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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의 감동적인 마무리, 영화<엔딩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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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Little J 기자단 홍소영입니다. 여러분들은 만일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오늘 하루 무엇을 하며 보내실 건가요? 인터넷 상에서 한 때 유행했던 이 질문은 자신의 인생 마무리에 대해 사뭇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합니다. 잘 사는 것(well-being)만큼이나 잘 죽는 것(well-dying)이 중요해진 요즘! 어떻게, 언제가 됐든 죽음이라는 숙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기에 이제는 죽음을 더 이상 피하기보다는, 어떻게 만족스런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담백한 시선으로 풀어낸 일본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 아버지의 아름다운 인생 마무리를 담은 영화, <엔딩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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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그의 엔딩노트
영화의 주인공, 스나다 도모아키 씨는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평범한 가장이자 유쾌한 성격의 샐러리맨입니다. 40여 년간 한 직장에서 몸바쳐 일하고, 이제는 정년퇴직하여 제2의 삶을 시작하려는 그때, 그는 위암 말기라는 충격적인 선고를 받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크게 좌절하고 삶에 대한 희망도 잃어버릴 듯한 그 소식 앞에서 스나다 씨는 담담하게 인생의 마무리를 위한 준비를 시작합니다. 평소 꼼꼼한 성격이었던 그가 죽음을 앞두고 하고 싶은 것들을 엔딩노트에 하나씩 적어 실천해 나가는 것이 그것이죠.
그의 엔딩노트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번도 찍어보지 않았던 야당에 투표하기',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손녀들과 힘껏 놀아주기', '아내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 말하기' 등 결코 거창하지 않고 소소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에게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것에 대한 무리한 도전보다는, 바쁜 직장생활로 인해 소홀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더욱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계획들을 실천했던 그는, 점차 악화되는 병세에도 결코 괴로운 내색을 하지 않고 특유의 유쾌함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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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죽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자,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죽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보통 가족의 죽음, 특히 병마로 인한 죽음을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병에 걸린 주인공이나 가족들이 육체적, 감정적으로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보면서 죽음은 늘 공포의 대상, 두려움의 대상으로 느껴지곤 했습니다. 사실 저는 죽음을 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음속으로 애써 멀리하고 있는 죽음이라는 존재를 굳이 끄집어내서 인식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전쟁영화나 재난영화를 보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보면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달랐습니다. 죽음을 다룬 영화에서 이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영화를 보고 난 후 불편하고 어두운 감정보다는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눈물보다는 웃었던 기억이 더 많았고요. 암 선고를 받고 나서도 절망하지 않고 평소 모습 그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노력한 주인공 스나다 씨를 보면서 스나다 씨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면 죽음이라는 것도 그리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죽음에 대해 감독이 가지고 있는 시각은, '생과 사는 반대의 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이라는 것입니다. 즉 죽음으로 인해서 완전히 그 사람과 단절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이라도 혹은 타인이라도, 그 사람과 관련되었던 것이 인계되어 계속 이어진다는 생각입니다. 감독은 예를 들기를, 교토에 가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데, 그 무언가는 수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로부터 우리들에게 인계되어 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장례식도 단순히 고인을 위해 행해지는 것만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사람의 죽음을 얼마나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고, 자리매김하고, 또 처리하는가를 위해 행해지는 의식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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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버지, 그리고 가족
영화 속 스나다 씨는 이 세상 많은 아버지들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그는 40여년 넘게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자식들을 뒷바라지 합니다. 잦은 회식과 술자리 때문에 집에 들어오는 날이 별로 없어 부인의 속을 썩이기도 하죠. 은퇴 후 이제야 자신의 삶을 가지나 싶었으나 갑자기 찾아온 병마. 자신을 위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가 오로지 걱정하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먼 미국에서 자신을 보기위해 와준 아들내외와 손녀딸들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하고,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부인에게 이전까지는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마음속으로는 늘 부인과 자식들에게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쑥스러움 때문에 말하지 못했던 그.. 이것이 대부분의 아버지들의 모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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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삶은 기록이다.
