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한창 입맛이 없을 때가 있다. 그때에도 맛있는 게 두부이다. 그냥 두부를 폭 삶아서 초장에 찍어먹거나 김치(또는 볶음김치)와 함께 먹으면 그 이상의 음식이 필요없다. 그렇찮으면 연두부에 약간의 양념을 뿌리고서 푸딩삼아 퍼먹거나 비빔국수에 연두부 으깨서 말아먹으면 ~ 그 비주얼과 맛에 도망갔던 입맛도 밥 한 끼를 뚝딱하는 셈이 된다.

 

 

 

 누구에게나 두루두루 좋다는 두부! 그리고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두부를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 나온 것 같아 얼른 이 책을 잡았다. 일단 실린 사진을 훑어보기만 했는데 먹음직스러운 두부요리가 가득해서 설렜다. 그리고 책장을 넘길수록 알찬 두부요리와 그 레시피에 빠져들었다. 책 속의 레시피들은 두부를 중심으로 냉장고에 남아도는, 또는 항상 있을 법한 음식재료들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더없이 실용적이다. 그리고 한식, 양식, 일식을 넘나드는 느낌의 다양한 두부의 변신에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울 법한 그런 레시피들이 많다. 두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만 붙들고서 한 달 넘게 두부 요리도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두부의 종류, 장점, 제조법은 기본이요 두부와 궁합이 맞는 음식과 소스에 대한 설명까지. 오직 두부만으로 떄론 냉장고 속에 묵혀있는 한,두 가지의 음식을 더하는 것만으로 정말 다양한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책 속에 적지않은 요리 팁과 복잡하지 않은 레시피 덕에 요리초보더라도 레시피에 따라 요리들을 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없을 것 같다. 책의 뒷부분에는 책의 1/4크기로 절취선이 표시된 부분이 한 장으로 되어 있다. 이 부분 본문의 요약/축소판이다. 이것을 잘라내어 냉장고나 부엌후드에 붙여두고 요리를 할 때에 바로바로 참고할 수 있어서 더욱 실용적이다.

 

 

 책은 두부와 요리뿐만 아니라 요리를 담은 그릇과 자리세팅까지 정성스러워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 요리들에 따라 그 분위기가 소담하기도 하고 아늑하고 따뜻하고 때론 풍요로워서 요리가 차려진 식탁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도움도 될 법한 책이라 느껴졌다. 책의 날개 부분을 보니 이와 같은 시리즈로 '버섯'버전이 나올 것 같은데 기대가 된다. 정말 건강식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책 시리즈라 앞으로도 쭉 나왔으면 좋겠다.

 

 

 

 

 

 일단 책의 제목을 보면서, 일단 이 책은 해핑엔딩이겠거니 했다. 8주만으로 기록이 끝났으니 요즘 소설상 주인공이 죽는 그런 비극은 아닐테니 8주만에 치료를 마쳤겠군. 그리고 스스로가 '미친' 것이라고 인정을 하니 적당히 미쳤던 거군.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책 표지를 보면서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가 아닐까 했다. 여태 정신병원하면 거기에 끌려가듯 가서 불합리한 대우와 부적절한 방식으로 다뤄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소설, 영화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실제 작가인 에바 로만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궁금증에 책을 펼쳤다.

 

 그리고 의외의 유머와 상큼함에 조금 놀랐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약간 달랐다.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갓 승진을 한 여주인공은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면서 '안심'을 느낀다. 그녀는 번아웃(오로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서적인 극도의 피로로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증후군)으로 자신의 이상증세(두통, 무기력, 소화불량, 트러블, 멈출 수 없는 눈물과 같은 것들)를 느끼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길 자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정신병원이력이 얼마나 마이너스 이력인지 ... 하지만 원리원칙주의자인 독일인으로 묘사되곤 하는 그곳에서도 '정신병원'이란 존재는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주인공은 정신병원에서 낯선 사람들과 '친구'로 사귀며 그들의 증세를 유심히 관찰하며 그에 대해 독특한 발랄함과 유머를 잃지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뮤지컬 '루나틱'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온 것을 '여름캠프'에 온 것이라 생각하며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함께 있는 주변의 '환자'들의 증상과 아픔에 대해서 주의깊게 관찰하고 이해하려 한다. 때론 그들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들의 아픔 가까이에 있고자 한다

 

 

 

 그렇~게 우중충하지 않은 것은 여주인공이 정신과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차근히 밟아가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상처가 된, 응어리가 진 것을 풀기 위한 일기쓰기, 자신이 가장 이해받고 싶은 절대적인 존재에 대해 편지를 써보기, 정신병원 사람들과 함께 받는 집단치료,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개인상담 치료, 그리고 가족상담까지. 정상적인 정신병원이란 정신병자들을 모아둔 것이라기보다, '마음' 치료하는 것이고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활동'을 하는 곳임을 이 책은 말해준다.

