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베트남 출신의 승려·명상가·평화운동가이자 시인인 '틱낫한' 님이다. 그리고 이미 100여권의 책을 낸 분이다. (국내에는 50여권이 번역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부제가 '정말 사랑이 지속되기 위한 소통의 기술'인데 이건 나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게도 필요한 것이라 생각되어서 이 책을 잡았다.
책에는 '삶의 가치는 우리가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의 질에 달려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이 있다. 또한 연민을 마음 갖고 상대를 꽃으로 대하고 물을 주듯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와있다. 그 외에 '진실을 말하되, 요령 있게 말하라', '아무리 친하고 가까운 관계라도 자신이 상대의 모든 것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라는 부분 등도 나로선 이미 충분히 공감하고 항시 잊지않고자 하는 내용들도 있었다. '상대방에게 화가 날 때는 그 상대를 바로 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보거나 편지를 써보는 것' 또한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다. 생각만큼 말이 따라주지 못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만큼의 표현력이 부족한 나라서 상대가 화가 나거나 하면 나를 돌아보고 내 마음과 내가 느끼는 상대의 감정을 편지로 써보곤 하기 때문이다.
또 작가님은 '연민'이란 단어를 유난히 강조한다. '연민'이 있음으로 '이해'가 생길 수 있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사랑'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이다. 난 사람에겐 누구나에게 '삶의 무게'가 있고 그게 사람에 따라 상대적으론 가볍거나 무거울 수는 있으나, 그것을 부여받은 개개의 사람에겐 그것이 항상 무거운 것이라고 느끼기에 아무리 행복한 인간이라고 그 존재에 '연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내게 좀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있어도 '아 슬픈 중생이여'... 라고 생각하면 꽤 쉽게 용서되곤 한다. 애초에 한없이 부족한 영혼을 지닌 중생끼리 '용서'를 한다는 것도 우스워서 그저 '연민'을 한다. 상대에게 '용서를 바라는 마음'부터가 상대방을 향한감정적인 집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난 무의식적으로 그런 감정을 피한다.
여하간 아쉽게도 이 책의 내용은 내게 좀 '뻔하고도익숙한' 것들이었다. 책의 절반 이상은 내가 이미 알기도 하고 상당부분 내가 삶의 지침으로 삼고 실제로 실천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저자의 책을 통해선 우리가 보다 지향해야할 가치관, 세계관, 사고방식들을 배우곤 하는데, 요번에 책에 나온 것들은 이미 나에겐 자연스러운 가치관이자 사고방식으로 체화(體化)된 것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걸 소수의 사람에게나 적극적으로 발휘하는 점을 생각하면 나도 참 여전히 자기수행이 부족한 사람이구나 싶다. (애초에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나 나로선 관심이 없는 상대는 그를 생각하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에 별로 생각지도 않는다.) 그리고 틱낫한 님이 제안하는 4번째 주문 "괴로우니 제발 도와주세요"는 정말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자존심이 쎄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역시 그런 게 어려운 건 마음 속 어딘가 두려운 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틱낫한 님이 제안하는 여섯가지 주문! 너무나도 오글거리긴 하지만 이를 말하는 순간 바로 행복해지는 주문이기도 하다.
( 오글거림과 행복해지는 주문의 파워는 비례하는 걸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
“나는 당신을 위해 여기에 있어요”
“나는 당신이 함께 있음을 알기에 행복해요”
“나는 당신이 괴롭다는 것을 알기에 여기 있어요.”
“괴로우니 제발 도와주세요”
“지금이야말로 행복한 순간입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책을 통해서 내가 얻은 깨달음은 기대보단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내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되새기게 됐다. (틱낫한 할아버지 맘, 내맘 똑같애... 이런 심정으로..) 그럼에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틱낫한표 소통의 기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연민을 갖고 불화와 전쟁과 같은 곳에서 몸소 실천을 하시는 틱낫한님의 마음은 우러러 보게 된다. 그래서 책내용에서 감명을 얻기보다는 위대한 정신과 마음을 가진한 틱낫한님을 가까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마주한 시간이었다.