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란 천지만물 속에 깃든 정신과 의미를 포착해 내는 일이다.
헛된 지식 몇 조각 들고 나부대고 으스대면 못 쓰네.
연암 박지원이 한 말들인데요.
문장이 이렇게 거의 책 전체 405페이지 분량인데 버릴 문장이 하나 없답니다.
책을 읽다보면 좋은 글귀들 그냥 흘려버리면
다시 찾기도 힘들뿐더러 그냥 흘려 보내기에 너무 아까운 글귀들은
필사하면서 보는 습관이 생겼는데요.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도 필사를 멈출수가 없는 책이었어요.^^
조선 최고 지식인들의 삶을 바꾸는 핵심 독서 전략들을
후대 자손들에게 전파하듯 툭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정민 교수를 거쳐서 이렇게 책 한권으로
완성됐다는 것이 어찌보면 참 고맙기도 합니다.
나중에 책과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고 싶을 땐
이 책을 꺼내들면 제가 원하는 바를 충분히 채울 수 있게 해주는 책이거든요.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까지~~~
익숙한 이름도, 조금은 낯설은 이름들도 있지만
실제 책 속의 내용들을 들어가보면 우리가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간에
이미 우리들에게는 세대를 초월해서 스승님의 느낌으로
경건하게 한글자 한글자 눌러서 읽어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거예요.
책은 두껍지만 페이지마다 내용들도 많지 않아서 술술 읽혀가니
생각보다는 부담을 덜 느끼고 읽기를 시작하셔도 좋을 거 같구요.
반드시 이 책은 필사를 하시면서 그냥 흘려 넘기지 마시고
꾹꾹 눌러가면서,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소리 내서 읽어보는 시간들을
가지면서 독서해 보시길 권해 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부분, 가졌던 생각들을 어쩜 이 책이 꿰뚫고 있는지....
아니 양응수가 꿰뚫고 있던 건가봐요.
"읽다 보면 알겠지, 모르면 또 어때 하는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은 안된다."
이렇게 차가운 듯 차분한 어조로 직설화법을 전하는
옛 지식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다 밟히는 책이예요.
"개념도 안 잡히고 맥락도 잡히지 않고 혼란에 빠지게 하는 범인은 바로 뜬생각이다.
생각에도 종류가 참 많다.
쓸데없는 생각이 콕 박히면 잡념이요, 떠오른 생각이 떠나지 않으면 상념이다.
공부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이 뜬생각이다."
정말 이 부분을 읽어가는데 가끔 저도 독서를 하는 중에 분명 바로 전에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이 안나는 때가 가끔 있거든요.
바로 범인은 잡념과 상념들 때문이었던 거더라구요.
"어거지로 없애지 말고 바른 자세로 척추를 세워서
정신이 지나가게 뚫린 길을 만들어주면
뜬생각이 없어지면서 한글자 한글자에 마음과 입을 일치시킬 수 있다."
몇 줄 안 지나서 이렇게 그냥 넘길 수 없는 글귀들 천지입니다.
전체를 위해서 부분은 그냥 넘겨도 좋은 책들은 허다하지요.
이 책은 정말 버릴 부분이 없는 책이라고 자신합니다.
"독서는 처음 단계에서 무한히 지겹고 지루해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것을 내팽개쳐서 예전 편히 놀던 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작은 성취조차 이루지 못한 채 인생을 탕진하고 만다.
참고 견뎌야 소식이 온다. 살피고 점검해야 진전이 생긴다.
어렵고 괴롭던 것에 차츰 재미가 난다. 재미가 나니 손발이 춤추고 마음이 즐겁다.
마음이 즐겁게 되면 더 이상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게 된다.
공부는 이 단계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괴로워도 건너가라.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변화시키는 마술이 곧 공부요 독서다."
책을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꼭 고비가 오지요.
그것도 시작하고 일찍 와요.
그럴 때 이 글귀를 꼭 새겨두시면 다시 독서에 대한 내 첫 시작할 때의 열정을
상기시켜서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힘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허균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이렇게 꾸짖습니다.
"도대체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그저 한 마리의 소시민,
무지렁이 밥벌레로 살겠다는 말과 같다."
이익은 독서방법을 하나 남겼는데 제가 바로 택한 방법이네요.^^
"깨달음은 섬광처럼 왔다가 간데없이 사라진다.
이 짧은 순간을 붙들어, 이를 잘 확장시킬 때 큰 공부로 이어질 수가 있다.
메모는 생각의 흔적이다. 공부는 생각 간수를 잘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산의 독서 또한 이렇게 생각날 때마다 촘촘히 적어가는 방법을 쓴다."
정말 수업시간에 노트정리만 잘 해둬도 성적이 좋게 나오잖아요.
이 또한 일맥상통한 말이 아닌가 싶어요.^^
양응수가 전한 독서법 또한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인데요.
"젊어서는 확산하는 독서가, 나이 들어서는 수집하는 독서가 필요하다.
젊어서 나무 한 가지에만 몰두하면 안목이 좁아지고 균형이 무너진다.
나이 들어 계속 벌이기만 하면 망망대해에서 돌아갈 곳을 잃는다.
중년 이후의 독서는 집중처가 있어야 한다.
하나의 화두를 들고 찬찬히 오래 들여다보는 것이 맞다.
여기저기 기웃대기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깊이 보는 것이 맞다."
고로 지금 저는 다양한 장르를 만나는 독서를 하는 게 맞는것이죠.
처음 독서의 재미를 알고 인문학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독서모임을 통해 다양한 장르로 접하게 되다보니
다시 확산하는 독서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듯 합니다.
처음에 독서열에 불타서 마구잡이로 책을 골라 보는 경우나,
책읽기의 고비를 만나게 된 분이나,
공부하듯 독서하고픈 분들에게까지
이 책은 모두의 해결카드가 되어줄만한
Key Sentence 들을 담아내고 있는 책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 옛 것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이 책이 그런 풍경속으로 안내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