 

 

 책의 6장에는 '정상과 비정상의 중간지대'란 제목이 붙어있다. 나는 대개의, 보통인 인간들이 그러한 중간지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관과 정치관,세계관을 갖고 있다. 때론 종교나 미신을 믿기도 한다. 그런데 때때로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은 고정관념이거나 아집이란 생각을 한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너무나 확고할수록 사람들은 자기만의 원리와 원칙, 규범을 고수하기 마련이고 자신의 틀에 벗어나는 인간은 '정신병자' 취급을 한다. 세상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야만 좀더 단단한 사회적 안정을 얻고 안전하게 굴러하기 때문인 점도 있으리라 본다. 어떤 법칙에서 '예외나 변칙'은 다루기 힘든 법이니 말이다.

 

 

 책 속의 여주인공은 오히려 '예외나 변칙'에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던 끝에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쫓고자 하는 정상을 쫓으려고 한 점에서는 보통의 사람들과 큰 차이는 없었던 것이다. 감정적 우울이나 절망이 조금 더 깊었던 것뿐. 그래서 오히려 그녀는 '예외적이고 변칙적인' 정신병원의 사람들과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한때 미쳐서 색다르게 유쾌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듯이, 세상은 살짝 미치면 더욱 즐겁고 자유로운 법인 것 같다. 

 

 

 

참붕어빵과 함께 온 21세기북스의 책. 이 책과 참붕어빵이 함께 온 사연! '참붕어빵이라는 과자광고'가 있는에 이 광고는 실제 한 CEO가 책 속의 강의를 들은 후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 나 또한 인터넷상의 영상에 포함된 광고로 본 적이 있고 TV에서도 본 적이 있었던 터라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지던 참이었다.

 

 

 

21세기북스의 책을 많이 접한 편은 아니지만 읽었던 책마다 만족한다. 특히 내가 만난 책들은 인문학적 감(수)성을 일깨우고 자기계발에 대한 의지, 실천을 북돋우는 책들이라서 더욱 만족하게 되는 듯하다. 요번에 만난 <감성의 끝에 서라>도 그러한 책이다. 책표지엔 간단해보이면서도 독특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그와 담은 꼴로 1/2크기의 감성노트가 함께 비닐포장이 되어있었다.

 

 

 이 책은 '사물의 마음을 보는 시인들의 4가지 창조법'​을 바탕으로 시, 마케팅, 상품 기획, 디자인과 같은 실질적인 창조활동을 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는 자기계발서이다. 단순히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보다 창조적인 사고, 사고의 전환을 통해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데 도움이 되는 실용서인 것이다. 나로선 아직 마케팅이나 상품기획을 할 일이 없지만 예전부터 '시'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시인의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참으로 말랑말랑하고 매력적이라고 느껴왔던 것이다. 시인이 되기 위해서 시인의 눈을 갖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것은 어느정도 선천적인 것이라고 체념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에 노력은 많이 하지 않고 동시 수준에 지나지 않는 내 시쓰기 실력을 개탄하며 시를 적지 않은지 오래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다시 시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됐다. 시란 단순히 사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의인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이 되어 그들의 마음과 생각, 삶을 살아내는 것' 이란다. 사물과 세상을 낯설고도 새롭게 맛 보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예인 일체화, 의인화도 소개되어 있다.

 

 

 책을 통해 소개되는 주요 내용이자 저자의 실제 강의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의 끝에 서기 위한 4가지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은 감성의 눈뜨기(오감법), 관찰의 눈 뜨기(오관법),  연결과 융합의 눈 뜨기 (오연법), 역발상의 눈 뜨기(오역법)​이다.  이를 통해 나만의 눈이 생기고 독특한 사고의 전환이 가능해서 조금 놀랍고 즐거운 체험을 하게 해준다. 사물에 대해 깊이 사색,관찰하고 그 사물의 마음으로 질문하고 통찰에 이르는 방법들(이를 저자는 '사.관.질.통'이라 일컫는다)을 책을 통해 차근차근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좀 더 빨리 만났다면 난 좀 더 시를 잘 쓸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약간은 비루하나마 책을 통해 배운 방법으로 '감성노트'에 시를 지어 보기도 했다.

 

 

 

 겨우 2,3편의 시 이지만, 몇 번이나 쓰고 지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본 후에 무언가를 시의 대상으로 삼았을 때에 좋은 생각이 번뜩 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책에 방법들을 노트 한 장에 다 옮겨놓고 자주 들척이며 좀더 창조적인 사고의 시작을 위한 방법들을 익히고 있다. 책에 소개된 방법도 방법이지만 사물의 마음이 되어보고, 사물의 삶을 생각하는 것은 주변의 것들에 대해서 감사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시를 쓰며 시인의 마음이란 어쩌면 좀더 겸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것에 군림하는 인간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과 함께 존재하기 위해 감사하는 마음을 품는 것, 그것이 감성의 끝에 서는 중요한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