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趣向) :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디자이너의 흥미로운 물건들'이란 부제를 달은 이 책은 디자이너 11인의 취향과 그 취향을 담은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있다.

취향이라- 막연한듯 하면서도 중요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물건에 대한 취향부터 음악, 미술, 문학에 대한 취향도 있고 심지어는 사람까지 '취향'이 맞니 안 맞니 하는 것으로 인맥관계가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부분의 사람들의 취향은 그 사람의 소유물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도 디자이너의 취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 하나의 물건들을 꼽아 그것과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취향에 대해서 대담(인터뷰)을 하고 그 과정에서의 이야기를 저자가 전하고 있다.

 

 하지만 단 하나의 물건으로 자신의 취향을 말해보라니... 책 속 디자이너들에게도 상당히 고약한 질문(?)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하나의 물건을 통해서 자신의 취향은 분명히 보여주는 11명의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듣고, '취향이라는 것은 한 개인의 삶 안에서 다양하게 표출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에는 어떤 하나의 방식으로 수렴되기 마련이다.' 라는 책의 문장을 읽으니 저자의 의도가 고약하지만은 않구나 싶었다. 펠리컨 체어, 알레시 열쇠고리, 빈티지 모자들, 1902년 시어스백화점 카탈로그, 만년필과 노트, 단종된 가방과 치마, 아웃 포켓과 철사 등등. 사실 내가 관심있어 하는 디자이너들도 아니었고 나의 흥미를 끄는 물건을 두어개뿐이었다. 그럼에도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취향'의 의미가 각기 다르고 다채로워 재미있다.  한편으론 그들의 삶의 태도와 지향을 보여주는 '취향'이야기를 들으며, 수많은 물건을 대하며 사는 현대인의 삶의 자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취향은 책장에 꽂혀있는 책과 DVD, 음반, 내 옷장의 옷과 가방, 신발장의 신발과 우산 등에서 드러날 것 같다. 그러한 생각에 난 누군가의 방에 가면 가장 먼저 책장과 책상을 본다. 누군가를 만나면 좋아하는 책과 작가, 음악, 영화 등을 묻거나 특별히 좋아하거나 수집하는 물건이 있는지 묻기도 한다. 다분히 상대방과 나의 취향이 비슷한지 질문을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것 있잖아요. 취향이 비슷한 사람 보면 괜히 기분 좋아지는 심리, 흔하지 않은 취향임에도 불구하고 교집합을 경험할 때마다 짜릿한 기분이 들곤 해요." - (패션디자이너 허유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디자이너들처럼 흔치 않은 취향의 물건들을 갖고 있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물적인 것 외에도 문학, 음악, 미술에 대한 취향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취향'이란 이름 아래에 그 사람의 삶의 태도와 지향성, 가치관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책 속 디자이너들도 취향을 통해 자신의 물건을 취함에 있어 중요시 여기는 것을 이야기를 한다. 합리성과 아름다움을 지닌 것, 지속적인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것, 오래 쓸만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며 꼭 필요한 것 등등.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한편 우리는 취향이란 이름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사대고 모으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패스트 패션'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철마다 옷과 구두, 가방을 사들이는 습관에 뜨끔해지기도 한다. 한편으론 자본주의사회에서 나의 취향의 내가 소유한 물건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한계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오히려 그렇기에 디자이너들의 한정으로, 명품이라고 제시한 것들에 사죽을 못 쓰는 사람들. 물론 이 책 속의 디자이너들이 값비싼 브랜드 명품만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다. '핸드메이드'의 가치가 오늘날 더욱 각광받는 것은 그것이 자신의 손을 타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란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된다.     

 

사람에겐 누구나 마음에 못 하나쯤은 있다. 그리고 그 못은 흔히 '콤플렉스'란 것과 이어지곤 한다. 신화나 역사적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서 명명되는 수많은 콤플렉스들. 이 책은 그러한 이야기들과 함께 우리 마음에 박힌 못 하나인 콤플렉스들을 어떻게 다뤄야할 것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주는 책이다.  

