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체통. 빨간 우체통도 아닌 노란 우체통.

이미 '노란'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있었다.

무언과 이별과 관련 된 것이라는 것을..

예전에 읽었던 '아버지', '가시고기', '풀빵엄마' 등등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이처럼 죽음을 앞둔 부모님의 자식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몇번을 읽어도 자꾸 눈물이 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대장암 판정을 받은 아빠에게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하루하루가 안타까운 아빠는 솜이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솜이는 그런 아빠가 이상하기만 하다.

항상 곁에 있는 것의 소중함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특히 너무너무 소중한 부모님의 경우 더욱 그 고마움과 사랑을 간과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어떻게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도 자식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할 수 있을까?

'부모'란 이름의 사람들은 정말 부처나 예수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싶다.

 

솜이가 독일에서 돌아온 날 아빠의 죽음을 알게된다. 뒤늦게 후회하며 그리운 마음에 아빠의 사진을 끌어안고 울다 잠이든다.

그리고 며칠 후 받게된 한통의 편지, 그리고 일주일 후에도, 몇달 후에도 몇년 후에도...

솜이가 여름방학이나 졸업을 하는 날, 입학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솜이에게 아빠의 편지가 도착했다.

 

아빠와 솜이를 죽음을 넘어서까지 연결해주는 '노란 우체통'.

책의 뒷부분에 주소가 있었는데, 실제로 있는 곳이라니 놀라웠다.

솜이의 아빠는 힘든 몸으로 이곳까지 찾아와 눈물을 펑펑 흘리며 편지를 남겼다고 주인 아저씨가 말했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코끝이 짠해져서 견딜수가 없었다.

 

부르기만 해도 괜히 눈물이 나는 '엄마' '아빠'라는 단어.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심에 감사하며 오늘은 꼭 엄마아빠께 사랑과 감사의 고백을 하겠다고 다짐해본다.

 

미운것도 호감의 일종이란다 에리카.

 

 

학창시절, 전학 오는 아이들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었다. 얼굴이 예쁠수록 그 경계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것은 단지 나만 그런것이 아닌 세상의 모든 나이의 여자들이 본능처럼 느끼는게 아닌가 싶다.

 

에리카 유캔. 자신의 성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

바링가 이스트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연기자를 꿈꾸는 말괄량이.

이 아이의 반에 어느날 에리카라는 아이가 전학 온다. 얼굴도 예쁘고, 우아한 옷을 입고다니고, 어떤 상황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그 아이의 모습에 에리카는 왠지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을 느끼고 그 아이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품 넘치는 친구들이 가끔 주변에 있었다. 그때마다 이상하게 그 아이를 자꾸 관찰하게 되었다. 어떻게 저렇게 우아할 수 있을까, 예쁠 수 있을까... 나와는 아주 먼 아이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되고싶지만 그럴 수 없을거라고도 생각했다.

그런 내 학창시절의 모습이 에리카에게 그대로 묻어있었다. 이런 여자들의 심리는 전 세계를 막론하고 모두 같나보다.

 

에리카는 말이나 행동은 참 재치있다. 내가 에리카와 같은 성격이었더라면 사춘기 때 난 좀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앨리슨과 에리카는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게 된다. 말괄량이 에리카와 요조숙녀 앨리슨이 말이다.

둘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별 일 아닌 듯 하면서도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