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가슴에서 아내의 심장이 뛴다" 부제를 보았을 때 몇년전에 했던 드라마 "여름향기"가 생각났다. 심장이식 수술 후 서로 세포 기억으로 이식받은 사람과 이식된 심장 주인이 살아 생전 사랑했던 사람과 교감한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태어날 때 부터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온 비다는 죽음을 위해 사는 인생인것처럼 느껴졌다. 죽음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인식과 그녀의 사물과 상황을 보는 시선이 너무도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나는 죽어간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존재한다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도리어 어디에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의 달관된 자세가 두렵기만 했던 죽는다는 것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게했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 에스더 할머니도 평범하지 않음은 마찬가지다. 죽기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죽음이 머물고 있는 포로수용소다. 아름답고 광활한 곳이 아니라...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엄마 애비게일이다. 그녀는 이식전에는 누군가 죽게되어 딸이 이식받을 심장이 생기기를 기도하고, 아무 사고도 없는 날은 화를 내는 딸을 위해 자신의 죄책감마저 감수해 내며, 이식을 허락한 리차드를 혹시 딸이 사랑하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지극히 평범한 엄마다.
그런 엄마를 두고 세상 밖으로 나간 비다는 시골에서 막 상경한 시골처녀보다 더 세상물정을 모른다. 어릴때부터 엄마의 보호아래 애비게일 원대로만 살아온 그녀는 새로운 세상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어느날 갑작스런 사고로 사랑하는 부인을 떠나 보내고 그 심장을 비다에게 이식해준 리차드 역시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의 당황한다. 그 역시 이식 후 기억 세포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마음으로는 '혹시'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비다의 팔딱팔딱 뛰는 심장이 부인의 것이기에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을 지 모른다고 여기게 되는 그는 의식적으로 비다와의 만남을 피하고 비다에게 상처를 준다. 말로는 비다에게 기억세포란 말이 안된다 말하지만 자고있는 비다의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 그의 행동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그의 절절함이 느껴졌다.
소설을 읽는 내내 등장인물 각각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썼다. 비다, 리차드, 애비게일, 에스더
그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얽힌듯 풀려져 나가는 과정이 꽤 와닿았고, 직접 심장 이식 수술 참관 후 씌인 수술 장면 묘사는 생생했다. 어린 조카를 떠나 보낸적 있는 작가이기에 비다와 엄마의 마음을 더 잘 전달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