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돌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이 주로 아는 아이돌은 SMAP, Kinki Kids, 아라시 등의 쟈니스 계열 아이돌이나 AKB48, 모닝구무스메 등 일텐데요. 마츠다 세이코라는 이름은 약간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라는 곡으로 유명한 히라이켄, 모닝구무스메의 이이다 카오리, 하루나 아이, 나카가와 쇼코 등이 마츠다 세이코의 열광적인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본영화 '러브레터'에서 이츠키가 죽을 때 불렀던 노래인 푸른산호초는 바로 마츠다 세이코의 노래입니다. 푸른산호초는 80년대에서 9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분들께는 익숙할 수 있는 곡인데요. 마츠다 세이코의 곡 중에서 한국에 가장 잘 알려진 곡이기도 합니다. 마츠다 세이코는 또한 아름다운 그대(2007)에게 일본판 드라마에서 '교장 선생님' 역할로도 나왔었답니다.  사실 마츠다 세이코는 80년대를 주름잡은 시대의 아이콘으로써 지금의 아이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기였다고 합니다. 마츠다 세이코는 일본 잡지에 가장 자주 등장한 저명인사이며 1980년에 발표한 바람은 가을색(風は秋色)부터 여행은 후리지아(旅立ちはフリージア)까지 싱글 24곡 연속 오리콘 주간 싱글 순위 1위를 획득한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마츠다 세이코의 정규 앨범들을 잠깐 살펴보실까요?

<오리지널정규앨범>    <1980년대>  1.SQUALL （1980년8월1일）/ 2.North Wind （1980년12월1일）  3.Silhouette 〜シルエット〜 （1981년5월21일）/ 4.風立ちぬ （1981년10월21일）  5.Pineapple （1982년5월21일）/ 6.Candy （1982년11월10일）  7.ユートピア （1983년6월1일）/ 8.Canary （1983년12월10일）  9.Tinker Bell （1984년6월10일）/ 10.Windy Shadow （1984년12월8일）  11.The 9th Wave （1985년6월5일）/12.SOUND OF MY HEART （1985년8월15일）  13.SUPREME （1986년6월1일）/ 14.Strawberry Time （1987년5월16일）  15.Citron （1988년5월11일）/ 16.Precious Moment （1989년12월6일）  <1990년대>  17.Seiko （1990년6월7일）/18.We Are Love （1990년12월10일）  19.Eternal （1991년5월2일）/ 20.1992 Nouvelle Vague (1992년3월25일）  21.Sweet Memories'93 (1992년12월2일) /22.DIAMOND EXPRESSION (1993년5월21일)   23.A Time for Love (1993년11월21일）/ 24.Glorious Revolution （1994년6월12일）  25.It's Style'95 （1995년5월21일）/ 26.Vanity Fair （1996년5월27일）  27.WAS IT THE FUTURE （1996년6월10일）28.Guardian Angel （1996년12월5일）  29.My Story （1997년5월21일）/ 30.Sweetest Time(1997년 12월3일)  31.Forever （1998년5월8일）/ 32.永遠の少女 （1999년12월18일）    <2000년대>  33.20th Party （2000년6월28일）/ 34.LOVE & EMOTION VOL.1 （2001년6월20일）  35.LOVE & EMOTION VOL.2 （2001년11월28일）/ 36.area62 （2002년6월21일）  37.Sunshine （2004년6월9일）/ 38.fairy （2005년4월6일）  39.Under the beautiful stars （2005년12월7일）/ 40.bless you （2006년5월31일）  41.Eternal II （2006년12월6일）/ 42.Baby's breath （2007년6월6일）  43.My pure melody (2008년5월21일)    <2010년대>  44.My Prelude(2010년5월26일) / 45.Cherish(2011년6월1일)  46.Very Very(2012년6월6일)

싱글앨범과 베스트앨범을 제외한 순수 '정규앨범'만 정리한 것만 해도 엄청난 량인데요. 싱글앨범은 총 77장이 발매가 되었고 베스트앨범은 38장이 발매가 되었습니다.   (세이코쨩 컷 출처 : 야후재팬)    마츠다 세이코는 당시 세이코쨩 컷(聖子ちゃんカット)이라고 하는 헤어스타일을 유행시키기도 했는데요. 많은 여성들이 마츠다 세이코가 한 머리스타일을 따라 하고자 미용실에 가서 "세이코쨩 컷 해주세요." 라고 했던 것이 하나의 용어로 고착화 되면서 생긴 것입니다. 사실 이 헤어스타일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서 80년대에 커트 열풍이 불었을 때에 유행하기도 했던 머리였죠. 저도 엄마의 예전 사진을 보다가 친구 분이 세이코쨩 머리를 한 것을 발견하기도 했답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패션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또한, 일본의 방송을 보다보면  일본 아이돌들이 일부러 귀여운 척을 하는 것을 자주 보실 수 있는데요. 이를 '부릿코(ブリっ子, 일부러 귀여운 척 하는 아이라는 뜻)' 라고 하는데 이는 마츠다 세이코로부터 시작된 말이랍니다. 또한 그녀는 86년 돌연 결혼 후 아이를 낳고 1년 뒤인 87년에 다시 복귀하여 '마마돌' 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천국의 키스)    이쯤되면 마츠다 세이코가 그 당시 '어땠기에' 라는 생각이 드실텐데요. 