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딸기밤의 시작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2012년 1분기에 방영된 드라마로 한국에서는 ‘딸기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원작은 혼다 테쓰야의 ‘히메카와 시리즈’이며 히메카와라는 여형사가 개성 넘치는 형사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추리소설입니다. 2010년 단편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어 2012년 연속 드라마로 편성되었는데요. 시리즈 다섯 권 중 『스트로베리 나이트』,『소울 케이지』, 『시머트리』, 『감염유희』가 드라마로 만들어 졌으며 남은 한 권 『인비지블 레인』은 영화로 각색되어 내년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2. 잔인하지만 흥미진진한 드라마

 갈기갈기 난도질 된 딸기에 사람의 눈알을 연상시키는 씨가 박혀있는 것이 섬뜩하지요?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는 이 사진은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합니다. 드라마의 배경은 경시청 수사1과로 폭력, 살인, 강간 등 흉악한 사건을 전담하는 부서입니다. 따라서 드라마 속 사건도 거의 살인과 관련되어 있으며 히메카와 반을 포함한 수사1과 팀들은 서로 사건을 해결하고 공을 쌓기 위해 경쟁합니다.

 드라마 1화의 한 장면입니다. 열차 사고로 몸이 둘로 나뉜 시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화면에 담았는데요. 처음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보시는 분이라면 너무나 잔인한 장면이 그대로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SP 드라마와 1편에서 잔인한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는데요. 드라마에서는 이처럼 시체와 폭력 장면, 살해 장면 등을 꽤 리얼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은 일러스트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분명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형사물이지만 이 드라마에는 수사를 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경시청 내부의 계급 관계를 자세히 묘사하고, 수사 과정의 절차를 중요시하며, 경우에 따라 인력을 증원하며 팀 구성이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이 드라마가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데요. 히메카와반 팀원들은 물론 이 드라마의 핵심 인물이지만 그들이 꼭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묘사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드라마에서는 그들이 범죄 현장에서 마주치게 되는 피해자들에게 포커를 맞출 때도 있는데요. 에피소드마다 차이가 있어서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그리고자 한 것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그들을 가해자라고만 할 수 없다는 현실적 딜레마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그 과정을 뛰어난 연출과 탄탄한 각본을 통해 흥미진진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잔인한 몇몇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매력 있고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쿠사카 마모루 (엔도 켄이치)

 수사 1과 10계 쿠사카반 주임. 히메카와의 라이벌로서 예단에 의한 수사를 배제하며 철저하게 사실에 근거한 수사를 추구합니다. 감정적이고 급한 성격의 히메카와와는 달리 차근차근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 누구보다 재빠르게 사건을 해결하는 업무 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수사본부가 세워지면 가정을 뒤로 미루고 일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 카츠마타 켄사쿠 (타케다 테츠야)

 수사 1과 5계 카츠마타반 주임. 칸테츠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인물입니다. 거친 수사 방식 뒤에는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으며 드물게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히메카와를 만날 때마다 신경을 긁어서 그녀의 천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시쿠라 타모츠 (우카지 타카시)

 수사 1과 순사 부장. 주임들에게 업무를 분배하며 관리관과 주임들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합니다. 히메카와의 예리한 직감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그녀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용히 뒤에서 지원합니다.

▷ 하시즈메 슌스케(와타나베 잇케이)

 수사 1과 관리관.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인물 중에 가장 직급이 높습니다. 히메카와에게 ‘오죠상’ (아가씨) 또는 ‘히메사마’ (공주님)라고 부르며 그녀를 못미더워합니다. 늘 스피드있게 일 처리를 할 것을 강조하며 때때로 다혈질적 면모를 보입니다.

 
4.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형사 드라마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기존의 일드 형사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척 현실적인 톤으로 드라마가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형사물에서 긴장감과 스펙터클을 만들어내기 위해 약간 과장된 상황을 설정한다면 이 드라마는 경시청 내부와 형사들의 사건 해결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럴 법한 수준으로 그려냅니다. 

 드라마 속에서 수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위계질서와 절차를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먼저 경위를 살핀 뒤 수사본부를 세울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수사본부가 세워지면 같은 1과 안에서도 팀 별로 업무를 배정받습니다. 이때 서로 사건 해결에 유리한 부분을 맡으려고 경쟁을 합니다. 수사 업무가 결정되면 둘씩 짝을 지어 움직이는데 그 과정에서도 중간 중간 경시청에 모여 전체 회의를 하고 수사의 진척 과정을 공유합니다. 얼마만큼 성과를 올렸느냐에 따라 팀의 주도권의 달려있기 때문에 주임들은 바짝 긴장하며 사건 해결에 열을 올립니다. 실제 경시청에서 이 같은 과정을 거쳐서 사건을 해결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전의 형사물에 비하면 상당히 디테일하고 리얼한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건의 해결 과정 역시 드라마틱한 전개나 액션을 지양하고 최대한 현실에 근접하게 이루어집니다. 하나씩 증거를 모으고 수사가 진척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차근차근 시청자들을 추리게임으로 유도하는데요. 감에 의한 힌트를 얻게 될 경우에는 그것이 어디서 유발되었는지를 보여주어 설득력을 확보합니다.

