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쏟아진 일본 소설은 일류(日流)라 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우리나라 독자들의 사람을 듬뿍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름있는 몇몇 작가의 소설만이 관심받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일본 소설은 이젠 하나의 대중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 추리 소설의 인기가 많은데요. 우타노 쇼고, 미야베 미유키, 시마다 소지, 온다 리쿠 등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고, 좋은 소설을 쓴 훌륭한 작가들이 많지만, 오늘은 그 중 넘버원으로 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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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일본 소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연애 소설의 지존 ‘에쿠니 가오리’, 상실의 시대의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거에요. 이들은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작가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9년동안 일본인이 좋아하는 작가 2위를 지키고 있어요. (1위는 역사 소설가 시바 료타로, 3위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네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195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던 만능 스포츠맨이었데요. 졸업 후 일본전장주식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틈틈히 작품에 대한 구상과 습작을 해오다가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프로 작가로 데뷔를 하게 되요.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도쿄로 올라와, 작가 일에 전념 하였어요. 초기에는 학원물, 본격 추리, 서스펜스, 패러디, 엔터테인먼트 등 다채로운 장르의 소설을 썼고, 이과 출신의 엔지니어였던 특이한 이력을 살려서 원자력 발전이나 뇌 이식 등의 과학적인 소재를 다룬 SF소설도 여러 편 썼다고 해요.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어떤 장르보다 단연 미스터리에서 두드러지는데요, 화려한 데뷔작 이후 1999년에 발표한 “비밀”로 제52회 일본 추리 소설 협회상 장편부문을, 2006년에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6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소설 부문과 제134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을 만큼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2. 대표작
히가시노 게이고가 발표한 대부분의 책들이 베스트 셀러이기 때문에 대표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표작이 많은 것 같아요. 데뷔작인 “방과 후”를 포함하여 “비밀”, “백야행”, “변신”, “레몬”, “용의자 X의 헌신”, “유성의 인연”, “예지몽”, “졸업”, “환야”, “명탐정의 규칙” 등등 끝이 없네요. 이 중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소설 세 작품을 소개해드릴게요.
- 방과 후 –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이자 제 31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인 방과 후는 다른 기존의 추리 소설의 식상함을 뛰어 넘어 탄탄한 복선과 트릭,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학교생활, 여고마다 한 명씩은 있을 만한 등장인물 등 그만의 장점으로 ‘데뷔작 수준이 이렇게 뛰어난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밖에 없다’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에요.
줄거리 – 교사라는 직업에 사명감도, 의욕도 없어 학생들 사이에서 기계라고 불리는 5년차 교사 마에시마. 그는 자신의 의지로 교사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지도에는 관심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언젠가부터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는 걸 알아채고 그러던 중 동료 교사가 독극물을 마시고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 사건이 자신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직감한 마에시마는 범인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는데….
- 백야행 –
‘백야행’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가장 강렬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다고 손꼽히는 로맨틱 미스터리 소설로 <주간 문춘>에서 선정한 1999년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 10에서 1위를 차지하였어요.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대히트를 기록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에 손예진, 고수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했을 만큼 많은 매니아들을 확보하고 있어요. 저자 자신 역시 나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 완성시킨 작품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또한 이 작품은 추리물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어느 사건과 그와 관련된 여러 사건을 쫓는 줄거리를 갖긴 하지만 사건의 동기와 살인 방법, 트릭, 범인 추적에 중점을 두는 다른 소설과 달리, 범인들이 먼저 밝혀지는 독특한 전개방식을 갖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우울한 느낌에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산만하다는 평도 있지만, 정말 흡인력 강하고 다 읽은 후에도 여운이 크게 남는 소설인 것 같아요.
줄거리 –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에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어두운 비밀과 비극적 운명을 딛고 자신의 성공과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위의 모든 것을 희생시키고 이용하는 유키호. 그런 유키호의 곁에는 그녀가 원하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남자 료지가 있습니다. 이런 기괴하고 이상한 그들의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사가키 형사는 이 둘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이 관련이 있음을 직감하고 사건을 파헤쳐나가는데…
- 용의자 X의 헌신 –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사 이래 최초로 <이 미스터리가 최고>,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주간 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의 3개 부문에 각각 1위를 기록한 초유의 화제작으로, 2006년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에요. 이 소설은 일본 추리 소설에서 흔히 보여지는 잔혹함이나 엽기, 호러가 아닌 사랑과 헌신을 테마로 따르고 있으며, 미로처럼 섬세히 얽혀 예측하기 힘든 사건을 속도감 있게 구어체 진술로 잘 풀어나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2009년 기준으로 일본에서만 15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초대형 베스트 셀러이며, 영화로도 만들어져 일본 개봉 당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네요.
