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쟁......글이 내 머리속을 울린다.  한 권의 식물도감을 보는 듯 묘사가 뛰어났지만 식물 자체에 대한 사실적 진술 보다는 작가적 표현이 많기에 이해가 좀 어려웠다. 사실 좀 힘겨웠다. 작가는 무수히 관찰하고 생각하여 쓴 문장들이 일반 독자들에게 좀 어렵게 다가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다고 너무 힘겨웠던 것은 아니다. 내용 자체가 무겁고,  느린 전개로 힘겨움 감이 있긴 하지만 작가의 표현은 그러한 이야기의 무게에 맞다고 본다. 남성 위주의 필체를 쓰면서 주인공은 여자, 여성의 관점으로 현실을 바라본다고 느껴지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여성이기에 내용의 무게가 좀 감해 진 듯하다.
 글 속에서 연주의 아버지는 비리 공무원으로 구속되어 있는 상태이고, 그 상황을 연주와 어머니는 힘들어한다. 그 힘들다는 것이 남들보기 챙피하다는 것인지, 아버지의 그런 비로 자신들이 살아왔다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 집안의 가장이 가족들을 위해서 자신의 양심을 팔고, 상사들에 굽실거렸다면 다른 가족들은 오히려 그리 산 아버지를 가여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더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어쩌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의 통곡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소설속에서 6.25 전쟁이 다루어졌다. 나는 전쟁을 모르는 세대이기에 그 아픔을 잘 모르겠고, 연주 또한 나와 같은 입장이지만 세밀화 작업을 통해 전쟁을 들여다 보게된다. 동족이 이념이 달라 서로 죽여야 하지만 죽어서는 피아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엉켜 앙상한 뼈로 발견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시간을 흘렀고 아직도 그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민통선지역, 큰 대롱서 우회전을 하면 전혀 다른 세상이 나오 듯 전쟁의 아픔 역시 우리들 삶에 살짝 비켜나 있다는 사실이 죄스러웠다. 
 연주의 아픔을 달래주는 것은 자연이다.  숲을 보고, 꽃의 개화과정을 보며 식물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면서 연주는 아버지를 느끼게된다. 안실장과 그의 아들 신우를 보면서, 김민수 중위를 생각하면서 자신과 세상에 조금씩 마음을 열아가는 과정을 작가는 사랑의 힘이라 한다.  글 어디에도 직접적인 사랑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김중위의 배려, 안실장의 신우에 대한 마음, 어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원망 이 모든 것이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 말하는 것 같다.
 글은 처음부터 이야기를 반복하는 몇가지가 있다. 서울에서 우회전을 하면 들어가는 낯선 세계 민통선, 자살한 미술학원 교사 이옥영의 이야기, 안실장과 신우의 뒤통수가 닮아 있다. 김중위의 복장 등등 왜?를 생각하며 책을 넘겨갔지만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책을 읽어 가는 내내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사실 1/3 정도 읽으니 누가 범인인지 대충 감이 왔다. 그러나 끝까지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왜?이다.

 

토비우스는 자신의 여자친구 둘을 죽이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후 출소하여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와 만난 현실은 자기로 인해 망한 집안과 무기력해진 아버지뿐이 없다. 살인자라는 오명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지만 그는 다시 시작해보려 애쓴다. 이미 지난 10년이 허무하리 만큼 모든 것이 변해있다.

한 사람과 그의 가족을 송두리째 망쳐버렸다. 아멜리의 등장과 실종으로 인해 11년전 사건의 전말이 밝혀 지면서 인간이 이럴수도 있나 싶은 마음에 허무하기까지 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사람 인생이 뿌리채 흔들리고 그에 더해 그 가족까지 살아가기 힘들게 만들어 버리는 그들이 무서워 치를 떨게된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기에 그런 유혹과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는 건인지...나도 또한 그런 사람이 아닌지 생각해 보게된다.

 

독일을 배경으로 하여 생소한 이름과 지명으로 초반에 많이 헷갈렸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독일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실제 독일의 지명이 그대로 나온다하니 독일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겨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이번에 읽은  이 이야기가  새록새록 떠오를듯하다.

 

요즘은 신경숙 작가 글에 푹 빠졌다. 이번 소설이 세번째인데 역시나 만족이다. 리진은 역사소설이면서 일대 기 소설이다.

궁녀이면서 무희였던 그녀가 프랑스공사의 아내가 되어 바다 건너 파리로 건너가 지낸 시간과 다시 조선에 돌아와 아무도 없는 궁궐에서 홀로 자진하기까지 쉬운듯 읽혀지지만 마음이 착찹하고 답답하다. 어린 나이에 궁에 들어가 명성왕후의 딸처럼 자란 그녀가 격변하는 시대에 왕비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프랑스 공사 콜랭이 리진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1권은 콜랭이 리진을 사랑하고 그의 바람을 이루어 그녀를 아내로 맞아 파리로 데려가는 내용이 주라면 2권은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 변해버린 시대 상황에 달라져버린 왕비를 바라보는 리진의 안타까움과 왕비가 시해 당하는 순간까지 급물살 타듯 전개된다. 파리에서 조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김옥균은 살해하는 홍종우, 장학원 악사 강연. 이 들 모두가 리진을 바라보고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지켜가는 부수적 읽을거리가 있다. 변해버린 콜랭의 마음을 무덤덤히 받아들여 조선에 홀로 남아 죽기전 왜곡된 왕비의 죽음을 똑바로 알려줄 것을 콜랭에게 서찰로 남기며 쓸쓸히 죽어간 강인한 한 여인의 희생이 담긴 소설이다.

 역사와 관계된 내용은 항상 답답함을 어찌할 수 없다. 특히 일제시대는 울분이 터진다. 리진이란 무희가 있었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알게되었고 그녀로 인해 명성왕후의 죽음이 제대로 조명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짧은 생을 살았지만 누구보다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을 그녀가 가엾다. 망해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잠 못 이루었을 왕비의 긴긴 밤이, 그 모든 노력들이 허망했을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니  가슴 시린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살아가는 일이 덜 힘든 법이다. 좋아하는 일로 힘이 들게 된다 해도 그 힐듦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는 게야.

-변하지 않는 것은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