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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키를 어떻게 읽는가, 혹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1Q84』에 대한 단상-

1. 하루키라는 ‘환상’
여러분은 혹시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1949~ )’를 알고 계신가요?^_^
아마 제 생각엔 이 글을 보는 분들이라면 그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었거나,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신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을 통해 ‘하루키 현상’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일본을 물론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그는, 왕성한 집필활동으로 수많은 세계적 팬덤을 형성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하루키 문학에 대한 ‘애정’은,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고 생각해요.

하루키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취한 저서들)(출처 : 네이버 책)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세대가 살아가는 현실 속, 하루키적 환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20대라는 시대-상황적 ‘현실’ 속에서 바라보게 되는 하루키 문학의 ‘환상’인 것이죠. 그것은 왜 현실이 아니라 그 속에서 존재하는 환상일까요? 지금부터 한 번 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출처 : 네이버 인물)

필자가 읽은 하루키의 작품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상실의 시대, 먼 북소리(기행 에세이), 태엽 감는 새, 1973년의 핀볼, 양을 쫒는 모험,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1Q84까지 꽤 많은 편이니 이쯤 되면 저도 하루키의 ‘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그의 글은, 우리에게 ‘잘 읽혀지는’ 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의 글이 가진 ‘가독성’이나 ‘흥미로움’ 혹은 ‘교훈’과는 별개의 문제로, 그의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환상’을 내포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그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에 대한 비판들, 이를테면 ‘고모리 요이치’의 『무라카미 하루키론』은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을 통해 거의 ‘反하루키론’으로 불리고 있기도 하지요. 일본의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 또한 하루키의 작품 비평을 통한 ‘문학의 종언’ 테제로 유명하구요. 하지만 제가 지금부터 생각해보고자 하는 하루키적 ‘환상’이란,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

2.『1Q84』와 우리세대
앞서 잠시 언급했듯, 우리 세대(혹은 부모세대)가 하루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계기는 ‘상실의 시대’라는 작품 덕분이었지요. 하지만 ‘감수성’이라는 풍경으로 가득한 이 작품을 통해 우리사회는 일종의 ‘환상’을 맛보게 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라는 작품을 만들어내게 된 일본 사회의 역사적 연원(전공투 : 전학공투회의, 하루키는 60년대 일본 학생운동의 정점에 서 있었다.)은 망각되고 말았던 것이지요. 작품의 제목처럼 그 작품이 나오게 된 시대적 의미를 우리는 ‘상실’해 버린 채 작품을 읽어 내려갔고, 그 결과 하루키라는 멋진 작가의 시대적 ‘감수성’(환상)만을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되고 만 거지요.

(하루키의 대표작인 ‘상실의 시대’)(출처 : 네이버 책)

그리고 그것은 특히 ‘청년실업’과 ‘스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세대에게도 예외일 수 없을 거라고 봐요. 과연 우리들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상징을 어떻게 ‘읽고’ 있으며, 또한 어떻게 ‘읽어나가야’ 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비단 국내 문학의 세대론적 선두주자들(박민규, 김애란 등등)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키 같은 국내적인 영향력(파급력)이 있는 ‘외국 작가’ 들에게 더욱 해당되는 물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과연 우리는 그에게서 단순히 ‘감수성’이라는 환상적 풍경, 그 이외에 더 무엇을 ‘발견’해내야 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저는 그의 최신작이며, 오랜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에 머무르고 있는 『1Q84』와 우리세대의 결합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 방안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작년 8월경 출시되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으며, 수많은 문학적 담론의 장을 형성하고 있는 하루키의 『1Q84』. 필자는 우리 세대가 이 작품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Q84』를 읽은 대학생을 상대로 한 간단한 인터뷰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그 대화 내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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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 인터뷰 대상 : 세종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장드립’(가명) 학생(24세) 외 4명
(사진은 초상권의 문제로 당사자가 거부하여 생략합니다.)

1Q : 『1Q84』를 읽은 소감은?
A : 음, 뭐랄까, 이전의 작품들보다 더 발전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덴고’와 ‘아오마메’라는 두 남녀의 애절한 첫사랑이야기이도 했지만, 무엇보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현실’이 무엇인지, 그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루키의 풍부한 상상력과 작품 외적 영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2Q : 『1Q84』라는 작품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 것 같나?
A : 내용을 말하는 건가? 효과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영향보다는 일단 작품 자체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충분한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중요한 건 읽는 이들(우리 세대)이 얼마나 작품을 잘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의미를 잘 살려내는가에 있다고 본다.

