핌에 길들여진 다른 동물들과의 비교되는 사고는 어떤 것이 참다운 자유이며 권리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유를 향해 몸부림치는 치열한 삶이 주는 감동을 겪어본 왕대만의 희열이 오늘날의 많은 아이들도 공감하기를 바래본다.

 

이 책의 배경은 해방을 앞둔 시점이다. 전쟁으로 인한 동물학대, 그리고 숲의 훼손은 우리가 얼마나 인간중심으로 생활했는가를 반성하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더불어 공존하는 어울림의 자연을 꿈꾸며 함께 나눠쓰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애완동물이 많은 요즘 진정한 동물사랑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할 것이다. 나의 욕심과 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동물이 아니라 더불어 행복한 동물을 만나는 계기로 전환 될 것이다.

나에게 이 책을 읽은 시간은 왕대처럼 당당하게 내일을 열어가는 멋진 아이들이 많아지길 소원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엄마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큰 그늘이 된다.

무슨 일이라도 자식을 위해서는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자이고

끊임없이 솟아나는 사랑의 화수분이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늙고 아파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면 어떨까?

엄마의 변해가는 과정에서 나약해져가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프랑스의 유명작가의 시선에서 본 엄마의 모습과 연민 그리고 이별연습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족의 의미 특히 엄마의 사랑이 따뜻하게 다가오게 한다.

엄마가 아프고 기억이 흐려지면서 딸은 엄마 곁을 지키면서 일상의 변화를 겪게 된다.

생활의 중심이 일에서 엄마로 옮겨지면서 엄마의 존재를 어린아이의 마음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옮겨진다.

소소한 일상이 새롭고 미처 깨닫지 못한 감동이었고 서글픔이었는데 그것은 아직도 아픈 엄마 앞에서 받기에 익숙해진 어린아이의 모습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란다.

저자에게 엄마는 여전히 주기에 넉넉한 존재이었던 것이다.

엄마는 약해질수록 소녀가 되어가고 딸은 점점 엄마의 마음을 읽어가게 되었다.

 

엄마가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엄마가 늙어갈수록 엄마를 찾아가게 만드는 책이다.

엄마가 아파갈수록 엄마의 마음을 읽어가게 만드는 책이다.

엄마의 기억이 희미해져갈수록 엄마의 사랑이 또렷이 새겨지는 책이다.

엄마의 죽음이 다가올수록 엄마의 존재가 영원해지는 책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변치않는 것은 엄마의 헌신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애잔히 가슴을 어루만지는 엄마 이야기에 한겨울 추위에도 훈훈함을 느낀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

기억의 한자락을 부여잡고 엄마의 일상을 애써 떠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