위의 동영상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마츠다 세이코는 화려한 댄스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미소’와 ‘손동작’으로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마츠다 세이코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허니 허스키 보이스'입니다. 사실 마츠다 세이코는 두 번째 싱글인 푸른산호초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해서 3개월에 싱글 1곡 발매의 속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요. 지나친 스케쥴로 인해 목상태가 매우 나빠지면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가미된 목소리로 변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청아하고 달콤한 본래의 목소리에 허스키한 느낌도 있는 그녀만의 목소리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녀는 NHK의 한 방송을 통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목소리가 바뀌었지만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안 할 수도 없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제 안에서의 갈등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큰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은 추억밖에 남지 않잖아요.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좋은 기억만 남기 때문에 ‘인생이란 멋지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2. 마츠다 세이코와 80년대 일본 버블경제기    마츠다 세이코가 이처럼 80년대의 일본의 아이콘으로써 자리 잡은 데에는 일본의 경제적인 상황이 뒷받침 되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인데요. 80년대 일본의 경제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절호조'를 달리고 있는 시기였다고 합니다. 잘 감이 잡히지 않으실 텐데요. 그 당시 광고에는 '서두르고 싶으니까 제대로 서두를 수 있도록' 해외여행을 갈 땐 헬리콥터를 타고 간다는 내용의 카드광고가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는 지금의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지요.    마츠다 세이코와 버블 경제가 과연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요? 1989년에 초판된 '마츠다 세이코론'이라는 한 책에서는 80년대 마츠다 세이코는 도시적이고 생활 감각이 결여된 여자를 나타내는 상징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마츠다 세이코의 삶의 방식은 버블시대의 여성이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삶’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마돌' 이라는 수식어 또한 이를 잘 보여주는 실례이죠.    (도시이미지 아이돌의 선두주자였던 마츠다 세이코 사진출처 : 야후재팬)    그 당시 일본은 1945년 세계2차 대전에 패전한 이후로 경제 강대국이 되기까지 부단히 노력을 해 온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높은 경제수준과 달리 그 당시 일본문화 속 여성은 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존재였던 것이지요. 마츠다 세이코 이전에 등장한 가장 유명한 아이돌인 '야마구치 모모에' 조차 농사, 토속적인 이미지를 가진 아이돌이었습니다. 도시적 현대여성을 표방한 아이돌은 마츠다 세이코가 처음이었던 것이죠. 마츠다 세이코는 단순히 남성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마츠다 세이코를 동경한 수 많은 젊은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에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마츠다 세이코 미국진출 앨범 SEIKO)    또한 그녀는 아시아계 여성 솔로가수로는 최초로 1985년 미국 진출을 하게 됩니다. 이 또한 버블경제의 힘입어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1988년 일본 경제가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을 당시에 하드웨어 콘텐츠 산업을 휩쓴 '세계의 소니(Sony)'가 미국 CBS레코드를 매수하면서 그 CBS 소니로부터 1990년 앨범 'SEIKO'을 발매하게 됩니다. 싱글 「THE RIGHT COMBINATION」는 빌보드에서 최고 54위를 기록하였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에 그녀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무릎팍도사에서 박진영씨가 원더걸스의 미국진출을 이야기 했을 때 과거 일본에서도 사례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던 것이 바로 마츠다 세이코의 이야기였지요. 하지만 그녀는 일본으로 돌아와 80년대와는 또 다른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어필을 하게 되지요.

