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지요. 특별한 이유없이 울적하고 울고 싶은데 그냥 울기엔 눈물이 나지 않는 그런 날.
아무래도 이 책을 읽은 날이 그런 날이였던것 같아요.
누구라도 쥐꼬리만한 실수하면 꼬투리 잡아 대성통곡 해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아내라는 책이 도착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특별한 인연과 만나길 바라고 영화같은 사람을 꿈꾸죠.
누가봐도 괜찮은 나를 사랑해주는 오랜 친구와 어느날 우연히 인연이 닿은 가진것 없는 남자 사이에서 갈등
그리고 엄마의 반대도 무릅쓰고 시작한 인연과의 결혼.
해피엔딩이길 바랬지만 고난처럼 닥친 병....

그렇죠. 넘쳐나는 신파중에 하나인건 맞아요.
흔한 드라마 속에 나오는 흔한 뻔한 스토리라고 할만하죠.
그래도 차이가 중요하죠.

읽히는 힘이 있는 책이에요.

저는 읽다가 소리내고 한참 울었던것 같아요.
내가 힘들어서 우는게 아니라 소설이 슬퍼서 우는거야 하고 당당하게 말할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감정도 조절이 필요해요.
너무 참다 보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느니
한번씩 감정다스리기 할수 있는 이런책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내 나이 서른에 청소년 문학이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나보다 나이많은 회사 언니의 추천에 가볍게 읽고 싶어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사람은 무엇이든 자신에게 빗대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게 되겠지만,

나는 어느순간 온조가 되어 같이 웃고 울고 화내기를 하고 있었다.

아빠의 부재는 슬프기 보단 그녀를 한층 성장시켜주는 촉매제 같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에 날개가 되었다.

살아가면서 제일 중요한건 나에게 스스로 묻고 답하기인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 옳고 그른지, 선택에 기로에서 옳은 선택을 할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카페에 의뢰가 들어왔을때 스스로 해야하는 것인지, 거절해야하는지.

다른 어떤것 보다 온조가 생각하는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삶이란게 선택의 연속이지, 그때마다 다른사람에게 의지할 수는 없다..

충고는 얼마든지 받을수 있겠지만 선택의 결과는 오롯이 나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결과가 내몫이라면 선택 또한 나의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사갈까? 사람들마다 그들 앞에 놓인 시간의 모습은 그들의 수만큼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만날 시간도 그들의 다변적인 모습만큼 다채로울 것이다. 시간을 판다..... 생각할수록 묘한 끌림이 있었다. 그 후 온조의 머릿속에서는 시간에 관계된 여러가지 상담이 세워졌다 부서졌다 했다."

 

 

나는 여행책을 참 좋아한다.

특히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읽는 여행책은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탈출구 같다.

그래서 사진을 쭉 훑어 본 다음 글을 읽고 다시 사진 보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되새김질 한다.

저마다 여행의 이유와 목적은 다르겠지만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떠난다고 생각했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

다 같을 순 없겠지만 유독 이번책에선 이유모를 적막함과 쓸쓸함이 느껴졌다.

책읽는 동안 전해저오는 우울함에 나 또한 기분이 내려가 한동안 차분해져 있었던것 같다.

 

여기 남겨둔 나를 지구 반대편에서 바라보며 반성문 처럼 적은 여행이라고 했다.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여행처럼 살수 있는 사람이 되고프다 했지만

그건 모든이의 꿈과 같지않을까?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를 읽을 때만해도

요란하거나 유난스럽지 않게 차분한 눈길로 바라보는것을 따스하게 적어갔다면

이번책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쓸쓸함이 보였다.

무겁게 가라앉은 호수의 안개처럼 여행에 들뜨던 나를 가라앉게 했다.

 

그의 자기반성이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꽂혔다.

나는 지금 잘 걸어 가고 있는지...인생이란 여행의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지...

요즘 많이 힘들거나 우울한 사람들 보단 살짝 들뜬 기분의 균형을 잡고 싶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의도적인 통증 p124

 

어느날, 당신 생각이 나면 이유 없이 며칠을 앓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정말로 아프기 시작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그림자처럼 붙잡고 아파하는 일.

순전히 당신을 위해 앓고 싶었지만 어쩌면 나는 나를 위해 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유없이 불안하거나 처음 가는 낯선 곳에서는 의도적으로 통증을 만들었다.

그렇게 며칠씩앓고 나면 조금 개운해지기도 했다. 

그런 기분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낯선 도시 풍경에 잠깐씩 애착이 생겼다. "

변종모, 아무도그립지않다는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