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을 덮는 내 마음이 헛헛하다.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커다란 자극을 주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에도 사례를 찾아보기가 드물고, 발병 원인, 치료법도 알 수 없는 '조로증'-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노화가 진행되어 보통 17살을 넘기기 어렵다-을 앓고 있는 아름이와 그 부모님의 이야기가 슬픈이 격한 듯 하지만 유머와 두근두근한 희망이 함께하는 오랜만에 마음까지 먹먹해지는 소설이다. 나이는 17살이지만 겉모습은 80세, 생각마저 의젓한 아름이는 옆집 장씨 할아버지와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늙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름이는 아직 10대소년이다. 부모에게 궁금한 것이 많고, 항상 질문을 하며, 돈가스 반찬을 좋아하고, 자기 또래의 친구들을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이 귀엽기까지하다. 이 소설의 가장 훌륭한 대목은 아름이네 가족이 병원 후원금 마련을 위해 방송출현을 하게되고, 작가누나와 아름이의 인터뷰 내용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작가누나의 '늙으면 어떤 기분이니?' 질문에 오히려 젊다는 것은 어떤 기분이냐? 되물으며 아프면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지는데 자기는 계속 아파서 주관적인 시간으로는 자신이 가장 오래 살았다고 말하는, 하느님이 너무 바빠서 자기를 잊고 있다고 감기에도 걸리지 않는 그 분이 나를 어찌 이해하겠느냐 말하는 아름이 말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긍정적인 태도에, 나이답지 않은 대답에 대견하기 까지하다. 본인이 노인이라 생각하는 아름이에게 장씨할아버지는 말한다. 본인이 늙은 것과 아름이의 늙은 것은 다른거라고...아름이가 좀 더 오래 살아야 늙는게 뭔지 이해한다고...
'하지만 나는 더 큰 기적은 항상 보통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다. 보통의 삶을 살다 보통의 나이에 죽는 것, 나는 언제나 그런 것이 기적이라 믿어왔다' 말하는 아름이의 삶을 통해 내가 사는 지금 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아름이가 말하는 기적적인 생활에 경의를 느낀다. 서하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어른이 되는 시간이란 게 결국 실망에 익숙해지만...' 이란 구절에 크게 공감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싶은 문장이 너무도 많다. '보고싶을거야' 말하며 떠나는 아름이를 통해 평범히 접하는 것들의 고마움과 위대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