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 누군가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보통은 신장, 각막, 간, 심장...을 떠올릴 수 있다.
내 몸에 원래의 내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 있다는 느낌은 어떨까?
물론 나쁜 의미에서 하는 생각은 아니다.
내 몸의 무언가가 다른 사람에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준다는 것은 기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현실적으로 장기기증이 많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나 역시 장기기증 서약서를 쓰지 않은 입장이라 뭐라 할 말은 없다.

이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이러한 장기 이식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별나게도 뇌를 이식받은 후에 일어난 일들을 담고 있다.
우리 몸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뇌.
뇌를 이식받은 후 점점 내가 아닌 누군가로 변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온순하고 내성적이던 준이치가 살인마로 바뀐 것처럼...

우리 몸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뇌.
우리 신체는 뇌가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그림을 잘 그린다거나, 운동을 잘하는 것 또한 뇌의 특정부분이 잘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뇌는 누구의 명령을 따르는 것일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통제하는 것일까?
만약 뇌를 관리하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준이치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뇌가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한다면?
그렇다면 준이치와 같은 사례는 당연히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아직까지 뇌이식이 성공하지 못한 것을 아닐까?

영화나 소설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소재는 심장을 이식받은 후 예전 사람의 감흥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었다.
심장은 스스로 움직인다기 보다는 뇌의 통제를 받음에도 이러한 가정이 생기는데, 뇌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험하지 못한 일은 꼭 경험했던 처럼 느끼는 데미지현상처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뇌이식이 가능해진다면 전세계를 흔들고 있는 뛰어난 뇌를 지닌 사람들이 위험해질 것이다.
만약 나와 잘 맞는 뇌를 지닌 누군가가 세계 제일의 부자라던가, 천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나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준이치와 같은 사람은 생겨서는 않될 것이다.

문명이 이렇게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한가지로 꼽히는 것이 바퀴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서 옮기는 것보다 잘 굴러가는 둥근 바위를 이용하면 쉽고 빠르다는 것을 깨달은 후 문명이 빠른 속도로 발달했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동수단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빠르기로 친다면 비행기가 제일 빠르겠지만 쉽고 간단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이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에겐 우리 나름의 규칙들을 정해야 했다.
그것이 교통법규이다.

어린 시절,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찻길을 건널 때에는 파란불(우리땐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배웠다. 이유는 글쎄...)에 손을 들고 건너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하는 어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럴 땐 항상 "너 혼자서는 절대로 이러면 안돼!"라는 협박과 함께...
그 시절부터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 때에만 대충 지키는 시늉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교통경찰의 밤』은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기도 하고, 앞차에서 무심코 버린 캔에 의해 실명이 되기도 하고, 주정차 금지구역에 불법주차를 해 소중한 생명을 잃게도 하는...
난 무심코 한 행동들이 상대편에게는 큰 피해를 끼치는 교통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6개의 단편들을 읽으며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나 역시 예전에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편의 우김과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가 되어본 경험이 있다보니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일본의 실태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목소리 큰 놈이 이기고, 무식하게 우기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이상한 교통법규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경찰관들 중 일부는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상대편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가 그러했다.
억울해도 목격자가 없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목격자가 없는 것일까?
10의 8은 목격자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대편을 돕기 위해 목격자로 나섰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경우가 있다보니 아무도 나서주지 않는다.
그러니 목소리 큰 놈이 이길 수 밖에...

또한 교통체증이 심한 곳의 갓길을 둘러보면 더욱 가관이다.
도심지는 덜하지만 조금만 교외로 나오면 원래 산인지, 쓰레기 산인지 구분도 못할 정도로 쓰레기가 쌓여있다.
내 차 안 더러워지는 것은 싫으면서 모두가 같이 이용하는 길과 산이 더러워지는 것은 괜찮은가보다.

말을 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우린 차량수에 비해 교통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제차가 도로의 왕처럼 돌아다니는 교통후진국...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교통후진국...
이기적으로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는 교통후진국...

그렇다면 교통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듯 싶다.

예전부터 눈여겨봤던 배우가 책을 썼다고 한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있는 듯하다가도 없는 듯 하고, 없는 듯하다가고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던 배우였다.
책을 보면서 '이 영화도 나왔었나?'하는 의문을 많이 가졌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그가 있었다.
그 땐 몰랐던 그가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에 보인 것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그렇듯 역시나 연예인은 한방이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로또가 터지듯 하루아침에 유명세를 타고 나면 그 후 그에 부합하도록 노력을 하면 성공을 가세를 탈 수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본인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로또가 터지지 않는다면 누구도 알아봐주지 않는 힘들고 배고픈 무명의 시절을 평생 보내야 하는 것도 이 연예계일 것이다.
막연히 연예인이 꿈인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 헛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는 이 책을 왜 쓴 것일까?
자신의 배우로서의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기 위해서 쓴 것일까?
아니면 배우를 꿈꾸고 있는 누군가에게 배우가 갖춰야할 사항을 알려주기 위해서 쓴 것일까?
물론 그는 프로 작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자신이 영화나 드라마를 찍으면서 경험했던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고 '넌 이런 실수하지마'라고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
'난 이렇게 노력했었어'라고 자기를 위로 하고 싶기도 한 마음들...

난 한번도 연예인을 꿈꿔본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난 그만큼의 끼도 없고, 부끄러움도 엄청많이 타고, 남들앞에 나서는 것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딱 한가지.
류승수가 쓴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감가는 부분도 많지 않았고, 그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딱 한가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공감한다.
어른이 된 지금 난 그처럼 내 꿈을 이루었을까?
만약 이루지 못했다면 앞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