줄거리 – 천재 수학교사인 이시가미는 옆집에 사는 이혼녀 야스코를 혼자 짝사랑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야스코가 돈을 갈취하러 온 전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되고 이를 눈치챈 이시가미는 모녀를 도와 범행사실을 은폐하는 데에 앞장섭니다. 완벽한 알리바이로 미궁에 빠진 형사닌 이시가미의 대학 동창인 천재교수 유가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사건은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와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의 두뇌 대결로 이어지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지게 되는데…
3. 드라마와 영화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물이 생명을 얻어 움직인다면 어떤 배우가 어떤 식으로 연기할 것인지를 머릿속에서 세세하게 그려가면서 작업할 정도로 작품을 쓰면서 철저하게 영화를 의식한다고 해요. 때문에 인물의 뚜렷한 성격 묘사와 독창적인 구성과 탄탄한 미스터리를 갖추고 있어서 일본에서는 TV 드라마 및 영화 제작자들로부터 자주 러브콜을 받고 있어요. 그럼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그의 작품들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보도록 할게요.
- 드라마 -
세어보니 총 20편이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네요. 일년에 두 작품이나 드라마로 방영된 해도 4번씩이나 있고, 정말 대단하네요! 이 수 많은 드라마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은 아무래도 “백야행”이 아닐까 싶어요. 드라마 “백야행”은 각색에서부터 원작과 철저히 다른 노선을 지향해, 소설이 살인사건을 파헤쳐나가는 형사와 목격자들의 시점 중심인 반면에 드라마는 범인인 유키호와 료지 이 둘의 시점을 통해 진행되요. 때문에 방영 당시 원작의 팬들로부터는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이러한 각색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과 주제 의식이 더욱 부각되어 원작을 벗어난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가도카와의 TV매거진 더 텔레비전이 주최하는 드라마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한 4개의 상을 석권했다고 해요.
- 영화 -
드라마에 비해 영화로 제작 된 작품은 비교적 적은 걸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영화 한편에서 다 다루기엔 2시간이라는 러닝 타임이 짧아서 그런 것 같아요.
영화화 된 작품 중에서 소개해 드리고 싶은 작품은 “비밀”인데요. “비밀”은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을 맡았고, 자신을 드러내길 좋아하지 않는 히가시노 게이고도 대학 교수로 카메오 출연을 해 화제가 되었어요. 영화 “비밀”은 엄마와 딸의 영혼이 뒤바뀐 미스터리러브 스토리로, 2008년 프랑스 판으로 만들어져 “더 시크릿”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하였어요. ‘빙의’라는 소재의 같은 원작으로 만든 영화지만 두 영화는 꽤 다르다고 해요. 누구의 시점과 심리에 더 중점을 두었냐에 따라서 결말도 다르다고 하니 비교하며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
4. 그와 미스터리
-웅진 문학 블로그(http://wjbooktown.blog.me/140116587219)의 히가시노 게이고 인터뷰 中-
히가시노 게이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재를 가지고, 자신만의 대담한 상상력으로 글을 쓰는 일본의 대표 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 셀러에요. 그의 작품은 탄탄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매력을 갖고 있는데요. 그의 추리소설에는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특징이 몇 가지 있어요. 그 중 가장 큰 두 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습니다!
- 이공계 출신의 특이한 이력 -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곳곳에는 이공계 출신이라는 그의 특이한 이력을 보여주는 이과적 요소들이 많이 들어 있어요. “레몬”, “숙명”, “변신”, “사명과 영혼의 경계” 등에서 심혈관질환, 뇌이식, 전두엽 절제수술, 인간 복제에 대해 나올 뿐만 아니라, “용의자 X의 헌신”에서의 천재 물리학자와 수학자의 대결 구도, “게임의 이름은 유괴”에서의 하이테크 장비를 이용한 유괴 장면 등 미스터리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묘사하면서 독자들의 긴장감을 고조시켜 주고 있어요.
- 사회적 미스터리 -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소설가이긴 하지만, 사회파 추리 소설가이기도 해요. 때문에 작품을 써나갈 때 범인이 누구냐, 범인이 사용한 트릭이 무엇이냐보다 범인의 동기가 무엇이냐에 더 초점을 맞추어 사회 문제를 부각시켜요. “환야”에서는 고베 대지진과 90년대 거품경제와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 사건을, “방황하는 칼날”에서는 소년법의 부조리함을, “호숫가 살인사건”에서는 명문학교 입시와 사교육 열풍을, “붉은 손가락”에서는 노령화, 핵가족화로 인한 세대 간의 단절을 사회적 문제로 등장시키고 있어요. 일선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극적 재미만 추구하는 작가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는 당대의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오려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비판할 줄 아는 작가임이 분명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와 그에 작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요즘 날씨도 많이 추운데 따뜻한 방에 누워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을 읽는다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를 것 같네요 ! 여러분도 이번 겨울에는 저와 함께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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