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게 아니라 그냥 Fletch인데, 이거 책 등록하면 그건 수정이 안 되는 건가요?
그냥 중간에 굵고 빨간 글씨로 빠방하게 Fletch라고 써 있어서 이건 줄 알았는데... 이럴수가.
흐억흐억. 거기다가 꼭 영어로 읽은 것 같은 느낌까지.
이 리뷰 완전 사기다.... 어쩌면 좋을까나.
Fletch. 입니다. 그냥 Fletch요....
Secondhandshop에서 가끔 그냥 가져가라고 따로 놔두는 책 진열대에 스릴러가 있길래 별 생각 없이 집어와서 밤마다 조금씩 읽었는데, 이거 의외로 물건이었다.
한 대기업의 이사로 일하고 있는 젊고 잘생긴 남자 하나가 해변가의 떠돌이 마약 중독자에게 범죄를 의뢰한다. 내용은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자신을 특정한 날짜, 특정한 시간에 죽여 달라는 것. 이 암은 치료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고, 병으로 고통스럽게 죽기 보다는 강도 살인으로 위장해서 가족들에게 보험금이 돌아가는 편이 훨씬 낫다며 냉정한 말투로 완전범죄를 지도한다. 요게요게 사건의 발단이지만 이야기는 이 결코 암에 걸린 것 같지 않은 남자의 속사정을 파헤치는 이야기와 이 해변에서 벌어지는 마약 거래 이야기가 서로 뒤엉키며 진행된다.
뭐 여기까지 들으면 그저 그렇고 평범한 범죄 스릴러 같기도 한데, 이거 참, 주인공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다. 능글능글하고, 거짓말은 아주 그냥 밥먹듯이 하고, 사람 속여넘기고 임기응변에는 아주 도가 텄고, 전 부인들 제대로 물먹이고, 상사도 마음에 안 들면 엿 먹이고. 귀찮게 구는 변호사도 감방으로 휙 보내버리고. 태평한가 싶으면 대범하고, 나쁜 남자인가 싶으면 또 기가 막힌 머리 회전을 보여주며 혹하게 하고.
작가가 같은 주인공을 내세운 시리즈로 2년 연속 에드가 앨런 포우 상을 탔다고 하던데, 기회가 되면 그 책도 한 번 읽어 보고 싶다.
소개말에 70년대의 스릴러라고 나왔던 것 같다. 그런 만큼 기술, 사회상, 행정 등에 있어 그 시대 특유의 느슨한 분위기에 좀 엉성한 구석이 있지만 특별히 잘나거나 특별히 정의감 넘치는 히어로가 아닌 Fletch 의 진하게 묻어나는 사람 냄새에 술술 책이 넘어간다. 여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악당 같기도 하고, 중요한 순간 벌이는 일을 보면 영웅 같기도 하고, 마지막 장면을 보면 니가 그럼 그렇지, 하고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지만 어쩐지 밉지는 않았다. 도리어 즐거웠다. 참 세상 쉽고 편하게 산다 싶어서 얄밉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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