3Q : 『1Q84』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 자세히 아는 바는 없다. 하지만 비평가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비평(혹은 비판)을 받을 수는 있다고 본다. 하루키 문학에는 대부분 언제나 ‘성애묘사’가 등장하고, 이것이 어떤 ‘문화상품’처럼 문학을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이러한 성적 묘사를 정말 ‘아름다운’ 비유와 상징들로 채워나간다.

4Q : 『1Q84』라는 작품은 하루키의 이전 작품들과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A : 이전의 작품들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확실히 그가 ‘발전했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상실의 시대’에서 벗어나서 ‘시대의 상처를 보듬는 손길’ 같은 게 느껴졌다.

5Q : 『1Q84』에서, 주인공들은 보편적인 1984년이 아니라, ‘1Q84년’이라는 ‘새로운 세계’ 속에서 존재하게 되고, 그곳을 빠져나오려 한다. 우리세대는 대부분 ‘청년실업’과 ‘스펙 쌓기’라는 새로운 세계의 ‘질서’에 편입되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을 작품과 비교해 본다면?
A :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에서 ‘리틀 피플’이라고 불리는 어떤 ‘보이지 않는 주먹’이 우리들의 운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현실과 이 작품을 연결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하루키의 작품이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물론, 자신이 원해서 그러한 ‘질서’에 편입되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운명 속 질서를 ‘개편’해 나가는 것이 우리세대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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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짧지만 ‘강렬한(?)’ 인터뷰가 끝이 났습니다. -_-a
인터뷰를 진행하며, 필자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하루키가 가진 존재의 ‘의미’가 생각보다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의 글을 ‘몰입해서’ 읽어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바로 그러한 사실 때문에, 저는 우리가 더욱 하루키의 작품을 ‘환상’이 아닌 하나의 ‘현실’로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우리 세대가 가진 ‘아픔’, 그리고 그것의 치유와 성장을 위해 그의 작품을 ‘분석해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거죠. 이것은 우리가 단순히 문학의 ‘팬덤’으로서가 아니라, 반대로 현실을 반영하는 ‘날카로운 독자’가 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3.정리하며 : 하루키, 혹은 ‘하루키의 이름’을 읽는 방법들
문학은 일종의 ‘환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순히 ‘판타지 소설’의 역할과는 달리, 그 ‘환상’은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 주며,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잠식하고, 그것을 뒤바꿔놓기까지 하는 것이죠. 무라카미 하루키를 독서하는 방법 또한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루키처럼 우리에게 ‘많이 읽힐수록’ 그 의미는 커져만 가는 것이죠. 결국 하루키를, 아니 하루키라는 ‘이름(고유명사)’을 읽는 것은, 아직 우리에게 하나의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가끔 ‘순수 문학’이라는 표현을 듣곤 합니다. 이에 관해선 오래 전부터 일종의 ‘논쟁’이 있었겠지만, 저는 ‘순수 문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답니다. 하루키의 작품에 관해서도 이 순수문학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는 하지만, 저는 그래서 이 꼬리표를 떼어버리고픈 충동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그것은, 우리들 독자가 그저 ‘환상’ 속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하여, 그리고 그 환상과 마주하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키라는 이름을 읽어나가는 일은, 우리에게 ‘현실의 거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거울 속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 자신의 시선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현실의 그림자’를 들추어낼 수 있는 것이죠. 그 거울이 없다면, 우리는 그 그림자의 환영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고요. 마치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눈’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하루키 문학을 읽어나가는 우리세대의 ‘시각’이 ‘환상’이라는 안개를 거둘 때, 우리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좀 더 ‘심도 있게’ 알아갈 수 있겠지요. 또한 그것은 하루키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한 작업은, 바로 우리 사회와, 우리들 자신(우리세대)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질서’를 바라보는 시각을 날카롭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1Q84』의 주인공 ‘아오마메’와 선구(종교단체)의 리더와의 대화 한 토막으로 기사를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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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사랑이 없다면, 이건 그저 싸구려 연극에 지나지 않아. 이 노래를 알고 있나?”

“<It`s Only a Paper Moon>."

"그래, 1984년도, 1Q84년도 근본적으로는 같은 구성요소를 갖고 있어.
자네가 그 세계를 믿지 않는다면, 또한 그곳에 사랑이 없다면, 모든 건 가짜에 지나지 않아.
어느 세계에 있건, 어떠한 세계에 있건, 가설과 사실을 가르는 선은 대개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아. 그 선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수밖에 없어.“

ㅡ 『1Q84』2권 P.323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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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일본어사 블로그 (blog.naver.com/japansi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