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는 심리학계의 또 다른 거장이자, 자기계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일본의 아들러 전문가 기시미 이치로와 베스트셀러 작가인 고가 후미타케가 대화식으로 재미있게 엮어낸 책이다.  인간의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책에서는 깨우쳐주고 있다. 읽기 쉬운 대화체로 된 책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와 열등감과 내성적인 성격으로 고미나는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이 평소 궁금해 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풀어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내성적이고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글들이 많이 나오는데 스스로 이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했다. 어릴때부터 남들 앞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친구와 다퉜을때도, 말을 다시 건네기보다는 스스로 마음을 숨기고, 해야할말은 쪽지로 건넸던 부끄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지금 어른이 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난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지 책을 보면서 여러 일들을 떠올렸다.

 

아들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지금 현재이고,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내가 직면하고 있는 눈앞의 상황이라는 점을 말하면서 아직 오지 않을 미래를 불안해하고 흘러간 과거를 후회하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사람은 기간을 되돌릴 능력도, 미래를 내다볼 예지력을 지닌 존재도 아니다. 그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존재인 것이다.따라서 과거의 트라우마와 타고난 천성에 얽매이기보다 이것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변화하고 자신에게 잘한다면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춘의 사전적 정의는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청춘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사전적 정의만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힘들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설렘, 도전, 후회, 아쉬움 등 다양한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나에게 질문한다. 나는 지금 청춘일까? 지금 나에게 청춘은 어떤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책은 당시 35살의 소설가 겸 시인인 김연수 저자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그 동안 살아오면서 자신의 가슴에 새겨둔 청춘의 문장들을 하나둘씩 꺼내보며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필이다. 자신의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일들을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써내려 간다. 어떤 때는 딸아이와 자전거를 타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아저씨가 되기도 하고 좋아하던 여자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생전 처음 먹어보는 즉석떡볶이를 반이나 남겨버린 풋풋한 고등학생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봄이 지나가는 것도 모른 채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철없는 대학생이 되기도 하고 대학 졸업 후 취직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던 직장인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청춘의 문장들은 시인답게 다양한 시와 이 외에 논어의 한 구절, 문학의 한 부분, 김광석의 노래가사 등등 굉장히 다양하게 존재했다.

 

저자에게서 이미 지나가버린, 그 당시에는 싫고 지겨워서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순간들은 모두 청춘이었다. 세월이 흐른 뒤 떠올려 보니 과거의 지겨운 시간들은 전부 소중했던 시간들 이었고 당시에만 느낄 수 있는 설레는 감정들 이었다.  청춘을 즐겨라 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청춘이란 것은 그 시절이 지나간 후에야 깨닫게 된다. 지나간 청춘을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지금 이 순간마저 시간이 지나면 청춘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청춘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면 정말 큰 수확을 얻은 것이다.  청춘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 역시 청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생활이 나도 점점 힘들고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무엇을 하기는 하지만 딱히 무언가를 달성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뭔가를 처음부터 시작하기에는 늦은 느낌이다. 나는 저자처럼 젊은 날의 청춘을 부정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청춘은 좀 더 화려하고 가슴 설레는 모험 같은 것이어야 하는데 이렇게 별 볼일 없고, 설레지도 않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뿐인 날들이 청춘이라고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다. 책 내용 중에 “자신이 돌아보는 나이가 되면 삶의 여백이 얼마나 많았는지 느끼게 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 당장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바쁘게, 여백을 꽉꽉 채워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 자신을 뒤돌아보면 쳇바퀴를 열심히 돌렸던 것은 전부 청춘의 여백이라고 내 스스로 말할 것 같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사회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후회할 수밖에 없는 청춘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지난 후 그때의 나는 지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과거를 회상하면 마냥 청춘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보다는 나 자신의 가슴 한구석을 울리게 만드는 그런 오늘을 보내고 싶다. 