영화를 보면서 기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영화를 보시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이 많으실 것이라 생각해요. 영화는 현재 스나다 씨의 모습과 함께, 스나다 씨의 과거 사진들, 영상들을 오래된 필름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꿈 많던 시골 청년 시절, 엄마와의 신혼 시절, 은퇴 전 샐러리맨 시절의 모습까지 자식인 우리들이 모르고 있는, 혹은 잊고 있었던 아버지의 옛 모습들을 떠올리게 하죠. 한 가정의 가장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그의 삶은 낯설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어릴 적부터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기 좋아했던 감독 덕분에 그 영상들이 이렇게 훌륭한 영화로까지 만들어 질 수 있었습니다. 실제 영화 편집기간은 짧았을지 몰라도, 영상들은 감독이 십몇 년에 걸쳐 찍어온 것들이니 지금에서야 억지로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는 귀중한 영상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영상들이라도 나중에는 멋진 추억의 한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올 한해도 다 저물어가고, 각양각색의 다이어리들이 새해 분위기를 돋우고 있는데요, 저도 이제는 내년부터 마음에 꼭 드는 다이어리 한 권을 사서 사소한 일상이라도 틈틈이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엔딩노트>처럼 제 일상이 시간이 흘러 멋진 영화나 책이 될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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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예 감독, 마미 스나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 영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인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고레에다 감독은 제작을 맡고, 실제 감독은 고레에다 감독과, <러브레터>, <4월 이야기>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 감독 밑에서 조연출을 지낸 '마미 스나다'라는 여성 감독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두 유명 감독 밑에서 실력을 쌓아와서인지 이번 작품은 그녀의 첫 번째 감독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비롯해 해외 많은 영화제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어려서부터 가족들의 모습을 찍기를 좋아했던 감독이지만, 이런 셀프 영상들은 자칫하면 자신의 가족들만을 위한 영상이 될 수 있었겠죠. 그런데 어떻게 외국인인 우리들도 같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영상이 될 수 있었을까요? 감독은 예전에 아르바이트로 결혼식의 비디오 편집 일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거기에 참석한 하객이나, 신랑 신부의 가족만이 받아 즐기는 것은 만들고 싶지 않아서 더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비디오를 만들고자 했고, 그것이 이번 영화를 만드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내용면에서도 그렇지만 형식면에서도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다른 신선함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나레이션'입니다. 딸의 위치로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전달한 것이 아니라, 감독이 스나다씨가 되어 스나다씨의 생각을 나레이션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스나다 씨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성분이 나레이션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감독의 나레이션은 조금은 이질적이면서도 오히려 이 영화의 매력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 외에 감정과잉을 절제하고 아버지와 의도적으로 거리감을 두고 찍으려 한 점도 여타의 작품들과는 비교되는 점입니다.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함께 다큐멘터리 장르에 대한 선입견도 깨버린 마미 스나다 감독. 다음에는 픽션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감독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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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엔딩곡 '天国さん(천국님)'
이 영화의 엔딩곡 또한 영화의 여운을 오랫동안 남게 해줍니다. 엔딩곡인 ‘天国さん(천국님)’은 ハナレグミ(하나 레구미)라는 가수의 곡으로, 자신의 새 앨범에 들어갈 곡으로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으며 후에 감독에게 영화의 주제가로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감독은 아버지의 영상을 찍을 때에도 자신의 감정을 일부러 배제해 왔기에 가사의 내용이 다소 직설적이어서 주제가로서 고민했으나 마지막 부분에는 자신의 감정을 곡에 담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이 곡을 주제가로 선택했다고 하네요. 그럼, '天国さん(천국님)'을 가사와 함께 감상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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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国さん(천국님)
작사, 작곡 : 永積崇(나가즈미 타카시)
노래 : ハナレグミ(하나 레구미)
「おとうちゃま ありがとう」と
'아빠, 고마워요' 하고
別れの言葉をかけると
작별의 인사를 하자
母はホッペを ぴかぴかに輝かせ
엄마는 눈물로 볼을 반짝이며
いつかの泣き虫 ちえちゃんの顔にもどっていた
어느새 꼬마 울보가 되어 치에짱의 얼굴로 돌아가 있었어
あるよ あるよ そこにあるよ
있어요 있어요 거기에 있어요
いつも そこにあるよ
항상 거기에 있어요
「生前父は...」と言ったとたん
살아생전 아빠는... 이라고 말하자마자
父はあふれるままに泣きくずれた
아빠는 넘치는 눈물과 함께 하염없이 울었네
肩をふるわせ身をよじらせ ちぎれて泣く父は
어깨를 떨며 몸을 뒤척이며 눈물 흘리는 아버지는
いつかの泣き虫 あっちゃんの顔にもどっていた
어느새 꼬마 울보가 되어 앗짱의 얼굴로 돌아가 있었어
あるよ あるよ そこにあるよ
있어요 있어요 거기에 있어요
いつも そこにあるよ
항상 거기에 있어요
最後に じいちゃんは 宝のありか 教えたのさ
마지막에 할아버지는 보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단다
心のありかは 気づけばいつも そこにあるんですよ...と
마음이 있는 곳은 깨달으면 언제나 그곳에 있는 것이란다...라고
あるよ あるよ そこにあるよ
있어요 있어요 거기에 있어요
いつも そこにあるよ
항상 거기에 있어요
가사출처 : http://j-lyri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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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엔딩노트의 판매
'엔딩노트'는 단순히 영화 제목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노트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장례식에 대한 필요한 정보나 자신의 희망 등, 자신이 죽은 후, 의식이 없어진 후, 의사의 전달을 할 수 없게 된 후에 관한 일에 대해서, 자신이 아직 건강한 동안에 적어 두기 위한 노트를 엔딩 노트라고 합니다. 엔딩노트에 쓰는 내용은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1. 병이 들었을 때의 연명 조치를 바라는지 바라지 않는지
2. 자신에게 간호가 필요하게 되었을 때에 희망하는 것
3. 재산·귀중품에 관한 정보
4. 장의에 대한 희망
5. 상속에 대한 생각
6. 프로필
7. 가계도
8. 남겨진 사람에게의 메세지
등을 적습니다.
유언과 달리 법적 효력을 가지는 성격의 문서는 아니며, 생존중이나 사후에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서적이나 문구로서 엔딩 노트가 판매되고 있고, 또 자치단체나 NPO등이 엔딩노트를 무료로 배포해 엔딩 노트에 관한 강좌를 열고 있는 예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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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노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이기 때문에 다른 일반 영화들처럼 극적인 감동은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있어요. 항상 거기에 있어'라는 노래 가사처럼 소중한 것은 멀리 있지 않다는 가르침을 주는 영화, <엔딩노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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