3. '팬을 소중히 여기는' 마츠다 세이코    마츠다 세이코의 최고 판매량 싱글은 의외로 80년대 발매한 싱글이 아닌 96년에 발매한 싱글 あなたに逢いたくて〜Missing You〜/明日へと駆け出してゆこう(당신을 만나고 싶어서~Missing You~/내일을 향해 달려 나가자)로 약 110만장을 기록한 싱글입니다. 이는 마츠다 세이코가 반짝스타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팬을 소중히 여기는 스타입니다. 인기가 가장 절정이었던 80년대 당시, 바쁜 스케쥴 속에서도 그녀는 팬들이 붙여준 애칭을 잘 알고 있었고 텔레비전에나 라디오 등에서 애칭들에 대해서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를 통해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 바쁜 와중에도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나 반응을 살피던 그녀의 모습은 팬들로 하여금 감동을 선사했다고 합니다.       (2011년 콘서트 리퀘스트 코너 중)    그녀의 팬에 대한 사랑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콘서트에서 꾸준히 하고 있는 '리퀘스트 코너'에서 알 수 있습니다. 리퀘스트 코너란 말 그대로 팬들이 원하는 곡을 불러주는 하나의 코너입니다. 이 리퀘스트 코너가 생기게 된 배경은 마츠다 세이코가 전국투어 콘서트 중에 MC코너에서 이야기를 하는 중에 팬들이 곡명을 크게 외치자 마츠다 세이코는 "그 곡 듣고 싶어요? 부를까요? 기왕이면 모두가 함께 부를 수 있는 곡으로 골라요." 라고 하면서 생기게 된 코너입니다. 리퀘스트 코너에서는 팬들이 자신이 듣고 싶은 곡을 큰 종이나 판넬 등에 적어와 마츠다 세이코가 전부 그 곡명을 부르고 팬들의 환호가 가장 큰 곡을 부르는 코너입니다. 그녀가 낸 싱글 수만 해도 77장이고 오리지널앨범만 해도 46장에 육박하다 보니 그녀가 부른 곡은 거의 450곡에 육박합니다. 그 중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곡을 들을 수 있으니 정말 대단한 팬서비스가 아닐 수 없죠. 마츠다 세이코는 일단 들고 있는 모든 판넬이나 종이를 보이는 대로 모두 읽어주는 모습을 보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요즘 아이돌들의 느낌과 달리 마츠다 세이코는 친근하고 따뜻한 아이돌인 것 같아요.

마츠다 세이코는 현재 디너쇼의 여왕으로도 유명합니다. 디너쇼 티켓은 모든 가수를 통틀어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도쿄의 그랜드프린스호텔이나 호텔 뉴 오타니 오사카에서 48000엔짜리 티켓이 당일 완매가 되고, 힐튼 나고야에서는 4인세트의 220,000엔이라는 가격에 판매할 정도로 아직까지 건재한 아이돌이랍니다. 저는 마츠다 세이코의 허니 허스키 보이스와 팬들을 향한 자세가 지금까지 그녀가 아이돌로써 활동할 수 있는 이유라고 봅니다. 마츠다 세이코의 노래 중에는 붉은 스위트피, 푸른 산호초, 하얀 파라솔, SWEET MEMORIES 등 다양한 명곡이 있지만 저는 눈동자는 다이아몬드라는 곡을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눈동자는 다이아몬드)     애절한 가사와 마츠다 세이코의 목소리가 적절히 잘 어우러진 곡으로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곡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 가을 조금 오래된 느낌이 들지만 마츠다 세이코의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노래를 들어보시는 것은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