이석원.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돌아온 싱글이며, 자칫하면 대장암으로 발병될 수 있는 대장염을 앓고 있어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는 굉장히 예민한 사람.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겉치레는 저 정도.

맘에 들었던 건 겉표지 어디에도 언니네 이발관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이 책은 누가누가 쓴글이다'라고 포장할만도 한데,

책 표지 어디에도, 작가 소개에도 그런 말은 없다.

순수한 진공상태에서 책을 평가받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때문이라고 하는데, 굉장히 신선.

 

“사람들에게 <보통의 존재>는 연예인이 책 내는 유행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거예요.
하지만 저는 전업 작가로 살아가려고 이 책을 썼어요.
대부분의 여행기를 보면, 어설프게 멋을 부리고 감정 컨트롤이 안 돼요.
그렇게 쓰고 싶진 않았어요. 프로 작가들의 글은 하나같이 간결하고 감정도 절제되어 있어요.
최대한 담담하게 가져가고 싶었어요. 개인적인 취향의 공유에는 관심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편성을 가질 수 없는 내용은 스스로 편집이 돼요.” -무비위크 인터뷰 중

 

예전에는 그래도 산문집을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최근 얼마 동안에는 수필이나 산문집에 손이 가지 않았다.

첫째는, 급격히 쏟아져 나오는 그저그런 내용의 수필집에 진저리가 났고,

둘째는, 하나같이 위로를 테마로 잡고  희망을 얘기하는 뭔가 짜져진 듯한 냄새가 나는 책이 많았고,

셋째는, 작가의 냄새가 묻어있는 온연한 수필집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몇개의 산문집을 읽었으나 역시 우으-

대체 희망은 어딨는거야.

 

그런데 간만에 우연히 집은 이 책, 특유의 냄새가 난다.

무슨무슨 역경을 딛고 난 이렇게 올라섰다!를 외치지도 않고,

그냥 조금씩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잠시 내버려두는 느낌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알팍한 문장을 뺀 담백한 글들이 마음을 툭툭.

 

심드렁하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던지는 문장들 속에서 햇살처럼 긍정적인 면은 찾기 힘들다.

아무래도 작가 본인이 힘든 일도 그냥 받아들이며 살았던 탓인지,,,

난 아래 글처럼 '희망을 함부로 얘기'하고 있지 않아서 다른 수필집에 비해 신선함을 느꼈는데

아마도 오히려 이런 면을 탐탁치 않아 하는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도 물론, '내 삶을 바꾼 책'이라든가, '정말 대단하다!'라고 소리칠 수 있을 정도로

누군가에게 추천하며 내세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어쨋든 결국 '위로'니까.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저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책을 한 번 쓰다듬을 수 있을 정도라면 괜찮은 책이 아니었을까 하고 느낀다.

한번 읽고 다시는 손이 가지 않을 그런 심심한 책 말고,

책꽃이 한켠에 꽃아두고 마음이 울적할 때 생각나는 문구를 다시 읽기 위해 다시 책을 빼게 된다면,

그정도만 된다면 이런 책은 만족이다.

 

P.184

누군가에게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고 말해주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사람의 인생이 공평한 지위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뿐더러
귀하고 대접받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날 때부터 하찮거나 혹은 별 볼일 없는 존재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책들이 희망을 노래하고 거의 강요에 가까운 긍정을 얘기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사람이란 저마타 타고난 인격과 재능에 격차가 있고,
그것을 가지고 각자 귀천이 분명한 직업을 선택하게 되며,
그에 따라 개개인의 사람이 품을 수 있는 꿈의 한계 또한 정해져 있다.
세상의 감춰진 진실이 이러할진대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목도하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희망을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무섭다.
희망 이후의 세계가 두렵기 때문이다.
절망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혹여 운 좋게 거기서 벗어났다 한들
함부로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될 것 같은데
세상엔 그에 아랑곳하지 않는 용기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