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주얼락(Visual Rock)의 전설 X-Japan, 그들은 누구인가?
'Rock'이라는 음악 장르는 유난히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장르인 것 같아요. 단순히 “시끄럽다”는 평이 있는 반면, “영혼의 음악”이라는 찬사도 있지요.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 락밴드 ‘부활’의 리더이자 ‘국민 할매’인 ‘김태원’씨의 락커로서의 삶을 다룬 <락락락>이라는 드라마가 방영중인데요, 이렇게 락음악에 대한 관심은 이제 단순히 ‘전통적’이라거나, ‘포스트모더니즘적’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벗어나서, 우리에게 하나의 ‘현실 속 음악’으로써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본 ‘비주얼 락’(80년대 즈음부터 일본에서 활성화된, ‘보여주기’(visual)를 통한 음악성의 증폭을 추구한 락음악의 한 형식. 진한 화장과 특유의 음악형식을 통해 일반적 락음악과 차별성을 추구했음.)의 전설인 ‘X-Japan’에 대해 소개해드릴까 합니다!^_^ 일본 락 그룹들의 침체가 나타나던 시기, 바람처럼 나타난 X-Japan은 테크니컬한 연주와 멤버 ‘요시키’의 환상적인 작사/작곡 실력으로 인해 엄청난 인기를 끌며 비주얼 락의 효시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후발 락그룹들이 빛을 발하게 되기도 했죠. L'Arc en ciel, GLAY, Luna Sea와 같은 비교적 ‘유명한’ 락그룹들 또한, X-Japan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룹들이라고 봐요.
X-Japan은 초기에는 ‘요시키’와 ‘토시’를 주축으로 'X'라는 밴드로 결성되었다가, 이후 최종 5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토시’는 보컬을, ‘요시키’는 드럼/피아노/키보드 등을, ‘히데’와 ‘파타’는 기타, 그리고 ‘타이지’는 베이스를 맡았죠. 이후 92년 타이지가 탈퇴하면서 베이스는 ‘히스’가 맡게 되었구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멤버중 하나인 ‘히데’는 98년 사고사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흑흑. 하지만 최근(2009)에는 예전 Luna Sea를 이끌던 멤버 ‘스기조’를 영입하며 새로운 멤버로 부활을 꿈꾸고 있기도 하죠! 자, 그럼 이 알쏭달쏭한 밴드의 인물들에 대해 한 번 간단히 살펴볼까요?
토시의 목소리는 이미 X-Japan의 목소리로 상징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처음에는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어린 시절부터 친한 친구였던 요시키의 권유로 보컬로 전향한 토시는, 특유의 무대매너와 리더십으로 관중들을 사로잡는 능력을 가졌지요! 지나친 무리로 인해 성대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보컬능력은 정말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매력을 지닌 것 같아요.
요시키를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최근 내한공연이나 국내 가수들의 작곡가 등으로 활동하면서 조금씩 우리에게도 친숙해지고는 있지만, X-Japan활동 초기, 그를 정의내릴 수 있는 한 단어는 ‘신비주의’였지요. 카리스마 있는 외모와 다양한 악기 포지션(특히 그의 ‘속주 드럼’은 꽤 유명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환상적인 작곡/작사 실력은 X-Japan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아직 같은 땅에 발을 디디고,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어.
그리고 제각각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
어떠한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고 또,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갈 거야.”
- 히데의 일기 中 -
히데는 아마도 토시와 함께 X-Japan에서 가장 큰 인기를 구가했던 ‘스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후배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음악 선배였으며, 금방이라도 다가올 것 같은 큰 눈이 마력적이기까지 한 히데는 무대 위에선 언제나 재미있고 기발한 퍼포먼스로 팬들을 흥분시켰죠. 하지만 때로는 그와 반대로 무척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야누스적인 면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또한, 히데의 뛰어난 미용기술과 미적 감각은, 92년까지 ‘비주얼 락밴드’로서 X-Japan이 보여주었던 ‘음악 스타일’과 ‘헤어스타일’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하지만 X-Japan이 해체되고,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여 많은 인기를 얻던 중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어 수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요시키는 추모사를 통해 그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고, 'Forever Love'라는 싱글 앨범의 곡은 그를 위한 것이었죠.
