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나는 환경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된다. 

하루하루 살기 바쁘다고, 다른사람도 다 나처럼 산다고, 환경은 내가 아닌 환경전문가들이 지키는거라고 생각해왔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우리 환경에게, 그리고 망가진 환경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후손들에게 참 미안하다.

샤워를 할 때 물을 펑펑 틀어놓고, 설거지를 할 때 주방세제로 거품을 펑펑 내야 속이 시원하고, 가까운 거리를 가더라도 꼭 차를 가져가야 하는 습관이 들었지만 늘 나만 생각했던 나에겐 그것이 얼마나 환경을 아프게 하는 일인지를 잊고 살게 했다. 환경은 내가 아닌 환경전문가들이 지켜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은 도대체 언제부터 하게 된걸까...?

 

그간 나는 유기농 채소를 먹는 사람들을 보며 참 유별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내 생각 속에는 농약으로 인해 망가지는 토양은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농약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만을 생각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 채소를 먹어야 농부들이 유기농 채소를 많이 재배하게 되고, 그래야 화학비료나 농약으로 인한 토양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은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처럼 나를 멍하게 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걸까..

농약으로 범벅이 된 수입농산물보다 우리 농산물을 먹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고, 나무를 깎아 만든 연필 대신 친환경 연필을 사용하는 등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친환경, 유기농 등이 일반에 비해 가격이 약간 비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책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도서다. 하지만 누구보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엄마들이라 생각한다.

엄마가 먼저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몸소 실천한다면 아이도 환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이상하게 언제부턴가 엄마를 떠올리면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생각난다.

어린시절엔 엄마를 떠올리면 미웠던 기억이 더 많았던것 같은데, 대학교 시절을 지나면서는 고맙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바뀐 것 같다.

엄마는 왜 '엄마'라고 부르기만해도 가슴이 아릿한 존재인걸까...

아마도 그것은 내가 엄마가 되어 보아야 알지 않을까 싶다.

 

책속의 저 작은 아이 서연이. '엄마 사랑해' 라는 말을 먼저 해야 할 저 작은 아이의 입에서 왜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을까? 저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는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한걸까...  

서연이는 아이는 장기에서 이유없는 출혈이 계속되는 희귀병을 앓는 아이이다. 장기에서 출혈이 일어날 때 장기를 드러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서연이는 벌써 10번도 넘게 수술을 받아 위와 장을 모두 들어내고 소장의 일부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해 가슴에 꽂힌 관에 주사를 꽂아 영양분을 통해 먹어야 하고, 희귀한 병을 앓고있는 아이이다. 늘 자신의 옆에서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엄마에게 '고마워'도 아니고 '미워'도 아닌 '미안'이라는 말을 했을때,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책을 읽고 이 가족의 사연이 궁금해서 휴먼다큐 사랑을 다운받아 보았다)나는 가슴 한구석이 미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  내가 아파서 미안' '엄마, 나 때문에 힘들게 해서 미안' 서연이는 '미안'이라는 한마디를 했을 뿐이지만 그 아이의 표정에서,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서연이의 엄마는 얼마나 더 가슴이 아팠을까.

병으로 잘 먹지도 못하고, 하루 18시간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서연이는 아픔에 익숙해서인지 아프다는 소리도 잘 하지 않고 늘 환하게 웃는다. 그런 서연이가 피검사를 해야 하는데 손등에서도, 발등에서도 채혈을 할 수가 없어 결국 목에서 해야 했을 때,

'엄마, 목 아니야.. 목은 아니야..'하며 울음을 터트린 부분에서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서연이의 가족은 서연이가 완치될 거라 믿고있다. 아빠는 서연이를 자주 보러 오시진 못하지만 서연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고, 서연이의 쌍둥이 언니오빠는  한창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에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라고 있다. 하지만 이 가족은 서연이의 완치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것을 이겨내고 있다. 부모님도 부모님이지만 서연이의 언니, 오빠의 씩식한 모습에 참 감동받았다.

 

나는 이렇게 가족중 누군가가 아파서 투병하는 내용의 드라마나 다큐 등을 잘 보지 못한다.

너무 슬프기도 하고, 괜히 내가 아파지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ㄱㅏ끔 우연히 이런걸 보게 되면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게 매우 감사한 일이라는 것, 매우 행복한 일이란 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나처럼.

분명 서연이는 완치되어 서연이네 가족 모두가 모여서 살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꺼라 믿는다. 그렇게 된다면 서연이네 가족은 세상 그 어느 가족보다 행복한 가족이 되지 않을까 싶다.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 가족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있을테니 말이다.  

 

 

잡기만 해도 저절로 글이 써지는 빨강연필이라는 광고를 보았을때 나도 저런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내 생각을 아주 멋진 문장으로 써 내려간다면, 그것도 아무런 노력이나 고통 없이 써내려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물건이 있고, 그것이 내 손에 들어왔다는 것은 분명 행운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만났을때 아이들보다 내가 더 흥미를 갖고 읽었던 것 같다.

 

민호는 어느날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빨강 연필을 발견한다. 일반 연필이라 생각했지만, 그 연필로 글쓰기를 하려는 순간 연필은 혼자서 움직여 글을 써내려갔다. 민호는  쥐기만 하면 저절로 글이 써지는 빨강연필로 인해 반 친구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급기야는 아주 큰 글쓰기 대회까지 나가게 된다. 그러나 민호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것은 빨강연필이 거짓으로 글을 써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연필을 버리려고 쓰레기통에 넣어도, 칼로 깎아도, 불로 태워도 연필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민호는 연필을 자신에게서 떨어뜨리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연필은 사라진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책상위에 놓여진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빨간구두를 신은 소녀(?)'라는 책이 떠올랐다. 무언가 금기를 뜻하는 듯한 '빨간'색은 인간의 욕망과 만났을 때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빨간구두의 현대판이 빨강 연필이 아닐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