 현실성에 기반한 것은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형사물에서 극의 재미나 설정을 위해 천재적인 형사, 지능적인 범인 등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키는데요. <스트로베리 나이트>에는 주인공 히메카와를 포함하여 하나같이 평범하고 저마다의 가정사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히메카와를 살펴보면 그녀는 30살의 나이에 주임에 자리에 오른 독보적인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자리에 오른 후에도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며 리더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한 시도 마음을 놓지 못합니다. 히메카와라는 인물에 대한 이런 설정은 드라마 1화에서 극명하게 제시되는데요. 첫 장면에서 그녀는 출근 준비를 하며 뉴스를 통해 전날 큰 범죄사건 하나가 해결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신경질적으로 TV를 끈 히메카와는 집을 나서긴 전 자신의 독립 문제로 어머니와 갈등을 빚는데요. 그런 일이 하루 이틀은 아닌 듯 자신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집을 나섭니다. 경시청에 도착하면 한창 분위기가 들떠있고 상사들이 흥분해 있는데요. 뉴스에서 본 사건이 실은 같은 수사1과의 쿠사카 반에서 해결한 것임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히메카와는 아침에 더욱 짜증이 났던 것이지요.

 형사이자 가정의 일원으로 그려지는 것은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에서 히메카와와 비교 대상이 되었던 쿠사카는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서 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뒤 퇴장하는데요. 그의 아들이 아이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한바탕 싸움을 했다는 것입니다. 쿠사카는 드라마에서 히메카와와 대조적인 캐릭터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데요. 누구보다 냉정하고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지 않는 쿠사카지만 그도 한 집안의 가장이며 아빠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것이 드라마의 첫 등장과 맞물리면서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5. 형사물 속 세 여왕들 

 일드를 즐겨보시는 분이라면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보시면서 <언페어>와 <보스>를 떠올리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두 드라마도 여형사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때문인데요. <언페어>와 <보스>는 각각 영화화되고 시즌 2까지 방영되며 대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형사물 일드입니다. 세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서 3인 3색이라고 할 만한데요. 이들의 스타일을 비교해보며 드라마의 차별점을함께 짚어 보겠습니다.

1) <언페어>의 유키히라 나츠미

 먼저 <언페어>의 유키히라 나츠미입니다. 그녀는 형사인 아버지가 총격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후 범인을 밝혀내야겠다는 일념으로 경찰이 됩니다. 그녀는 형사부 전체 검거율 1위를 자랑하는 인재지만, 남편과 이혼한 뒤 개인 생활은 무너진 상태며 모든 일에 무심하게 대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언페어>는 유키히라를 중심으로 매 회 다양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며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는데요. 마지막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반전을 보여주며 대표적인 반전 수사물로 꼽히고 있습니다.

2) <보스>의 오오사와 에리코

 오오사와 에리코는 미국 FBI에서 연수(사실상 좌천)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녀가 발령을 받은 곳은 각 분야의 필요 없는 인재를 모은 특별 범죄 대책실인데요. 이 곳에서 그녀는 저마다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 팀원들에게 자신감을 북돋고 능력을 발휘하도록 이끄는 멘토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오오사와는 평소 남자와 다름없이 털털한 성격이지만 가끔 아이같이 천진한 면을 보이며 냉철하고도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보스>는 사건 해결과 함께 팀의 성장이 잘 드러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히메카와 레이코

 히메카와는 개인적 트라우마로 인해 형사가 되었지만 조직에 들어온 이상 승진에 대한 야심을 감추지 않는 진취적인 여성입니다. 언제나 킬 힐을 신으며 여성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그녀는 탁월한 업무 능력으로 남자 부하들을 압도합니다. 드라마는 레이코가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겪는 어려움들과 그녀의 대응 방식을 묘사하는 동시에 치밀한 사건 전개로 긴장감과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최고 시청률 16.9%, 평균 시청률 15.4%를 기록했습니다. 아주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방송 당시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며 매니아 층을 양산했습니다. 아무래도 잔인한 내용 때문에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번 이 드라마에 빠지게 되면 그 흥미진진함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직 안 보신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또 얼마 전 한국에서 장편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출간되었는데요. 읽어보신 분들에 의하면 잘 짜인 드라마의 원작답게 적재적소에 힌트들이 포진해 있어서 드라마와는 또 다른 읽는 재미가 있다고 합니다. 잠 안 오는 여름 밤, 여러분도 <스트로베리 나이트>와 함께 더위를 잊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럼 오늘 기사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