X-JAPAN의 튀지 않는 기타리스트 파타. 그는 유난히 튀는 X-JAPAN의 다른 멤버들과 비교해볼 때 정말 보통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 오히려 별종으로 불리는 남자입니다. 삶에 대한 철학도 없고 좌우명도 없으며 모든 것이 자유롭기만 한 사람이라고 하네요. 생전의 히데가 가장 질투하는 사람으로 지목할 만큼 묵묵히 X-JAPAN의 무게중심 역할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92년 탈퇴하기 전까지 X-JAPAN(타이지의 탈퇴 전까지는 X-JAPAN이 아니라 ‘X’였습니다.)의 주옥같은 앨범에서 베이스를 맡았고, 무대에서는 언제나 박진감 넘치는 현란한 무대를 꾸몄던 장본인이죠. 타이지의 베이스 실력은 일본 내(혹은 아시아 내) 최고라고 일컬어질 만큼 인정받았습니다. 음악적 가치관의 차이와 요시키와의 불화(?) 등 때문에 X-JAPAN을 탈퇴한 이후 라우드니스(Loudness)에 가입했으나 1년여 만에 다시 탈퇴, 자신의 밴드인 D.T.R (Dirty Thrashi Road)을 결성해 활동하다가, 최근에는 X-Japan의 재결성과 부활에 더불어, 게스트로 같이 초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X-JAPAN의 막내인 히스는 92년 타이지의 탈퇴 뒤 새로 가입한 멤버입니다. 가입 당시 X-JAPAN의 새로운 베이시스트로 주목을 받았지만, 타이지의 흔적이 너무 커서 자주 비교대상이 되고는 했지요. 물론 이미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를 모으는 팀에 뒤늦게 들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 봅니다. 그럼에도 다른 멤버들은 공공연하게 히스를 능력 있는 뮤지션이자 베이시스트로 인정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로 이 인물, ‘스기조’입니다. X-JAPAN 가입 이전에는 유명 밴드인 Luna Sea의 멤버로 기타&바이올린을 담당했죠.(현재도 루나씨는 재결성되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므로, 그의 소속은 둘 모두입니다.) 본명은 Sugihara Yuu. 히데와 굉장히 가까운 사이여서, 그 관계로 인해 히데 사후 X-JAPAN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 X-JAPAN의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되셨나요? 그럼 이제, 그들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보시는 그림은, X-Japan의 대표적인 앨범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이들의 첫 번째 앨범이자 인디앨범으로 제작된 <Vanishing Vision>은 초창기 X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앨범이었죠! 특히 이때는 멜로디라인보다 가슴을 시원하게 만드는 토시의 멋진 가창력이 눈에 띄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2집이자 데뷔 앨범이었던 <Blue Blood>를 통해 오리콘 차트 상위권에 입성하며 입지를 다지고, 이후 <Jealousy>를 통해 일약 일본의 최고 락그룹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특히 이 두 앨범에는 X-Japan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Endless Rain’, ‘X’, ‘Week end’, ‘Silent Jealousy’, ‘Say anything' 등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또한 그들의 세 번째 정규앨범인 <Art of Life>는 작곡/작사가인 요시키의 노고가 그대로 배어 있는데요, 요시키는 이 ‘대곡’의 작업을 위해 2주 이상을 방에 갇혀 있었다고 하네요. 30분가량의 러닝타임을 가진 이 곡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철학적인 가사를 통해 음악적으로도 인정받았지요.
그리고 <Dahlia>를 마지막 ‘정규앨범’으로 한 채(물론 이전/후의 여러 싱글앨범들이 있습니다만), 그들은 97년 토시의 탈퇴로 전격 ‘해체’를 하게 됩니다. 특히 <Dahlia>앨범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Tears'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가사를 짧게 감상해 보실까요?
요시키의 감수성이 잘 드러나는 곡인 것 같죠? 이 곡을 제외하더라도, 그들의 음악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인 우리들에게도 충분히 락 스피릿Rock spirit(?!)과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듯합니다. 적어도 학창시절의 필자에겐, 그들의 음악은 일종의 ‘음악적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기도 했거든요.
이렇게 그들이 97년 해체를 하고 뒤이어 히데의 죽음을 겪은 지 10년 후인 지난 2007년에, 그들은 다시 ‘재결합’을 하게 됩니다. 10년간 각자 자신의 길을 가던 토시와 요시키가 다시 만난 것이죠. 그들은 싱글 앨범 발매와 영화 OST등에 참여하다가, 지난 10월 북미투어를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는 남미투어를 계획중이라고 하네요! 한국에도(요시키가 내한하기는 했었지만) 콘서트를 하러 와주었으면 좋겠네요.^-^
자, 이제 그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의 음악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셨나요? 무엇보다 그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들의 음악을 직접 들어보거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락 장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또한 더더욱 좋은 것은 그들이 노래하는 현장(콘서트 등)을 직접 보는 것이겠죠? 아참, 그리고 그들의 공연정보나 구체적 내용 등을 더 알고 싶으시다면, 공식 홈페이지(http://www.xjapan.ne.jp)를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락’이라는 장르는 약간은 괴기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인해 간혹 쉽게 다가서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모던 락Modern-rock’을 비롯, 비교적 ‘말랑말랑한’ 노래들을 통해 대중과 좀 더 친숙한 장르로 바뀌고 있기도 하죠. 이렇게 음악이란, 대게 나름의 ‘시대성’을 가지고 있으며, 대중과 ‘호흡’하고자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일본의 락그룹이나 우리나라의 락그룹들이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해지기도 해요.
불현듯 예전에 ‘자우림’ 콘서트에 갔을 때, 보컬인 ‘김윤아’씨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저희는 30년 후에도 이렇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이 자리에 올 거예요. 여러분들도 30년 후에 이 자리에 계실 건가요?” 그만큼 하나의 밴드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통해 ‘팬덤’과 서로 ‘교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것이 X-japan과 같은 ‘장수 밴드’와 ‘장수 팬’을 만들어낼 테니까요. 여하건 필자는 X-Japan이 새로운 ‘부활’을 통해 앞으로도 멋진 음악을 계속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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