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를 조상이 보내는 빛이라고 생각한다는 이누이트들.
그렇다면 이누이트가 아닌 일반인들은 "오로라"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쉽게 범점할 수 없을 거 같은 오로라를 직접 보러 간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오로라를 보러 간 여정 쯤으로 생각하시겠지만
그 여정 속에서 사촌사이인 재하와 에디의 동갑내기 끼리 티격태격,
다른 문화에서 자란 두 아이의 변해가는 관계도 나오지만
비행기와 버스를 계속 갈아타고 새하얀 눈벌판에서 추위와 졸음을 견디는 일들,
별이 빛나는 하늘만 바라보는 지루한 시간들을 모두 보내고 나면
오로라를 볼 수 있었던 그 과정들이 결코 녹록치 않았답니다.
재하는 이렇게 쉽지 않은 오로라와의 조우를 했을까요....ㅎㅎㅎ
재하의 동생이 태어나면서 외할머니가 엄마와 아기를 돌봐주러 오셔서
할머니가 집을 나선것도 있겠지만 캐나다에 있는 고모 아들인
에디가 보고 싶어서 가는 이유가 있기도 했어요.
할머니와 재하 둘이서 고모네 가족을 만나서 비행기를 타러 가는
공항의 모습이 목차에서부터 나와서 글이 시작되기 전에
목차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흥미로움이 있습니다.
오로라를 보러 가는 길에 재하가 마주했던 낯선 이곳의 모습들.
호텔 응접실 근처에 노숙자가 있었고 경찰들이 수갑을 채워 잡아갑니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재하에게 고모는 알려주지요.
원래 이 땅에 살던 이누이트족들은 날고기를 잡아먹고 살았던 민족인데
세상이 변하면서 설 곳을 잃게 되고 술에 취해 사는 등
아픔이 있는 민족이 되기도 했다는 얘기를 듣게 되요.
또 재하가 마주한 놀라운 건 은여우.
오로라를 보러 가는 버스안에서 안내원의 설명이 떠오르는 재하.
오로라를 보러 갈 때 조심해야 될 일, 준비할 것들, 그리고 숲에 사는 동물들.
그 중에 은여우는 털이 하얘서 구별하기 어렵고 자동차 불빛에 여우 눈이 강해서
운전자를 몹시 놀라게 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근데 바로 그 은여우가 지나가는 걸 재하가 본거예요.
은여우가 재하에게만 보였던게 또 샘이 나는 에디.
말이 예쁘게 안나오고 재하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이어집니다.
엄마가 에디 생일선물로 주라고 보내준 오르골도 주기 싫은 재하예요.
개썰매도 타고 얼음낚시도 체험하는 모습들은 재하같은 한국사람들이 겪을 수 없는
일들을 만나게 해줘요. 그림과 함께 나오는 설명들이 캐나다에 가고 싶어지게 합니다.^^
개썰매를 신나게 타는 사람들과 달리 썰매개들이 너무 추운 날씨에
발을 다쳐 피가 나는 모습을 보고 자책하는 에디와 처음으로 에디와 공감하며
다독여주는 재하의 모습에서 점점 얼어붙은 둘 사이의 관계가
풀어지는 징조를 보게 됩니다.
태양폭풍이 있을 때 오로라가 정말 장관일텐데 별이 총총한 날이라 오로라를
못보게 될까봐 고모는 많이 아쉬워 합니다.
힘든 여정끝에 캐나다까지 와서 오로라를 보면 좋았을 테지만
재하 할머니의 말이 뇌리에 남아요.
"이미 충분히 했다. 재하도 에디도 벌써 분명히 뭔가 얻었을걸.
애들은 언제 어디서나 배우게 돼 있어."
눈에 버스 바퀴가 파묻혀 버스를 밀고 있는 사이에
재하는 오르골이 없어졌다는 걸 알고 울먹거리지요.
그때 에디가 함께 찾아보자고 오르골을 찾아 나서고
결국 발견한 오르골을 에디에게 생일선물이라며 건네줍니다.
오르골을 높이 들어 보니 살아서 움직이는 참 아름다운 세상이 보이네요.
초록빛 오로라를 결국은 본 아이들.
곳곳에 몇마디 말들로 여운을 남기는 황선미 작가의 이번 신간
<마법 같은 선물이야>!!!
제목에서도 뭔가 내공이 느껴지는 작가의 편안한 화법이
선물처럼 다가오는 느낌이었는데
역시 읽고 나서 아이들이 낯선 세계에 대한 무한 동경뿐 아니라
직접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 멋진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로라는 그저 화면에서나 접하게 되는 신비로운 현상으로만 여겼는데
그걸 직접 보러 갈 수 있다는 것과 실제로 이루게 된 것을 이야기로 접한 아이들은
늘 오로라를 보러 가겠다는 꿈을 이 책을 통해서 꾸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아가서는 오로라 같은 미지의 세계, 동경의 세계를 직접
확인하려는 탐구심도 크나큰 계기가 될거예요.
"애들은 언제 어디서나 배우게 돼 있어"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의한 거대한 힘을 믿는듯한 황선미 작가.
한우리 독서지도사 수업을 듣는 제게는 선배님이 되겠더라구요.
한우리 독서지도사를 수료하신 분....^^
황선미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문장이어서 아주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