 

 

  책은 자아와 세계, 자아와 자아, 자아 내의 갈등관계로 크게 3장으로 분류되고 그 안에는 또 여러 콤플렉스 이야기가 모여있다. 하나의 콤플렉스에는 그와 관련된 그림과 함께 그 콤플렉스의 유래가 되는 전형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본문을 통해 콤플렉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유래, 전형, 사례 등을 통해 콤플렉스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근원과 인격형성에 대한 비밀들을 엿볼 수 있고, 그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심을 길러준다. 동시에 인간에 대한 성찰 또한 하도록 만드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다이아나, 시시포스, 프로메테우스, 메데이아, 크로노스, 파에톤, 카산드라, 이카로스 등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의 이야기. 트롤, 파우스트, 카인, 돈 주앙, 몬테 크리스토, 요나와 같이 책이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실존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등. 수 많은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들 속에 내재된 콤플렉스들에 마주할 수 있다. 그러한 콤플렉스는 대부분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와 부모의 양육 관계에 따른 자아, 성격 확립과 관계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콤플렉스의 유래가 되는 이야기들과 함께 그러한 콤플렉스가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형성이 되는 것인가를 쉽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콤플렉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은연중에 마주하게 되는 행동에 심리적인 상처와 고뇌가 담겨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책에서 제시되는 콤플렉스들을 만나다보면 사람은 대부분 복합적인 콤플렉스를 지닌 존재가 아닌가싶다.

 

 

  책의 많은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시피, 콤플렉스는 '마음에 박힌 못'으로 비견될 정도로 강력하고 은밀하게 사람의 행동과 성격을 나아가서는 인생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콤플렉스가 긍정적으로 극복되었을 때와 부정적으로 굳혀지거나 심해졌을 경우의 사례를 실제의 사건이나 인물을 통해 설명해준다. 이러한 사례들을 마주하다보면 콤플렉스는 인간승리를 이끄는 아주 원동력이 되기도 한 반면에 인간실격을 초래하는 아주 위험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양날의 칼과 같은 콤플렉스이다. 그런만큼 콤플렉스란 삶을 살아감에 있어 사람들과 스스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틀이 된다. 그리고 이 틀에 대해서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스스로 인정하고 때론 극복하고 때론 이용함으로써 우리의 삶도 세상도 보다 아름다울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사람을 볼 때 아주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목소리이다. 적당히 큰 목소리는 자신감이 있는 성격으로 느껴지게 하며, 단호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하면 그 내용이 보다 논리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좋은 목소리일수록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선천적으로 태어나 목소리를 어떻게 좋게 바꿀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목소리도 훈련을 함에 따라서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이 책은 아나운서이기도 했던 임유정이란 분이 실제 강연으로 하는 목소리 훈련법을 담은 것이기도 하단다. 그녀의 스피칭 강의나 목소리 트레이닝법을 통해서 보다 나은 목소리로, 보다 훌륭한 스피칭을 하는 법을 익혀 효과를 본 사람들도 무척 많다고 한다. 책의 부록으론 저자의 강의 동영상CD가 있어 그녀의 강의와 목소리 훈련 비법을 담은 내용이 이 책에 실려있다고보면 될 것 같다.

 

 책에서는 좋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숨쉬기 방법부터 좋을 목소리라 할 수 있을 법한 목소리들을 내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책 대부분은 책을 소리내어가며 읽고 몸으로 익히는 실천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야말로 목소리를 훈련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은 책이다. 보다 옳은 목소리 훈련을 위해서는 저자의 동영상강의를 참고해가며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이 책의 내용들을 먼저 읽어보고 직접 소리내어 목소리 훈련을 했다. 책에서는 배에서 내는 소리와 목으로 내는 소리의 차이점을 두며 평소에도 배에서부터 소리를 내는 법을 익히면 보다 좋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목으로 내는 소리와 배로 내는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가 잘 와 닿지 않는데 저자의 동영상강의를 담은 부록CD를 들으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배로 내는 소리를 말하면서 하는 게 쉽지 않다. 저자분을 따라해보려해도 이건 좀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책에 대부분은 바른 발음을 하는 연습에 관한 내용이 많다. 그만큼 좋은 목소리를 내는 데는 기본적으로 바른 발음의 중요성이 큰 것이다. 평소에 표준발음법을 소홀히 하는 편인데 좋은 목소리란 게 보다 분명한 발음으로 보다 바른 말을 쓰는 것임을 새삼스레 느꼈다. 책을 보며 며칠 연습을 했지만 역시나 목소리가 금방 달라지기란 어렵다. 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하면 보다 좋은 발음법을 익히게 되고 자연스레 좋은 목소리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