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의 산책

 제목부터 괴담, 공포 소설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이 소설은 네이버에서 여름에 읽을만한 오싹한 소설이라고 추천해서 기억하고 있다가 읽게 된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간략하게 귀신을 볼수 있고 이상한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나온다는 줄거리만 알고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그냥 귀신을 보는 아이와 그 아이를 따돌리는 친구들 그리고 자신의 딸이 이상한것을 보고 그리지만 별로 신경쓰기 않는 아빠 등 평범한 레퍼토리 를 따라가 약간 식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 책은 이 초반이 지나고 아이의 광기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아직 아무런 실마리도 해답도 보여주지 않았는데도 읽는이를 빠져들게 만든다.

 책을 읽을 때는 영상매체인 영화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그 문장을 읽고 얼마나 생생하게 독자들이 생각하고 그장면을 그려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 책은 이러한 부분에서는 매우 뛰어나다. 책을 읽는 내내 시퍼런 얼굴의 검은 긴머리를 한 귀신이 나를 지켜보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고, 특히 치아키가 아주 붉은 비둘기 시체의 피를 얼굴에 묻히고 날뛰었을 때는 생생히 그 장면히 떠올랐다. 그리고 산책로가 되는 검은 강과 다리 정상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마야비 까지 생생하게 한편의 생동감있는 애니메이션을 보는듯이 떠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공포소설에서는 사실 소재가 반은 차지하고 들어가는데 나도 처음에는 소재가 재밌을꺼 같아서 읽게되었지만 중,후반부로 가서 치아키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고 결말이 났을때는 정말 공포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정말 내용 구성을 짜임새 있게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종이인형극을 하는 클라이막스 장면은 정말 몰입감이 최고였다.마지막에 강물에서 치아키를 끌어올려 이젠 미키와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줄 알았으나 "나도 죽으면 신이 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미키와 미키의 뒤편에서 스케치북을 든 치아키 가 웃으면서 소설이 끝날 때 나는 한번 더 오싹해짐과 함께 공포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나는 공포영화는 좋아하지만 일본 공포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 공포영화는 귀신이 많이 나와 중반부터는 귀신 때문에 주인공이 어떤 물리적인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이끌려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밤 11시의 산책은 결국 마야비의 광기어린 귀신에 의해 모든일이 일어났으나 귀신이 직접적으로 주인공에 눈에 보인다던가 이런한 스토리가 결말까지 나타나지 않아서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의 눈에는 끝까지 보이지 않지만 딸 치아키와 새부인 미키가 끝부분에서 완전히 변해 있는것을 보고 나도 타쿠로가 된 듯 몰입할 수 있었다.

 오늘은 이제 가을이 찾아왔다고 느낄 정도로 쌀쌀해 환절기 감기가 들었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감기고 뭐고 다 잊고 정말 오랫만에 무언가에 푹 빠져서 정말 재밌게 읽은 것 같다. 역시 제1회 일본 괴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았다. 작가가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지필해 주었으면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책을 읽고 밤 11시에 산책 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